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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수호 Aug 22. 2021

31. 법정(法廷) 촌극 - 3편. 딱 봐도 '마담'

(근간) 사건 에세이 '사람이 싫다' 초고 3부 31번 에피소드 3편

사건 에세이 '사람이 싫다' 추석 전 사전 발매 예정입니다.
여름 휴가철이 끼어 있어서 작업이 조금 늦어졌습니다.
빨리 마무리해서 책으로 선보이겠습니다.


해외 계신 분들의 질문이 많이 들어오는데, 종이책 발간 후 전자책, 오디오북까지 계획 중입니다.
미리 관심 보여주시는 독자들에게 뭘 더 드릴 수 있을지 출판사와 함께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글의 분위기가 계속 무거워진다. 애초에 이야기 하나하나가 묵직하기 때문일 거다. 사람이 싫어진 이유를 이야기하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변호사를 꿈꾸는 젊은이가 이 책 읽고 혹시라도 마음 바꿀까 두렵다.


그러나 모든 사건이 우울하고 괴로운 건 아니다. 웃긴 일도 생각보다 많다. 하루에도 재판이 몇 건씩 있는데 웃긴 에피소드가 왜 없겠는가.


(1) 문신아니 타투 : 직전 회차에 공개


(2) 칸의 여왕 전도연


(3) 딱 봐도 마담     


내 재판 순서를 기다리며 방청한 사건이다. 다른 사람 사건이라 정확한 내용은 알 수 없었지만, 당시 관건은 증인석에 앉아 있던 그 50대 여성 증인이 “주점 마담이 맞냐, 아니냐.”였다. 대체 왜 증인이 마담인지 아닌지가 중요했을까. 모든 재판이 그렇듯 나름의 사연이 있었을 거다. 궁금했지만 하필 바로 다음이 내 재판이라 자세히 알아보지 못했고 그게 지금도 아쉽다.


증인 신문에는 순서가 있다. 그 증인을 신청한 측이 먼저 주신문(主訊問)을 하고, 이어서 상대편이 반대(反對)신문을 한다. 필요할 경우 신청 측이 재(再)주신문을 할 수도 있다. 판사는 언제든 중간에 끼어들어 물을 수 있다. 신문 마지막에 따로 궁금한 거 모아서 묻기도 한다.


피고 측 변호사가 먼저 시작한 걸 보니 피고가 신청한 증인이었다. 서로 태도가 그리 우호적이지 않을 걸 보면 직접 데리고 나온 증인은 아닌 모양이었다. 변호사의 짧고 건조한 질문을 들은 증인은 이렇게 답했다. “아니요. 저는 주점 마담이 아닙니다.” 이런 자리에 불려 나온 게 다소 황당하다는 표정과 말투였다.


그런데. 이거 참. 대단히 흥미로웠다. 누가 봐도 증인은 마담으로 보였다. 전형적인 의상과 장신구와 화장과 가방과 목소리에 몸매에 말투와 표정까지. 그냥 딱 50대 고급 주점 마담이었다. 그런 차림으로 당당하고 도도하게 자기는 마담이 아니라고 증언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마담 고트로" 드로잉


물론 외양으로 사람을 판단하거나 선입견 품으면 안 되지만, 그곳은 법정이었다. 그리고 그 여인은 증인이었다. 위증의 벌을 받겠다는 선서까지 한 상태였다. 형사소송법 제158조에 따라 재판장은 선서할 증인에게 이미 위증의 벌을 단단히 경고했고, 제157조에 의해 증인은 기립하여 엄숙히 선서했다.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하고 만일 거짓말이 있으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세합니다.” 위증죄의 법정형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 벌금이다. 생각보다 중한 범죄다.


아니 그래서. 그 마담처럼 보이는 마담은 대체 마담인가 마담이 아닌가? 재판장이 상체를 앞으로 기울이며 고쳐 앉았다. 차림새를 보고 이미 마담일 것 같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호기심을 품은 판사의 추궁은 묵직했다. 증언은 오래 유지되지 못했다.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자신이 마담이라고 인정했다. 어이없을 정도로 맥없는 항복이었다. 허무할 지경이었다. 그걸로 소송 결과도 정해진 듯한 분위기였다.


그럼 판사 앞에서 대놓고 거짓말한 마담은 위증죄로 처벌됐을까? 그건 아니다. 설령 기억에 반하는 진술을 하였더라도, 그 신문 절차가 끝나기 전에 철회·시정하면 위증이 되지 않는다. 대법원 판례가 그렇다. 우리나라의 모든 것은 대법원 판례에 따른다. 변경되기 전까지는.


하버드 미술관 "마담 X" 수채화

(4) 집단 관음의 순간  


(5) 이런 우연이 현실에서도 가능하다니     



큰 관심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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