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머리가 너무 아프다.
지난번에는 왼쪽 뒷 머리가 아프더니 이번에는 오른쪽이다.
삶에 있어 필요한 덕목 중 하나가 균형감을 유지하는 것이란 걸 잘 알지만 머리 통증까지 좌우로 찾아 올 필요는 없지 않은가.
오른쪽 뒷목에서부터 머리를 타고 올라오는 이번 통증은 마치 머릿속의 뇌를 두 손으로 힘껏 움켜쥐고 양쪽으로 잡아당기는 듯하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픔이다.
몇 초 간격으로 이어 찾아오는 통증으로 깊은 잠 역시 잘 수가 없다.
밤이 되면 통증은 더욱 심해진다.
참고 참다 결국 집 안에 굴러다니는 진통제 한 알 꺼내 먹었다.
그래도 통증은 좀 채 가라앉지 않는다.
이번만큼은 ‘시간이 약이다’라는 명제는 성립될 수 없나 보다.
이쯤 되니 몸에 큰 문제라도 생겼나 싶어 걱정이다.
어지간해서 병원 문턱을 넘어 본 적이 없는 나지만 이번 통증에는 어쩔 도리가 없다.
스마트 폰을 꺼내 토요일 오전에도 진료를 한다는 병원을 급히 찾아냈다.
진료 시작 시간인 9시를 15분 정도 남겨 놓아서 인지 아니면 원래 이 병원을 찾는 환자가 많지 않아서인지 반신 반의 하며 병원 문을 연다. 처음 찾은 병원이니 개인 신상 정보를 작은 메모지에 기록하고 진료 호출을 기다린다.
잠시 후 의사 선생님의 호출이 떨어지고 진료실에 들어가 준비된 의자에 앉는다.
나는 현재의 몸 상태와 통증 부위를 설명한다.
심각한 나와는 대조적으로 원장 선생님은 별일 아닌 듯 진단을 내린다.
“후두신경통이 의심됩니다. 자세한 진단은 CT나 MRI를 찍어봐야 알겠지만 우리 병원엔 그런 장비가 없습니다. X-ray 정도는 찍어 볼 수 있는데 비용이 좀 나옵니다. 검사해 보실래요?
병원 분위기만큼이나 차갑게 의사 선생님은 치료 비용 얘기 먼저 꺼낸다.
몇 해 전 요로결석으로 급하게 응급실을 찾은 아버지에게 병원비부터 내고 오라는 병원 간호사의 모습이 다시 떠오른다. 환자의 아픔과 병의 원인을 찾고 치료하는 것보다 진료비 납부가 우선이라는 씁쓸했던 기억.
아니나 다를까?
진료실을 나서자마자 진료비는 10만 원 나왔으니 먼저 결제를 하라고 안내한다.
이후 몇 장의 X-ray를 찍고, 통증 부위 주변으로 주사 3대를 맞았다. 이어 물리치료실 배드에 걸터앉은 채 자기장 치료, 전기 치료 등 몇 가지 물리치료를 받고 병원을 나왔다.
이후 시간은 흘러 처방받은 3일분의 약을 다 복용해도 통증은 좀 채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근무 중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조금 일찍 병원을 찾을 테니 기다려 달라고 전했다.
사실 필자의 아내 역시 병원에서 물리치료사 일을 하고 있다.
앞서 아내가 일하는 병원이 아닌 다른 병원을 찾고 후회를 한 이유다.
회사에서 조금 일찍 나와 아내가 일하는 병원을 찾아 역시 물리치료를 받았다.
물리치료를 막 끝낸 아내가 다가와 무심코 한마디 툭 던진다.
"이제 좀 어때? 괜찮아?"
“나는 마음을 치료하는 사람이야”
순간 눈물이 핑 도는 것을 애써 참았다.
아내의 말이라서가 아닌
아픔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울림이라서...
사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전 보다는 통증은 줄어 들었지만 순간적으로 찾아오는 아픔은 여전하다.
그런데 그때 그 순간만큼은 잠시 아픔을 잊었다.
그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내에게 전했다.
아까 나한테 한 그 말, 다른 환자들 대할 때도 그 마음 잊지 말고 전해.
“나는 마음을 치료하는 사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