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통곡할 만한 자리

울 자리를 보고 뻗어라

by 손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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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1학기 학기말, 성적표가 나왔다. 나는 인쇄한 성적표의 담임확인란에 도장을 찍으며 생각했다.


아.. 오늘은 교실 분위가 좋지 않겠군.


불길한 예감은 적중했다. 아침 조례 시간에 최종 성적표를 나눠주자 여기저기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1점 차이로 등급이 갈린 학생들은 특히 표정이 어두웠다. 이미 성적확인 때 다 확인한 숫자들이었지만 자신을 가르는 명확한 등급과 석차가 메겨지자 다들 어안이 벙벙했다.


"선생님 이거 진짜 최종이에요..?"


응.

내가 매정하게 고개를 끄덕이자 한 학생이 그만 울음을 터트렸다. 울음은 전염성이 강하다. 금방 그 주위의 두어 명도 같이 울기 시작했다.


나는 그들을 달랠 생각은 않고 조용히 그 모습을 바라봤다. 어쩔 수 없다. 오늘 같은 날은 교실, 통곡할만한 자리다.






"생님.. 저 자퇴해야 할까 봐요."


오, 이 주제는 오래된 레퍼토리였다. 내가 많이 써먹었던. 는 상담 요청을 한 학생을 바라보며 공감의 표시로 고개를 끄덕였다.


"자퇴하고 난 후 계획은 있니?"

"기숙학원 가려고요."


와, 요즘도 그런 게 있나. 20년 전에 있었던 것 같은데. 그나저나 그 발상이 너무 신기했다. 옥 같은 학교를 떠나서 외딴섬 같은 기숙학원을 간다니. 왜 자의로 자유를 포기하는 걸까.


"저는 혼자서는 통제가 잘 안 돼서 확실한 관리를 좀 받아야 할 것 같아요."


그 대답은 방금 전 궁금증에 대한 충분한 대답이 되었다. 강한 통제를 위한 것! 나는 기분이 묘해졌다. 방금 전 학생의 그 말은 담임인 나는 확실한 관리를 못 해주는 존재라는 말 같이 들렸기 때문이다. 내가 대답 없이 심오한 표정을 짓고 있자 그녀가 슬그머니 말을 얹었다.


"지금도 괜찮긴 한데.. 직히 모르겠어요. 근데 이렇게 공부하면 안 될 것 같아요."


그런 생각은 충분히 들 수 있다. 나는 한 번 더 진짜 진지하게 자퇴를 원하는 건지, 아니면 절실하게 공부할 공간을 원하는 건지 물었다. 학생은 후자라고 했다. 나는 자퇴 관련 서류 대신 우리 학교의 심화 자습반 2기 신청 서류를 내밀었다.


"저녁 7시부터 10시 30까지 화장실도 한 번 안 가고 공부할 각오가 있으면 신청해 보렴."


학생은 결연한 의지로 두 눈을 빛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원하는 해답에 가까운 답을 찾은 듯했다. 하나의 정답만이 있는 것 같아 보여도, 정답이 여러 개인 경우도 많으니 이번 고민은 비교적 쉽게 해결된 것이다.



그녀는 교실로 돌아가서 나와의 상담이 꽤나 만족스러웠다고 얘기해 둔 것 같았다.

우리 반의 전교 1등이 내게 상담요청을 해왔으니 말이다.




다 그만두고 싶다는 말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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