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하다 울어버린 이유

[100-014]

by 손샤인

아침부터 집안을 정신없이 치웠다. 내일 어머님이 위암 추적검사를 위해 오신다고 하셨다. 어머님은 나에게 항상 따뜻하고 고마운 분이지만, 이상하게 ‘엄마’가 아닌 분을 집에 맞이한다는 것은 여전히 긴장되는 일이다. 어머님께 잘 보이려는 마음도 있겠지만, 그보다도 누군가가 우리 집에 온다는 상황 자체가 나를 예민하게 만든다. 어릴 적부터 익숙해 있던 방식과 지금의 내가 처한 관계가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친정엄마는 온다고 해도 내가 집을 치울 일이 없었다. 엄마는 늘 와서 치우고 챙기고, 그게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그 기억이 떠오르니 오늘 마음이 조금 무거워졌다. 그때 화장대 정리를 하다가 접힌 쪽지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내 생일날 남편이 넣어두었던 편지였다. 그땐 선물에 더 마음이 쏠려 제대로 읽지 않고 넘겼는데, 오늘은 이상하게 손이 그 종이를 펴게 됐다. 읽어 내려가는데, 생각보다 내용이 진솔했다. 남편이 왜 이런 말을 적었을까 싶은 대목도 있고, 평소 말로 잘 표현하지 않는 마음이 담겨 있어 묘한 기분이 들었다. ‘함께 살아서 다행이다’, ‘당신이 있어 덜 두렵다’ 같은 문장들이 이상하게 마음을 건드렸다. 거창한 문장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일상의 무게를 나누는 사람의 말이라는 게 전달됐다. 나는 그 자리에서 잠시 멈췄다. 너무 감성적으로 울컥했다기보다는, 쌓여 있던 긴장이 조금씩 풀리면서 자연스럽게 눈물이 났다. 어머님을 맞이해야 한다는 부담, 친정엄마의 빈자리에서 느껴지는 허전함, 내가 스스로도 잘 설명하기 어려웠던 감정들이 함께 올라왔다. 사람 마음은 가끔 이런 식으로 반응한다. 시어머니 방문 앞에서는 괜히 긴장하지만, 남편의 삐뚤한 손글씨 몇 줄에는 묘하게 마음이 부드러워진다. 아주 단순한 순간인데, 그 단순함이 오히려 힘이 된다. 오늘은 그런 날이었다. 괜히 예민하고 괜히 무겁던 마음이 쪽지 한 장에 조용히 내려앉는 날. 나는 잠깐 울었지만, 울고 나니 다시 움직일 힘이 생겼다. 아마 내일도 긴장되겠지만, 그래도 괜찮다. 어른이 된다는 건, 이런 감정들을 끌어안고 하루를 버티는 일이라는 걸 이제는 안다.


#책과 강연 #책강대학 #백일백장 26기

작가의 이전글몸치 자매, 셔플로 친정을 다시 짓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