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의 코딱지를 먹던나

[100-6]

by 손샤인

어제 이석증 치료 때문에 이비인후과에 다녀왔다. 아침부터 머리가 빙글 도는 느낌에 불안했지만, 병원에 들어서는 순간 그런 생각은 금세 잊혔다. 환절기 감기 환자들로 가득한 대기실은 그 자체로 작은 전쟁터 같았다. 콧물 닦아주느라 허둥대는 엄마들, 기침을 참지 못하고 우는 아이들, 어깨를 도닥이며 순서를 기다리는 아빠들. 그 혼잡함 속에서 간호사 손에 안겨 석션기로 콧물을 빼고 나온 아주 작은 아기가 보였다. 울다 지친 듯한 얼굴, 눈가에 맺힌 눈물, 아직 마르지 않은 콧물을 손등으로 쓱 문지르는 모습. 그 순간, 오래전 내 모습이 불쑥 밀려왔다.


딸아이가 생후 6개월쯤 되었을 때였다. 코가 막혀 젖을 먹는 내내 숨을 헐떡이던 아이. 젖을 물다 말다 하며 답답해하던 작은 입, 숨을 쉬려고 고개를 뒤로 젖히던 그 모습이 너무 안쓰러워 나는 늘 마음이 조급했다. 어쩌면 나도 그때는 엄마가 되는 일이 이렇게 본능의 총합이라는 걸 제대로 몰랐던 시절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면서도 뭐든 해야 한다는 마음만 앞섰던, 조금은 어설프고 조금은 뜨거웠던 시간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시어머님이 어느 날 갑자기 말씀하셨다.

“어미야, 젖을 조금 짜서 아기 콧구멍에 넣어봐.”

나는 영문도 모르고 그대로 했다. 어머님은 잠시 후 다시 말했다.

“이제 네가 아기 콧구멍에 입을 대고 쭉 빨아. 그래야 뚫린다.”


그 말을 들은 순간 멈칫했다.

내가? 지금? 이걸?

하지만 고민할 틈도 없었다. 아기의 숨이 막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무엇이든 해야 할 것 같았다. 어머님에게 배운 방식이라고 하니 이상하게 마음이 더 움직였다. 결국 나는 아기 콧구멍에 입을 대고 있는 힘껏 빨았다. 따뜻하고 짭조름한 콧물과 코딱지가 목구멍까지 넘어오는 그 느낌은 지금도 또렷이 기억난다. 놀라움도 잠시, 바로 편안하게 숨 쉬는 아이의 얼굴을 보는 순간 그 모든 것은 아무렇지 않아 졌다.


나는 그 뒤로도 두 아이의 코를 그렇게 뚫어주며 키웠다. 조금은 원초적이고, 조금은 투박하고, 지금 돌이켜보면 참 엄마다운 방식이었다. 사랑 하나로 버텨내고, 사랑 하나로 알아가는 날들이었다.


어느새 그 아이들은 스물아홉, 스물일곱이 되었다.

말도 안 되게 큰 어른이 되어 내 앞에서 나보다 더 넓은 어깨로 서 있다.

하지만 내 기억 속에서 그들은 여전히 젖냄새가 나던 작은 아이이고, 숨이 막혀 칭얼대며 품을 파고들던 그 시절의 아이들이다.


시간은 정말 빠르게 흘렀다.

내가 놓친 순간들도 많고, 그때는 왜 몰랐을까 싶은 마음도 있지만, 결국 나는 모든 장면을 사랑으로 지나왔다. 참 많이도 키워냈고, 참 많이도 사랑하며 여기까지 왔다. 병원 대기실에서 만난 낯선 아기 한 명이 그 시간을 다시 조용히 열어주었다.


엄마로 살았던 내 지난날이,

그렇게 또 한 번 내 앞에 다정하게 고개를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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