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변해라

학교 망해라. 아니, 변해라.

by 손시나

-7-



"우리 동아리는 선배가 없어. 몇 년간 명맥이 끊겼다가 우리가 다시 만든 거거든."


리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아까 봤던 학생과 몇 번 안면이 있는 학생 두 명이 내게 인사했다. 세명의 학생들은 곧이어 동아리 실 곳곳의 액자와 사진, 책자를 가리키며 자신들의 동아리에 대해 설명했다. 묻지도 않은 자신들의 동아리만의 장점을 나열하다가 마치 가장 중대한 내용이라는 듯 목소리를 낮추고 빠르게 말하며 덧붙였다.


"그래서 편해. 위에 눈치 볼 필요 없이 자유롭게 하면 되거든"


눈치 볼 필요 없는 자유.

나는 조용히 고개를 따라 끄덕였다. 눈치 볼 필요 없는 자유.. 고등학교에 와서부터 내가 '자유'를 느껴본 적이 있었던가. 무래도 내가 자신들의 소개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그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너만 들어오면 동아리 활동유지의 최소 인원이 갖춰지는 거라.. 부탁 좀 하면 안 될까."

"학창 시절에 추억 만들기라고 생각해도 좋아. 공부에 크게 방해도 안되고 교과서의 작품들도 같이 분석할 거야. 선생님이 이런 것도 지나고 나면 다 추억이래!"

"맞아, 안 그래도 담임 선생님이.."


담임 선생님 얘기가 나오자 그들끼리 당황해하며 모종의 눈빛을 주고받는 모습이 보였다. 담임선생님이 뭘..?


내가 눈꼬리를 올리고 빤히 쳐다보자, 아까 교실에서 얘기했던 학생이 어색하게 웃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담임 선생님이 널 추천해 주셨어. 우리가 부원이 부족해서 고민이라고 담임선생님을 찾아갔었거든.."


마치 일급비밀이라도 들킨 양 민망하다는 듯 말끝을 흐리는 모습이 오히려 인간적으로 느껴졌다. 그랬구나, 이해가 되었다. 그래서 그렇게 당당하게 교실에서 내게 말걸 수 있었구나.


나는 교무실에 찾아갈 때마다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이야기하라던 담임 선생님 모습이 떠올랐다.


나는 어른을 믿지 않아서 그 말을 그저 인사치레로 여겼는데, 뜻밖에도 나는 그녀의 도움을 이렇게 받게 된 것이다.




"가입할게."


동아리실을 나오며 나는 동아리 가입신청서류와 연습장, 펜 몇 자루를 덤으로 얻었다. 그리고 동아리실에서 만난 세명은 모두 나와 같은 반이라고 했다. 그래서 안면이 있었던 거구나.. 나는 새삼 나의 무심함을 느꼈고 또한 그것은 내가 나로서 있기 위해 온 힘을 쏟느라 주위를 둘러볼 여력이 없었음에 그랬단 사실에 다시 한번 슬퍼졌다.


"다른 부원 애들한테 이제 다 됐다고 말해주자"

"아 진짜 한시름 놨어.."

"하마터면 진짜 동아리 사라질 뻔했네"


동아리실을 같이 나오면서 내 등뒤에 대고 재잘거리는 그들의 목소리가 아득게 느껴졌다.








"오늘은 학교에서 별일 없었어?"


언제부턴가 엄마는 학교에 다녀온 내 눈치를 보며 내 일상을 더 상세히 묻곤 했다. 그러고 보니 그 언제부터는 내가 투명인간 2가 된 시기와 비슷하게 맞아떨어졌다. 마는 마치 딸 전용 특수 레이더라도 갖고 있는 것처럼 히 오늘같이 미묘한 변화가 있는 날은 누구보다도 더 빨리 알아차렸다. 나는 궁금해하는 엄마를 뒤로 한 채 오늘 일을 최대한 간단히 축약해서 말했다. 내 말이 길어지면, 엄마의 걱정도 길어진다.


"동아리 가입했어."

"동아리? 갑자기? 무슨 동아리?"

"누가 같이 하자고 해서. 시문학 동아리, 재밌어 보이기도 했고."

"그게 누군데?"


그러고 보니 그 친구의 이름도 물어보지 않았다. 적어도 그들은 내 이름을 알고 있었는데, 나의 무관심이란 이다지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몰라. 안 친한 애들이야."


대충 둘러대고 잠자리에 들었다.

나는 그렇게 소속이 생겼다.

담임 선생님 덕분에.


감사하단 인사를 해야 하나?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아침을 맞이했다.



많은 것이 바뀐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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