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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마토가든 Mar 11. 2021

[데미안] - 개인은 각자의 알을 깨고 나오는 새다

서재를 채우는 일, 네 번째

헤르만 헤세 [데미안]

저자: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

원어: 독일

역자: 전영애

출판사: 민음사

제목: 데미안

원제: Demian - Die Geschichte von Emil Sinclairs Jugend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는 끝까지 완독 하지 못했습니다. 얇은 두께에, 많이 들어 보았던 명작이라서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헤세의 문체도 익숙하지 않고, 내용이 흥미롭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이번에 진지한 마음으로 다시 읽기 시작하니까, 책이 무얼 말하고 있는지 쉽게 다가왔고, 제 안에서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사실 읽는 과정에 있어서는 [죄와 벌]보다 어려웠습니다. [죄와 벌]은 직관적인 표현들과 주인공 심리에 대한 섬세한 묘사 등으로 내용을 이해하는데 문제가 없었는데, [데미안]의 일부 단락들이 상당히 함축적이고 상징적이며, 매우 추상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단락들을 이해하기 위해서 한 문장에 대해서도 골똘히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이는 헤세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었을 때 납득이 되었습니다. 헤세는 [수레바퀴 아래서], [데미안], [유리알 유희] 등 소설로 유명하지만, 스스로를 시인이라고 부르는 것을 더 좋아했다더군요. 그래서 이런 성향이 문체에도 반영이 된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민음사 판본에는 역자이신 전영애 님의 작품 소개가 부록으로 실려 있는데요. 작품 마지막 부분이 '명료하지 않은 언어와 지나친 상징성이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라고 언급하고 있네요.


 [데미안]은 싱클레어라는 어린 소년이 성장해 가며, 자아를 발견하고 실현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입니다. 그 과정의 시작점에 데미안이라고 하는 선지자 같은 인물이 나타나, 싱클레어라는 개인의 알껍질을 부수도록 유도해줍니다. 이 작품에서 '새'는 중요한 상징성을 갖습니다. 유년기, 청소년기, 청년기를 거치며 인간은 하나의 알을 깨고 머리를 치켜드는 한 마리 매와 같은 존재입니다. 타인과는 다른, 온전히 내 속에서 꿈틀거리는 무언가를 위해 살아야만 한다고 일러주며, 공동체에 매몰되어 개인을 잃어버리는 것은 가장 경계해야 하는 일이라고 지적합니다.


 이 작품은 철저히, 개인에 대한 존중이 담긴 개인주의 작품이자, 성장 철학서 같다는 느낌이 드네요. 제가 좀 더 어릴 때, 이 책을 진지하게 만나 봤다면 어땠을까요? 혼란과 방황을 덜 겪으며, 내 안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진심으로 다해 살아갈 수 있었지 않았을까요? 이 작품을 필두로 헤세의 작품은 <자신에 이르는 길>이라는 큰 주제 의식을 갖게 되었다고 하네요. 그런 의미에서, 많은 자라나는 청소년들과, 사춘기 청년들과, 길을 잃은 어른들에게 권하고 싶은 작품이에요.


 마지막으로, 데미안이라는 이름과 인물이 갖는 의미에 대해 색다르게 바라볼 수 있는 전영애 역자님의 작품 소개 내용을 인용하고 마치겠습니다.


[데미안] 작품 소개 중에서


'~데미안 Demian은 독일어 단어 데몬 Dämon을 연상시킨다. 데몬은 <악령>으로 번역될 수도 있지만 또한 선이든 악이든 한 인간 속에 내재하는 초인적인 힘을 가리킨다. 그러한 데미안이 마지막에 <그 Er>라고 대문자로 표기됨으로써 신처럼 드높여져 있다.' - 22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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