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팀장의 기쁨과 슬픔
입사 12년 차였던 2024년 1월, 처음으로 팀장이 되었다.
여자 동기들 둘은 전년부터 팀장을 달았고, 남자 동기도 나보다 2살 많은 형님 한 명이 팀장을 했었기에 나도 슬슬 하게 될 연차라는 생각을 안 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래도 의외이긴 했다. 대외적으로 어떨지는 몰라도 조직에선 변방 부서에 오래 있었고 과장이 된 이후 인사평가도 그렇게 좋지는 않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맡게 된 팀은 신설 부서였다. 전년도에 TF에 몸담으며 이 부서를 만드는 것을 기획하긴 했으나, 애초에 팀장급 부서보다는 더 큰 형태의 조직으로 구상했기에 당연히 TF팀장이었던 선배가 이 부서의 장이 될 것으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막판에 팀장급 부서로 개편이 되었고 선배는 타 본부의 본부장이, 나는 이 팀의 팀장이 되었다.
보통 조직에서 팀장이 된다는 것은 어느 정도 업무 능력을 인정받은 것을 뜻한다. 그래서 사실 매우 좋아해야 맞을 것 같은데...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마냥 좋지마는 않았다. 어디 나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도 하고, 팀장이 격무에 시달린다는 소문도? 들은데다, 나에게 리더십이라는 것이 있는지도 의문이었기 때문이다.
내 MBTI는 ISFP이다. 호기심 많은 예술가 유형이라는데, 뭔가 조직의 관리자에는 어울리지 않는 성향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가? 그래서 2018년 회사에 '전문직위'라는 제도가 생겼을 때 신청을 했었다. 본인이 원하는 분야의 업무를 장기간 할 수 있게 하는 제도인데, 일은 적성에 맞아 재밌게 했기에 연차가 쌓였을 때 보직자가 아닌 업무 스페셜리스트로서도 인정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결론적으로는 그것은 나의 오판이었다. 전문직위제는 그저 원하는 업무를 오래할 수 있는 수단일 뿐, 승진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았다. 차장, 부장이 되기 위해서는 팀장이나 본부장 같은 보직을 해야 승진에 가점이 있다. 나는 벌이가 변변찮은 하찮은 가장이라 집안을 조금이나마 윤택하게 해줄 승진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에게 온 이 팀장 자리를 거부할 수 없었다.
(정말 하기 싫어서 안하겠다고 하는 분도 있다고 한다)
돌이켜 보면, 내가 어떤 조직의 장이 되었던 건 대부분 이런 수동적인 형태였다. 고3때는 성적으로 부반장이 되었다가 2학기에 반장이 수시에 합격해 어쩌다 반장이 되었다. 스물네살에 들어간 대학에서는 나이가 많아서(ㅠㅠ) 팀플에서 늘 조장을 했고, 농구 동호회에서는 회장하겠다던 동기가 군대로 도망을 가서(-_-) 동기 중 최연장자인 내가 회장을 하게 되었다.
이토록 절대 나서서 뭘 해본적이 없는 내향적인 나이지만 그래도 생계형 팀장으로서 기왕 하게된거 어디가서 쪽팔리지는 않을려고 지금까지 아둥바둥 열심히 달리고 있다. 그렇게 팀장을 하기 시작한지 벌써 1년 반이 되었다.
1년 반이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닌데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리고 다른 팀장님들과 대화하면서 수많은 고충을 접하다 보니 이걸 어떤 형태로든 정리를 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 한 일이건 잘 못한 일이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뇌했던 과정과 실행, 결과에 대한 복기는 분명 오늘보다 조금은 더 나은 내일을 위한 가이드가 되지 않을까?해서다.
그래서 시작한다. 공공기관의 팀장으로 일하면서 겪은 다양한 일들과 그 속에서 느꼈던 기쁨과 슬픔에 대해. 참고로 앞으로 풀어낼 글은 아직 조직에 몸담고 있는 상황인 만큼 내 경험과 다른 이들의 경험이 조합된 팩트(fact)가 아닌 팩션(faction)임을 미리 밝힌다. 나는 아직 여기를 더 오래 다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