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와, 팀장은 처음이지?

공공기관 팀장의 기쁨과 슬픔

by 대기만손

"축하드립니다. 올해 OOO팀 팀장을 맡게 되셨습니다"


인사팀장님에게서 온 전화 한 통.

몇번 말을 섞어보지도 못한 사이라 어색함이 감돌았다.

처음 보직을 맡게되면 이렇게 직접 전화를 하신다나?


아무튼 그렇게 입사 10여년 만에 처음으로 팀장이 되었다.

윤석렬식 나이로는 아직 30대인 나였다. 어색했다. 벌써 내가 팀장이라니?


잘 나가는 동기들 일부는 나보다 어리지만 벌써 팀장을 달고 있긴했다.

하지만 나는 승진도 미끄러졌었고, 회사에서 딱히 눈에 띄는 사람도 아니었다.

게다가 회사생활 내내 사업부서만 돌다가 스탭부서 경험은 작년 TF가 전부였기에 의외였다.


그래도 어찌되었건 조직에서 보직을 달게된 것은 인정을 받았다는 것 아닌가?

일은 재밌어 하고 열심히 하긴 했었으니 좋은게 좋은거라고 조금은 으쓱한 기분도 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불현듯 걱정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내가 팀장을 잘 해낼 수 있을까?"




내 MBTI는 ISFP, '호기심 많은 예술가' 타입이다.


주변사람들이 내가 I라고 하면 좀 놀라는 편인데, 사회나와서 먹고 살려고 하다보니 사람들하고 그럭저럭 잘 어울리는 편이긴 하다. 생계형 E라고나 할까?


실제의 나는 평소에 낯을 많이 가려서 처음본 사람이 나한테 말을 걸면 어떡하지? 하는 고민을 하고, 내가 낯선이에게 말을 거는 것도 참으로 어렵다.

게다가 밖에 나가기 보다는 집에서 편안하게 쉬는 것이 좋아서(OTT 보면서 알콜 한꼬푸... 캬...^0^),

전형적인 I가 맞는 것 같다.


성향이 이렇다 보니 걱정이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뭔가 팀장이라 하면 팀원들을 카리스마? 있게 이끌어야 할 것 같은데...


명량명언.jpg 이런 느낌의 카리스마?ㅠㅠ


카리스마라... 흐음...


집에 계신 어떤 분이 나를 볼때마다 자주 반복해서 부르는 용어가 있다.

물범, 팬더, 돌하르방, 곰, 대형견 등등...... ^^;;

그렇다. 나는 생긴게 카리스마와는 좀 거리가 멀어서(물론 성격도...)


대기만손_기본.png 대충 이렇게 생겼달까?


팀원들이 과연 내 말을 잘 들어줄까? 내가 뭘 몰라서 무시 당하지는 않을까? 같은 것들에 대한 오만가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뭔가를 시켰는데, "이걸 제가 왜 해야되죠?" 이러지는 않을까...
얘기나누다가 "팀장님 이런 것도 모르세요?" 이런 말을 듣지는 않을까...
업무지시를 했는데 "정확히 뭘 하라는건지 모르겠어요"라고 하면 어떡하지?


하지만 이미 닥친 일, 마냥 불안해 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당장 얼마 뒤면 하나의 팀을 맡아서 운영을 해야하는 상황!

분명 나같은 사람들도 어디선가 팀장이라는 것을 하고 있겠지 싶어서, 리더로서 ISFP 성향은 어떤지 좀 구글링을 좀 해봤다.


[ISFP - 예술적인 조화주의자]
ISFP 유형은 예술적이고 감성적인 성격으로, 리더십에서는 창의성을 중시하고 팀원들의 다양한 장점을 존중함. 그들은 조직 내에서 감수성을 더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도입하는 역할을 수행함.


예술적이고 창의적인건 잘 모르겠지만 귀찮은거 싫어하고 비효율적인거 싫어하니까 대충 비슷한가 싶고,

사람들 말 들어준다는 얘기는 좀 듣는 편이라(근데 정말 들.어.주.기.만...^^;;) 이건 잘할 수 있을 것 같고,

아직은? 성선설을 믿는 편이라 단점보다는 장점을 더 보긴해서 이것도 괜찮을 듯 싶고...


이걸 차근히 살펴보고 곱씹어 보니 또 어떻게든 해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다.

이게 어디선가 들어본 서번트 리더십이란건가?


뭐가 되었든, 크든 작든 한 조직의 리더가 되는 것은 살면서 언젠가는 경험해야 하고 진입해야하는 페이즈(phase)다. 뭐가 되었든, 미리 걱정부터 하지말고 일단 부딫혀보자.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The Die is C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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