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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수호 Aug 17. 2021

31. 법정(法廷) 촌극 - 1편. 문신, 아니 타투

(근간) 사건 에세이 '사람이싫다' 초고 3부 31번 에피소드 1편

사건 에세이 <사람이 싫다> 추석 전 발매 예정입니다.
빨리 작업 마무리해서 책으로 인사드리고 싶네요. 설렙니다.
자신 있게 추천합니다.
더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글의 분위기가 계속 무거워진다. 애초에 이야기 하나하나가 묵직하기 때문일 거다. 사람이 싫어진 이유를 이야기하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변호사를 꿈꾸는 젊은이가 이 책 읽고 혹시라도 마음 바꿀까 두렵다.


그러나 모든 사건이 우울하고 괴로운 건 아니다. 웃긴 일도 생각보다 많다. 하루에도 재판이 몇 건씩 있는데 웃긴 에피소드가 왜 없겠는가.


(1) 문신, 아니 타투


사람의 가치관은 용어 선택에도 영향을 미친다. 반대로 선택한 용어가 가치관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자연스러운 일이다. 문신과 타투도 그렇다. 문신이라 부르는 사람도 있고, 타투를 고집하는 사람도 있다.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선택이 달라지기도 한다. 여러분은 어떻게 부르는지 궁금하다. 문신인가, 아니면 타투인가.   

  

법조계는 보수적이다. 매년 여름이 다가오면 같은 내용의 공문을 받는다. 날이 더우니 반소매 셔츠에 넥타이 매지 않법정에 나와도 된다는 ‘혹서기 법정 복장 안내’다. 하지만 별 반향은 없다. 잠시 고민하다가도, 거의 모든 변호사가 땀 뻘뻘 흘리며 짙은 색 양복에 넥타이를 고수한다. 혹시라도 안 좋게 보일까 걱정되기 때문에 섭씨 40도 육박하는 무더위에도 그냥 참는다. 그 정도로 고지식하다. 겁도 많다. 좋게 보면 내 한 몸 고통스럽더라도 고객을 위해 판사에게 흠 잡히지 않겠다는 노력이기도 하다.     


여성 변호사도 마찬가지다. 스타킹 꼭 신어야 하냐 신지 않아도 되냐, 구두 앞이 트여도 되냐 꼭 막혀 있어야 하냐, 그럼 샌들은 되냐 안 되냐, 재킷 속 블라우스는 민소매도 괜찮냐 아니냐. 우스꽝스러워 보일 수 있는 질문이 매년 반복된다. 패션 지식 전혀 없는 나도 이제 질문 패턴을 외울 정도다.     


그만큼 변호사는 생각도 많고 고민도 많고 걱정도 많고 겁도 많다. 남 눈치 보는 게 일이다. 그런 사람들이 법정에 나와 재판을 한다. 법정이란 그런 곳이다. 그래서 문신에도 민감하다. 세상은 바뀌고 있지만, 그 변화가 법정 안으로 들어오려면 한참 멀었다.     


한여름 형사 재판이었다. 피고인은 혈기 왕성한 20대 청년. 범행 사실을 자백하고 선처를 구하는 사건이었다. 하늘이 도와 천만다행으로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했다. 하지만 동종 전과가 몇 건 있어 맘에 걸렸다. 그래서 진지하게 반성하는 모습이 중요했다. 무조건 납작 엎드렸다. 그것만이 살길이었다. 반성문도 열심히 써냈다. 주변 사람들의 탄원서도 여러 건 제출됐다.    

 

그런데 의뢰인 양팔에 문신이 있었다. 다양한 컬러 문양으로 가득 찼다. 빈 곳이 없을 정도였다. 변호사로서 의뢰인의 위험 요소를 최대한 줄여야 했다. 그래서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저, A 씨. 문신, 아니 타투가 당연히 개인의 개성 표현 수단이고, K-타투가 세계 타투 문화를 이끌고 있으며, 한국의 문신사 아니 타투이스트가 엄청난 실력을 과시하고 있음에도, 피부 표피 아래 진피층까지 염료가 들어온다는 이유로 세계에서 우리나라에서만 의료행위로 취급되고 있어 안타까운 상황에서, 앞으로 문신 아니 타투가 더 일반화되고 합법화될 가능성이 크지만, 그렇더라도 내일 재판에는 긴소매 옷 입고 나오는 게 좋지 않을까요?"


문신, 아니 타투가 보이지 않도록 가리자고 제안한 거다. 무더운 8월이었지만 다행히 의뢰인은 협조적이었다. 다시 구치소 아니 빵에 들어가는 건 죽기보다 싫었기 때문에 시키는 대로 아주 잘 따라왔다.     



시간 맞춰 법정에 도착했다. 오후 2시 재판이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방청석 풍경이 평소와 달랐다. 젊은 놈들 아니 청년들이 두 줄 가득 차 있었다. 복장은 약속이라도 한 듯 흰색 민소매, 아니 나시티. 그리고 팔과 목에는 문신, 아니 타투, 아니 문신. 의뢰인의 친구들이었다. 함께 앉아 재판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툭툭 치며 힘내라, 별일 없을 거다, 고생한다, 나가서 냉면 그릇 때리자 등등 응원의 말을 건네고 있었다. "아. 이건 아니다."     

 

황급히 나시티 친구들을 밖으로 내보냈다. 다행히 재판 시작 전 정리 완료했다. 거친 청년들이지만 그래도 변호사 말은 잘 듣는다. 공부 (잘)한 사람들, 아니 범생이들의 영역, 아니 전문 분야, 아니 나와바리를 확실히 인정하고 존중한다. 몸에 밴 서열 정리와 역할 분담 본능 때문일까. 사실 뺀질뺀질하게 자기 변호사한테도 끝까지 거짓말하는, 아니 구라 치는 화이트칼라, 아니 먹물 의뢰인보다 훨씬 좋다.


그건 그렇고, 그래서 재판은 어떻게 됐냐고? 이런 노력이 가상했는지 적당히 예상한 수준에서 잘 마무리됐다. 다행이었다.


(2) 칸의 여왕 전도연


(3) 딱 봐도 마담     


(4) 집단 관음의 순간  


(5) 이런 우연이 현실에서도 가능하다니     


칸의 여왕 전도연 이하 내용은 반응 보고 차차 올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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