손씨자매의 난

[100-05] 탈색 머리로 시작된 작은 전쟁

by 손샤인

30년 만에 작은언니와 싸웠다. 오랜만에 만난 언니는 머리를 환하게 탈색하고 나타났고, 나는 놀란 마음을 숨기지 못한 채 “아니, 뭐야 머리가… 더 늙어 보여”라고 무심코 말했다. 그 말 한 줄이 이렇게 큰 파문을 만들 줄 몰랐다. 차에 올라탄 순간, 조수석의 언니는 조용히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말하는 건 아니야.” 나는 반사적으로 “그럼 이상한데 안 이상하다고 해? 가족이니까 솔직히 말한 거지”라고 받아쳤다. 하지만 그건 솔직함이 아니라 서툰 폭력이었다. 말들은 점점 날카로워졌고, 차 안의 공기는 숨쉬기 힘들 만큼 무거워졌다. 결국 나는 “나 여기 세워줘. 내릴래”라며 문을 잡았고, 큰언니는 단호하게 “적당히 해. 진짜 손 씨 집안 여자들 아니랄까 봐”라고 말했다. 그제야 작은언니의 표정을 보았다. 이상하게 슬퍼 보였다. 그 순간 마음 한가운데에서 무언가 툭 하고 떨어졌다. 나는 언니의 어깨를 붙잡고 말했다. “언니 미안해. 내가 진짜 잘못했어.” 그러자 언니가 말했다. “나… 나이 더 들기 전에 탈색 한 번 해보고 싶었어. 남 눈치 안 보고 용기 내서 한 거야.” 그 말이 마음 깊이 박혔다. 집에 돌아와 남편에게 이야기하자 그는 한마디 했다. “당신 말투가 조금 그랬나 보다. 처형 마음 많이 다쳤겠다.” 아… 그래서 남편이 아니라 남의 편이라고 하는 건가 보다. 하지만 그 말 덕분에 나는 가족에게도 예쁜 말이 배려이지 거짓이 아니라는 걸 조금은 배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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