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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얘 그럼 어떻게 해요.."
여느 때와 같은 야간자율학습 시간이었다. 야간자율학습이 시작된 지 채 5분도 안되어 아직 어수선한 교실 분위기를 정돈하며 복도를 순회하는데 학생 한 명이 나를 붙잡고 놔주지 않았다. 그녀는 휴대전화 갤러리 앨범에서 한눈에 봐도 태어난 지 며칠 안된 것 같은 고양이 사진을 몇 장 보여주며 애원했다.
그러니까 이 학생은 지금 엄마 없는 아기 고양이를 학교에서 같이 살게 해 달라고 내게 부탁하는 것이었다. 주위에 다른 두어 명의 학생들도 말을 거들었다. 고양이가 너무 귀여워요, 엄마 없어서 너무 위험해요, 자신들이 돌보게 해달라고 사정사정을 하는 소녀들을 보고 있자니 나는 머리가 어질어질해 왔다.
일단, 지금은 공부에 집중해야 하는 야간자율학습 시간이고 다음으로 이 학생들은 우리 반 학생들이 아니었으며, 마지막으로 학교에서 동물을 키우는 건 교사 개인이 함부로 허락할 수 없는 일이다. 나는 교무실 입구까지 따라오는 그녀들을 돌려보내려 한동안 실랑이를 벌이다가 그녀들을 교실로 겨우 되돌려 보내곤, 교무실 내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아, 진 빠져. 오늘은 평소보다 몇 배는 힘든 것 같았다. 한 번씩 이런 소동이 벌어질 때마다 나는 웃프곤 했다.
정말이지 여고생들의 사고의 알고리즘은 이해하기가 어렵다. 고양이와 학교에서 동거하게 해 달라니. 이유도 너무 웃겼다, 정말 귀엽기 때문! 아이고.. 말이냐 소냐.. 도대체가 되겠냐.. 절대 안 되지. 나는 어이없음에 너털웃음을 짓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나 그것은 다음 사건을 위한 작은 예고에 불과했다.
다음날 아침 조례 시간에 나는 황당한 광경을 마주해야 했다.
"칠판에 이거 뭐예요..? 누가 붙인 거예요?"
칠판에는 '아기고양이를 지켜줄 학생들을 찾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QR코드가 적힌 종이가 붙어있었다. #우리 학교마스코트고양이 #우리가 지켜요 #학교에서 함께해요 라는 해쉬태그와 함께.. 누가 붙인 건지 알 것도 같았다. 어제의 그 소녀들의 얼굴이 머릿속을 스쳤다. 교실은 잠잠했다. 다들 내 눈치를 보는 듯했다.
"여러분.. 학교에서 고양이 못 키워요.. 안됩니다.."
이런 말을 하는 나 자신이 웃겼다. 학생들도 조용히 키득거렸다. 그렇지.. 너희도 알겠지? 이게 얼마나 황당한 발상인지.. 그런데 학교에 있다 보면 그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황당무계한 질문. 이런 게 궁금한가? 싶은 질문, 학교에서 뭐 뭐 하면 안 돼요? 란 식의 질문, 어떤 질문은 지금처럼 깜찍하게 나를 놀라게 하고 어떤 질문은 나의 명치를 훅 찌른다.
그 학생의 질문이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