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손승태 Mar 19. 2020

퇴근후에도... 주말에도... 시도때도 없는 직장상사

직장에서 사람 때문에 힘든 이야기

                                                                                                                                                                      

사진 출처 :  Eggbun


Q : 저는 모두가 친하게 지내는 중소기업에 다닙니다. 서로가 가깝게 지내고 회사 분위기도 좋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사장님의 영향이 큽니다. 아침이면 같이 커피 한잔 하고 일을 시작합니다. 점심은 모두가 같이 먹고 퇴근 후에는 일주일에 한 번은 회식을 합니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들으면 분위기 좋은 회사에 다닌다고 부러워할 분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런 친밀함이 저를 너무 힘들게 합니다. 

"000 씨 뭐해? 집에는 잘 들어갔어"

퇴근 후 집에서 쉬고 있는데 톡 메시지가 들어옵니다. 이렇게 시작된 메시지는 한참 동안 오가게 됩니다. 

한 번은 메시지를 안 읽었더니 무슨 일 있는 거냐고 부재중 메시지가 10개 이상이 들어온 적도 있습니다. 

주말에도 예외는 아닙니다. 수시로 연락이 오고 만나서 밥 먹자, 한잔 하자고 하시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한 직원이 참다못해 프라이버시를 지켜 달라고 얘기 했다가 한 동안 분위기가 안 좋아진 적도 있습니다.

우리 사장님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괴롭히고 싶은 걸까요?

다른 건 다 좋은 회사인데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A : 친밀함은 직장 생활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고 큰 힘이 됩니다. 특히 사장님과의 친밀함은 직장생활에 더 큰 영향을 주게 됩니다. 보통의 경우는 이런 친밀함을 형성하지 못해서 어려움을 겪게 되지만 이번 사연처럼 친밀함이 힘들게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 더 곤란한 것은 상대방이 정말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좋은 의도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거절이 쉽지 않고 그 정도는 점점 심해지게 됩니다.

이 사장님은 왜 이렇게 직원을 힘들게 하는 걸까요?


 왜 이러는지 이유부터 알아보겠습니다.

 위와 같은 상황은 어느 한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 특정 유형의 사람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사람과의 관계에 신경을 많이 쓰는 사람

- 일을 할 때도 다른 것보다 팀워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 다른 사람에게 친절하고 다정한 사람

- 다른 사람 좋아하고 먼저 찾아가서 도와주는 사람

- 처음 보는 사람과도 금방 친해지는 친화력이 좋은 사람


 이런 특성을 가진 사람들에게서 위와 같은 현상이 종종 나타납니다.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관계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일을 하려고 해도 먼저 친해져야 하고 친해져야 팀워크가 만들어지고 팀워크가 만들어져야 일이 제대로 된다고 여깁니다.  


 예를 들어 신입사원이 들어왔다면 우선 인사하고 같이 커피 한잔 하고 점심 같이 먹고 저녁에 환영 회식을 합니다. 다음날 출근하면 같이 커피 한잔 하고 점심 같이 먹고 저녁에 환영을 위한 회식을 합니다. 언제까지 이렇게 할까요? 친해질 때까지 합니다. 다른 유형이 볼 때는 이해가 안 되고 굉장히 비효율적이거나 시간 낭비,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라고 여길 수 도 있겠지만 이 유형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과정입니다. 


 이런 이유로 관계 형성을 위한 과정에서 위와 같은 현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또 다른 이유는 친함에 대한 개념입니다. 친하다는 것은 함께 하는 것입니다. 최대한 시간을 함께 하고 공간을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이들에게 친함이란 공사 구분을 허무는 것입니다. 이 유형에게 공사 구분을 이야기한다면 그것은 곧 친함에 대한 거부로 받아들이기도 합니다. 


"친한데 언제 연락하면 어때?"

"친한데 주말을 같이 보내고 싶지 않아?"

"친하면 밤늦게 생각나면 연락하는 거 아냐?" 


라는 식의 생각을 합니다. 

 같은 유형이라면 이런 태도가 오히려 반갑고 기분 좋겠지만 개인의 사생활이 중요한 유형의 사람에게는 매우 괴로운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우선 주의해야 하는 것은 내 감정과 생각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사장님 사장님과 친하게 지내서 좋은데 저녁에는 연락을 자제해 주셨으면 합니다"

라고 말한다면 앞에 친하게 지내서 좋다는 말을 하기는 했지만 그 말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마음속에 '연락하지 마세요'라는 말이 강하게 각인되어

 "그래 알았어 이제 연락 안 할게"

라는 매우 서운한 마음이 들게 됩니다.


절대로 잦은 연락이 힘들다고 솔직하게 말하면 안 됩니다. 

연락을 받을 수 없는 구조를 설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면 식사나 회식 자리 등 공개적인 자리에서

"얼마 전에 스마트폰 중독 진단하는 것이 있어서 해보니까 저도 중독으로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이제는 퇴근 후에는 현관 앞 바구니에 폰을 넣어놓고 집에서는 안 보고 있어요"

라고 연락을 못 받는 상황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간접적으로 당사자와 전혀 상관없는 이유를 만들어 연락을 차단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그리고 낮에 업무 중간중간 메시지를 남긴다면 퇴근 후의 부족한 친밀함을 채울 수 있을 것입니다. 


정리하겠습니다. 

 사생활을 넘나드는 친밀함을 보이는 직장 상사라면 피곤하고 힘들다고 해서 공사를 구분하는 선을 그어서는 안 됩니다. 이는 곳 관계의 단절을 의미하게 됩니다. 

대신 연락을 못 받는 구조적인 상황을 만들어 알려주돼 당사자에게 일대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공지하는 형태를 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다른 시간에 친밀함을 표현해 준다면 사생활도 지키고 친밀함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친밀함이 힘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친밀함은 직장생활에 큰 힘이 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잔소리 또 잔소리 잔소리 대마왕 과장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