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험담

거리를 두는 사람들

by 손씨

최근 친구가 메시지로 보내준 좋은 글 중에 ‘적이 없는 사람이 되 는 방법’이라는 작가 미상의 짧은 명언이었는데, 그중 두 가지가 기억에 남는다. 하나는 ‘진짜 비밀은 차라리 개에게 털어놓아라’와 또 하나는 ‘험담에는 발이 달렸다.’라는 말이었다. 다른 사람은 공 감 못 할 수도 있겠지만, 그 당시 나는 어쩜 지금 내 상황과 이렇게 딱 맞아 떨어질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릴 적 내 눈앞 풍경에 익숙한 모습은, 어머니가 전화기를 붙들 고 이모들에게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할머니(시어머니)나 아버 지 험담을 늘어놓는 것이었다. 그럴 때면 난 어머니 간섭 없이 게 임을 할 수 있는 시간이어서, 어머니가 전화기를 들 때면 한편으론 좋았다

하지만 어머니의 상황에서는 사실 이모들 말고는 딱히 하소연할 곳이 없었다. 시집살이도 심했고, 아버지도 너무나 무뚝뚝하고 무 심한 분이어서, 늘 섭섭하고 외로워했으니. 그 당시 엄마에게 이 모들이 없었다면 아마 스트레스가 쌓여 이혼했을지도 모른다. 참 다행인 건 이모가 6명이나 되는데, 난 지금 그 이모들에게 감사한 158 159 다. 꼭 그 이유만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가정이 지켜졌 던 이유 중 하나는 험담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험담을 하지 않고, 비밀을 개에게 털어놓으며 사는 것이 가 능할까? 난 험담을 정말 친한 친구에게만 늘어놓는데, 그러면 마 치 기다렸다는 듯이 “정말? 그 자식 미친놈이네~!” “진짜 대박이 네. 그래서 가만있었냐?”라며 침을 튀며 함께 욕을 해준다. 같이 욕을 해줘서 기분이 좋다기보다는, 내가 이렇게 마음 놓고 털어놓 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든든하고 좋았던 것 같다.


내가 힘들어도 질 낮은 사람으로 보일까 봐 속으로 삭이며, 그저 알아듣지 못하는 개에게 털어놓는 건 너무 처량하고 한심한 일이 다. 결국, 험담한다는 것은 나 이렇게 힘든 사람과 함께 하고 있으 니 위로 좀 해 달라는 뜻이다.

남을 욕하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내 자존감을 높이기보다는, 그저 “너 그래서 힘들 구나~”라는 그런 위로를.


난 인성이 부족한 탓인지 몰라도 완전히 험담을 끊지는 못하겠 다. 해서 험담을 할 때 나름에 정해놓은 기준이 있다. 그건 그저 ‘나 이렇게 힘들어’라고 위로만 바라야지 ‘나도 미워하니 너도 미워 해 줘’ 또는 험담의 대상을 내리깔며 내 자존감을 높이려고는 하지 말자는 것이다. 정 해야 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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