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병오년, 붉은 말의 해에 던진 출사표

공공기관 팀장의 기쁨과 슬픔

by 대기만손

2026년 새해를 맞이하겠다고 2025년의 마지막 날 카운트 다운을 세던 순간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꽃피는 춘삼월이 와버렸다. 2월에 정기인사가 있었고 나는 2024년부터 몸담았던 팀에 그대로 남게 되었다.


커리어 상으로 지금하는 업무와 팀을 관리하는 롤이 나쁘지는 않고 적성에도 맞기는 하지만, 2024년 이 팀이 신설될 때의 목적과는 다르게 조직에서 바라보고 있기도 하고 그렇게 운영되고 있다보니 계속 남아있어야 하나 고민이 많은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인사야 조직의 결정이지 내가 뭔가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 마음을 다잡고 올해를 준비했다. 어느덧 팀장 3년 차, 그렇게 어색하던 팀장이라는 직함이 어느샌가 익숙해졌다. 그리고 팀을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갈팡질팡하던 머릿속도 조금씩 가지들이 쳐지고, 눈앞의 나무만 보이던 것도 조금씩 숲의 정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사람은 이렇게 경험과 시간이라는 물과 거름을 통해 성장하나 보다.


그래서 올해는 예년보다는 정제된, 그리고 조금은 더 확고해진 메시지로 팀의 운영 방향에 대해 팀원들에게 단체 메일을 보냈다. 그렇게 내가 내던진 올해의 출사표는 다음과 같다.




안녕하세요 2026년 OOOOOOO팀 팀원 여러분, OOO입니다.

올해 저희팀 업무분장과 자리배치 안내드립니다.


저랑 얘기 나누면서 말씀주셨던 희망업무와 현재 분장된 업무에서 다소 차이는 있을 수 있습니다.

업무분장이라는 것이 개개인의 성향과 역량, 적성, 팀내 상황, 전략적 업무 중요도 등을

총체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어 희망하시는 바를 모두 반영하기는 어려운 점 양해부탁드립니다.


각종 지원사업과 위탁사업, 해외사업, 공모사업 등 사업별 형태나 행사시기별로 소요되는 M/M를

최대한 고려해서 비교적 세부적으로 업무를 분장했으나 일이라는 것이 완벽하게 균등하게 나누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는 것은 다들 잘 아실거라고 생각합니다.

동료라는 것은, 팀이라는 것은 그럴 때 서로 도우라고 있는 존재이기에,

저는 저희팀이 모쪼록 서로 잘 보듬어 주며 협력해 나가는 그런 팀이 되길 희망합니다.


'일을 잘한다'는 것이 본인이 맡은 업무만 잘하는 것이라고 저는 판단하지 않습니다.

서로 힘들 때 도와주기도 하고 도움 받기도 하며, 어려운 일은 혼자 끙끙대지 말고

대화를 나누면서 같이 해결방안을 모색해나갈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일잘러'라고 생각합니다.


자기 과신일 수도 있으나, 저도 나름 업무로는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이라 누가 얼마나 잘하는지, 고생하는지에 대해 객관적으로 판단할 정도의 분별력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다른 생각 마시고 모쪼록 업무에 정진하시길 부탁드리고, 주변 동료까지도 살펴볼 수 있는 너그러움도 가져주시길 간청드립니다.


언제부턴가 회사에서 1인 1사업의 폐단을 꼽으며 정(正)부(副) 제도를 제대로 정착시켜야 한다는

얘기들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는 이게 제도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선배는 선배의 역할을, 후배는 후배의 역할을 제대로 하는 그런 조직문화가 형성되면 자연스레 해결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제 의지는 금번 업무분장에 반영했습니다. 전반적으로 경험과 연륜이 필요한 업무는 선배가,

패기와 민첩함이 필요한 업무는 후배가 하도록 분장했고, 향후 업무평가에도 담당업무 외에

각자 선배와 후배의 위치에 부합하게 일을 했느냐에 대해서도 반영할 예정이니 참고바랍니다.


2024년에 □□□와 △△△ 사업(+▽▽▽ 사업의 ☆☆마켓)으로 시작했던 OOOOOOO팀이

작년에는 ▷▷▷ 사업, 올해는 ◇◇◇ 사업이 더해지며 잡탕?이라는 느낌이 들지만 어찌되었든

다양한 ★★를 다루는 '★★팀'이 되었습니다. 조직에서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먹어야

하는 것이 조직원의 비애이기에ㅠㅠ, 뭐가 되었든 올 한해도 잘 비벼서?ㅋ 괜찮은 팀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올해도 본부 선임팀이라 본부장님과도 소통할일이 많을 것 같은데

새로 오신 본부장님과도 함께 같이 즐겁게 잘 지내보시죠~


늘 감사드립니다 :)

- OOO 배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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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인사 이후 한달 보름쯤 지난 지금, 사업들 세팅하고 공고 내고 평가 진행이 한창인데 최근 정부에서 추진하는 몇몇 중요 아젠다들 때문에 가욋일도 많아져서 정말 정신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연말쯤 되었을 때는 올해 이렇게 뿌린 씨앗들이 어떤 열매로 결실을 맺게 될지는 장담할 수는 없지만, 뭐가 되었던 팀원 모두가 고생한 만큼 풍성한 수확을 거둘 수 있는 대풍년의 한해가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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