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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 그 뒤에 있는 진짜 이야기
요즘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를 보며 자꾸 웃음이 난다. 허세 섞인 말투, 꼰대 같지만 조금 귀여운 성격, 어딘가 어설픈 조언들. 그런데 어느 순간 문득 깨닫는다. 사람들은 왜 이 캐릭터에 이렇게나 열광할까.
그건 김 부장이 단순한 ‘밈’이 아니라, 우리가 알고 있는 수많은 아버지들, 그리고 일하는 사람들의 그림자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내 또래 남자들, 특히 가장의 무게를 짊어진 남자들은 김 부장의 허세를 보며 웃음 뒤에 잠시 멈춘다. 저렇게라도 웃겨야 버티는 마음, 가끔 욱하지만 뒤끝 없이 다시 일어나야 하는 마음, 지치고 두려워도 ‘괜찮은 척’ 해야 하는 마음. 그 모든 게 김 부장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리고 나 역시, 우리 아빠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아빠는 대기업에 다니신 적 없지만, ‘가장’이라는 자리 자체가 이미 대기업의 프로젝트 같은 일들이었을 것이다. 가족을 먹여 살리는 일, 책임을 다하는 일, 때로는 마음을 내려놓고 싶어도 놓지 못하는 자리. 아빠가 젊었을 때 짊어진 고민과 책임이 어떤 모양이었을지, 이제야 조금은 느낀다.
김 부장이 우스워 보이는 이유는
우리가 모두 그 속에서 살아봤기 때문이다.
일하는 여성으로서도 나는 그의 어설픔이 이해된다. 일과 가족 사이에서 중심을 잡아야 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성별과 직급을 넘어 닮아 있다. ‘나도 저랬지’, ‘우리 아빠도 그랬지’, ‘지금의 나도 결국 김 부장처럼’이라는 공감이 은근히 스며든다.
웃으며 넘기는 콘텐츠 같지만, 그 속에는 ‘일하는 사람들의 하루’가, ‘가장들의 흔들림’이, ‘누군가의 아버지의 뒷모습’이 조용히 들어 있다. 그래서 나는 자꾸 그 캐릭터에 시선이 멈춘다.
어쩌면 김 부장은, 우리가 잊고 살던 우리의 아버지들의 초상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어제의 나, 오늘의 우리 모두의 모습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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