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몸이 너무 피곤해서 책을 별로 못 봤어요. 그래도 매일 2페이지씩은 읽자는 작은 습관 프로젝트 때문에 부담감 없이 2페이지 목표는 달성했습니다. 비글호 항해기는 며칠 빼먹으니까 내용이 낯설어지네요. 아무래도 외국 지역명이 많이 나오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비글호 항해기는 총 21개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고, 지금은 3번째 장을 읽고 있어요. 오늘은 앞서 읽은 1, 2장을 간단하게 요약하고, 인상 깊은 내용을 발췌해보겠습니다. 제가 읽고 있는 책은 각 장 끝에 그 장의 내용을 잘 요약한 요약본이 있다는 점이 좋은데, 독서노트에는 이 요약본을 한번 더 요약해서 기록할게요.
※ 비글호 항해기는 항해 순서에 따른 지역에 대한 기록입니다. 하지만 완전히 시간 순서는 아니고, 영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두 번째 그 지역을 방문했을 때의 기록도 함께 있습니다. 그러니까, 시점이 널뛰기하는 것은 그 지역에 대한 기록을 한 챕터에 몰아서 서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비글호 항해기] 내용 요약
<제1장; 생 자고-카보베르데 제도; St. Jago-Cape De Verd Islands>
1. 비글호는 1831년 12월 27일, 영국의 데번포트를 출발한다.
2. 1832년 1월 16일, 카보베르데 제도에 도착해 생 자고 섬의 주요 항구인 포르토프라야에 정박한다.
- 여러 먼지 꾸러미가 수천 킬로미터나 날아서 이동하는 것을 보고, 민꽃식물의 포자가 멀리 퍼지는 현상에 대해 납득하게 된다.
- 문어의 몸의 빛깔을 바꾸는 능력, 몸을 숨기는 방법, 수관으로 물을 뿜는 능력 등에 빠져들어 관찰한다.
3. 1833년 2월 16일, 대서양 산파울 암초 근처를 지날 때 암초를 덮고 있는 진주 빛 물질을 관찰한다.
- 지질학자들은 화산 활동의 결과물로 여기지만, 다윈은 섬에 쌓인 조개껍데기 가루나 새의 배설물 등 유기물로부터 생성된 것으로 해석하여, 물질의 순환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 이 섬에는 단 한종의 식물도 볼 수 없고, 곤충과 거미류가 동물상의 전부인데, 이를 통해 생물 군집의 천이 과정에 대한 기존의 생각을 뒤집게 된다.
4. 같은 해 2월 29일, 브라질에 도착해 열대 숲의 매력에 매료된다.
- 바다에서 가시복이 몸을 둥글게 하는 능력, 그 상태로 헤엄치는 능력, 물을 뿜어서 몸의 비중을 조절하는 능력을 관찰한다.
5. 3월 18일, 바이아를 떠나 항해하며 바다의 변색 혀상을 관찰한다.
- 적조의 원인을 황녹조류, 극미 동물, 보리새우 등으로 기술하고 있다.
- 이런 미세 동물들이 뚜렷한 경계를 이루어 긴 띠를 형성하는 현상의 원리는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제2장; 리우 데 자네이루; Rio de Janeiro>
1. 이곳에서 관찰한 식생, 동물들의 특징, 사회상, 특히 노예 제도를 거론하고 있다.
- 숲 속에서 일어나는 엄청난 증발 현상에 감탄하고, 열대 지역의 풍경에 경이로움을 느낀다.
- 여인숙(벤다)의 불결함과 주인의 불친절, 노예가 팔려가는 잔인한 행위 등을 목격한다.
2. 무척추동물들의 서식지나 습성, 행동을 자세히 묘사한다.
- 해안선 석호의 해양생물과 보토포고 만의 코르코바도 산 아래 오두막집에 머물 때 동물의 생태를 관찰한다.
- 특히 반딧불이가 빛을 내는 구조나 상황을 기술하고 있다.
- 하이메노팔루스속 곰팡이와 별거저리속 곤충 간의 관계가 영국에서도 비슷하게 관찰되었다는 것을 떠올리며 식물과 곤충들 간의 공진화를 주목한다.
- 펩시스 속 장수말벌과 짧은마디늑대거미의 싸움을 묘사하고, 이 지방의 여러 거미들의 습성을 자세히 묘사한다.
내용 중에서
-1장-
'아프리카 해안으로부터 수백 킬로미터, 심지어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선박이나 남북으로 2천6백 킬로 미터 떨어져 잇는 지점에도 먼지가 내려앉곤 한다. 육지로부터 480킬로미터 떨어진 곳의 배 위에서 채집된 먼지에 0.7 제곱밀리미터보다도 큰 돌멩이가 미세한 물질과 함께 섞여 있는 것을 보고 매우 놀랐다. 이러한 한 사실을 알게 된 후에는, 그 돌멩이보다 더 작고 가벼운 민꽃식물의 포자가 멀리 퍼지는 것에 더 이상 놀랄 필요가 없어졌다.' - 29p
★ 포자가 퍼지는 것은 그 식물 종의 분포와 생식 범위가 그만큼 넓어질 수 있다는 것인데, 이는 대륙에서 뿐만 아니라 대륙으로부터 섬 지역까지, 섬에서 다른 지역까지 생물이 이동하여 분포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생물 분포에 대하여 생태학적으로 중요한 깨달음이라고 생각한다.
'태평양에 산호초가 생기면 위풍당당한 야자나무와 다른 고상한 열대 식물이 먼저 자라고 뒤따라 새가 살고, 마지막으로 인간이 오게 된다는 것이 흔히 말하는 수서다. 그러나 그것은 옳지 않은 것 같다. 그런 줄거리에서 느껴지는 시적 감흥이 깨질까 염려되기는 하나, 새로 생긴 대양의 섬에 가장 먼저 서식하는 생물은 깃털과 더러운 것들을 먹는 기생 곤충이나 거미인 것이다.' - 35p
★ 새로 생긴 대양의 섬에서 시작되는 생물의 천이 과정에 대한 기존의 생각을 뒤집는 의견을 내놓는다. 다윈은 자연선택설 외에도 많은 관찰들을 통해 생물학적, 생태학적으로 중요한 생각들을 많이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즐거운 나날이 계속되었다. 그러나 난생처음 브라진 숲을 거닐어 보는 자연사학자의 흥분을 표현하기에 '즐거움'이라는 단어는 어딘가 미약한 생각이 든다. 우아한 초원, 진기한 기생 식물, 아름다운 꽃, 반짝이는 초록 잎, 그러나 무엇보다도 무성하게 우거져 있는 숲 전체가 나를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간다.' - 36p
★ 자연사학자로서 브라질 숲에서 느끼는 자연에 대한 경이로움을 표현하는 다윈. 나도 개인적으로 아마존 숲과 같은 열대 숲을 직접 보고 느끼고 싶은 소망을 오래전부터 갖고 있었다.
-2장-
'이곳과 같은 대농장에서 노예들이 만족스러운 삶을 산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흑인들은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자신들을 위해 일한다. 풍작을 기대할 수 있는 이러한 기후 조건에서는 이틀 동안의 노동만으로도 그들 전체 가족을 일주일 동안 부양하기에 충분하다.' - 54p
★ 노예와 만족스러운 삶이라는 표현이 공존하고 있다는 것에 놀랐다. 이때 당시 영국에서는 노예제가 폐지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문장을 읽을 때는 다윈이 친노예제도 성향인가 싶었지만..
'대농장에 머무는 동안, 노예가 있는 나라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잔학한 행위를 아주 가까이서 목격했다. 다툼과 소송 때문에 농장 주인이 남자 노예로부터 그의 아내와 아이들을 떼어 내 리우의 공공 경매에서 따로따로 팔려는 순간이었다. 이해관계가 맞지 않아서 이 일은 성사되지 않았다. …(중략)… 이는 맹목적인 이윤 추구와 이기적 관습에는 한계가 없다는 것을 보여 준다. …(중략)… 이처럼 크고 힘센 남자가 자기 얼굴에 곧바로 날아올 것으로 예상되는 주먹을 피하는 것조차 두려워하는 것을 보면서, 당시 내가 느낀 놀라움과 혐오감 그리고 부끄러움을 결코 잊을 수 없다. 그 사람은 이 세상에서 가장 무력한 동물인 노예보다도 더 낮은 퇴화 상태로 길들여진 것이다.' - 55p
★ 노예제도 자체를 좋게 보는 것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이 당시에 영국의 노예제는 이미 폐지되었던 지라, 노예에 대한 학대나 비인도적인 대우에 극도로 거부감을 느낀 것 같다.
'일부 지역에서는 몇 센티미터 정도 높이의 미모사 관목층이 땅 위를 덮고 있었는데, 그 지역을 걸어가면 매우 민감한 미모사의 잎자루들이 아래로 늘어지면서 숲의 음영이 바뀌어 지나간 흔적을 알 수 있게 했다. 이런 멋진 풍경 속에서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대상들을 일일이 설명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내 마음을 가득 채우면서 격앙시키는 경이로움이나 놀라움, 강한 애착과 같은 보다 고차원적인 감정을 적절히 표현하기란 불가능하다.' - 56p
★ 미모사의 잎은 건들면 접히는 반응을 나타낸다. 미모사로 이루어진 관목층이 숲의 음영을 바꾸어 나가는 전경에 대해 다윈이 예찬하고 있는데, 상상하기 쉽도록 서술되어 있다.
'해는 지고 있었고, 부드러운 남풍이 암반의 남사면에 부딪히면서 상층의 찬 공기와 섞여 수증기가 응결됐다. 그러나 가벼운 동심원 모양의 이 구름층이 산마루를 지나 반대편 북사면의 따뜻한 공기의 영향권 내로 들어감에 따라 빠르게 증발됐다.' - 60p
★ 구름의 생성과 소멸에 대해 묘사하고 있는데, 다윈은 지질학, 박물학 외에도 기상 현상까지 꼼꼼히 관찰을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멀리 떨어진 두 지역에서 같은 과에 속하는 식물과 곤충들 사이에 유사성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어떤 지역에 새로운 종을 도입하는 매개체가 인간일 경우 이러한 관련성을 종종 깨진다. 이러한 경우를 한 번은 언급했을지도 모르지만, 영국에서는 많은 민달팽이나 모충들이 양배추나 상추를 갉아먹지만, 이곳 리우 주위의 밭에서는 입에도 대지 않는다.' - 64p
★ 떨어진 식물과 곤충 사이의 관계에 유사성이 있다는 것으로 훗날 공진화라고 부르는 현상에 대해 언급하며, 비슷한 생물이더라도 오히려 지역에 따라 습성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기술하고 있다.
'메뚜기나 장수말벌 같은 큰 곤충이 잡히면 거미는 능란하게 움직여 먹잇감을 매우 바르게 돌리는 동시에 방적 돌기에서 실을 뽑아내 삽시간에 그 먹이들을 누에고치처럼 감싸 버린다. 그런 후 그 힘없는 희생물을 자세히 살펴본 다은 가슴 뒷부분을 물어 치명적인 독을 주입한다.' - 69p
★ 거미가 먹이를 사냥하는 과정에 대해 매우 자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그 외에도 거미의 습성이나 말벌의 침구멍에 입을 대로 체액을 빨아먹는 과정 등이 묘사되는데, 굉장히 신기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