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만의 발코니 합창.
4년 전.
코로나19가 한국을 거쳐 우리가 살던 이탈리아를 강타하기 시작했다.
데뷔 4년 차.
이제 날개를 펴고, 비상할 준비를 마친 상태였는데...
남편에게 잡혀있던 하나하나 그 소중한 공연들이 모조리 취소되었고, 우리는 집 밖을 나갈 수 없었다.
언론에선 부정적인 뉴스만 보도되었고, 고국에선 걱정만 커져갔다.
격리! 그 생소한 단어가 일상이 되어버렸다. 그 시절 힘들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냐만은...
코로나가 도대체 무엇인지.. 한 치 앞을 모르던 그 시기,
숨만 쉬어도 나가는 고정 지출만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쌓여갔다.
그 무렵 대한민국 외교부에서 교민들을 위해 전세기를 마련해 준다는 공문이 내려왔다.
반갑고, 고맙고, 고민됐다. 이런저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졌다.
평소 운임의 2배가 넘는 항공료도 부담되었지만
안 그래도 수입이 중단된 그 시국에 현지에서 버티는 것이 맞을지, 한국에서 뭐라도 시작하는 것이 맞을지... 머릿속이 너무나 복잡했다.
누구도 미래를 알 수 없었기에...
원래 쉽게 결정을 내리는 성격은 아니다.
시계가 2020년 3월 24일 정오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밀라노 총영사관에 최종 탑승객 명단을 메일로 보내는 순간 나의 심장은 요동쳤다.
그때 내 무의식은 우리 앞에 닥쳐올 미래를 알았던 걸까? 마감을 1초 남긴 11시 59분 59초.
그날 그 전세기 탑승신청메일 '보내기' 버튼을 클릭하던
떨리는 손과 쿵쾅거리는 심장소리가 아직도 고스란히 몸에 기억되어 있다.
그래, 다 잘될 거야! Andra Tutto Bene!
전세기 탑승 날짜를 기다리며 우리만의 기약 없는 '잠시이별'을 준비했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극 'E'탈리안 이 아닐까?
코로나로 모두가 집안에 갇혀 지내던 그 시절.
그들은 낭만과 자유, 함께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 어떻게든 밖으로 나왔다.
집집마다 딸린 손바닥 만한 발코니에서 노래하고, 춤추며, 어려움을 이겨냈다.
Andra Tutto Bene! 를 외치며..
에스프레소 잔 부딪히는 소리, 오토바이 소리, "Ciao! Amore! Bella!"...
늘 시끌벅적하던 우리 집 앞 골목이 말도 안 되게 쥐 죽은 듯 조용하던 그 특별한 시절.
우리도 하늘을 향해 함께 외쳤다!
Andra Tutto Bene! (다 잘될 거야!)
Vincerò! (승리할 거야!)
우리와 5년간 함께한 사랑하는 이웃사촌 Pizza. Family의 아빠, Fabio의 선창, 그리고 남편의 답가!
그 시절 우리는 어떤 어려움도 기쁨으로 승화시킬 힘이 있다고 믿었다.
진짜 어려움을 겪어 보지 못했기에...
https://www.youtube.com/watch?v=CTpm3iWdMDQ
우리가 올린 영상을 보고 광주 KBS에서 인터뷰 연락이 왔다. 남편의 온라인 인터뷰가 담긴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Q5K3advyClY
꼬꼬마 이태리 군의 Vincerò
https://www.youtube.com/watch?v=aPG7D5fih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