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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냐 Sep 26. 2023

부자가 예술을 사랑하면 이렇게 되는구나?

모스크바 근교 / 아브람쩨보 여행 (3)

아브람쩨보 대저택,  오늘의 여행 목적지. 드디어 들어간다!


깨작깨작 읽어본 러시아 그림책을 볼 때마다 "아브람체보 파"인 작가라고 소개되는 걸 많이 봤는데 도대체 그 많은 예술가들을 배출한 대저택은 도대체 어떤 공간일까?


아브람쩨보 대저택에 대한 간단 설명! (자세한 설명은 맨 밑으로)

이곳은 1843년 Sergei Aksakov 가족이 살기 시작한 곳으로, 우리 모두 잘 아는 작가 '고골(Nikolai Gogol)' 이라던지 '이반 트루게네프' 등 유명한 작가들이 손님으로 왔었다 한다.


그리고 1870년 Savva Mamontov가 이 집을 구매한다. 그는 19세기 러시아 철도 갑부(?)로 예술후원가다. 그는 예술을 사랑한 부자로, 러시아의 그림과 예술을 꽃피게 한 장을 만들어 준 사람이다. Vasily Polenov, Victor Vasnetsov, Ilya Repin, Ilya Ostroukhov, Konstantin Korovin, Mahail Brubel, Feodor Chaliapin, Valentin Serov 등 수많~~~ 은 예술가들이 한 군데 모여 영감을 나누었던 곳이 바로 이 공간이다. 이곳은 이렇게 소위 '아브람쩨보 파'라는 일종의 잘 나가는 예술 동아리를 만들어내며, 파리 만국 박람회 등으로 작품을 출품하기도 하는 등, 세계로 러시아의 예술을 알리는데 기여를 했다.


집을 둘러보는 내내, "부자가 예술을 사랑하면 이렇게 되는구나?"를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둘러보는 사람마저 예술적인 감성을 채워줬던 곳, 그런 그의 집으로 가본다.



아브람쩨보 대저택 입장
어쩜 입구 표지판도 갬성 있다.

입구 철장에 달려있는 표지판부터가 뭔가 남달랐다. 10시부터 17시까지 열려있으며, 월/화요일, 그리고 매월 마지막 목요일은 쉰다는 아브람쩨보 대저택.


이곳을 여행할 예정인 분들을 위해 꿀팁을 하나 알려드리겠다.


이 대저택 안에는 여러 건물이 있다. 메인이 되는 대저택, 그리고 부엌, 바냐(러시아 전통 찜질방), 성당 등 참 많다. 각 건물에 들어가는 입장권을 개별적으로 한 땀 한 땀 살 수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두 가지 티켓을 산다.


이거 두개 사서 보고 오면 딱이다!

- Glavni Usadebni dom (메인 대저택) : 450 루블 (약 9천 원)

- Complex ticket (without 'Glavni Usadebni dom(메인 대저택)') : 500 루블 (약 1만 원)


나는 두 번째인, 메인 대저택을 제외한 complex ticket을 사서 메인건물을 제외한 모든 건물을 둘러봤다.


이곳에 왔으면 메인 대저택도 가보는 게 좋을 듯한데,  내가 못 간 이유.


메인 대저택 안으로 가려면 가이드를 꼭 끼고 가야 하는데, 그 티켓은 빨리 매진된다. 따라서, 전날 온라인으로 사고 가는 게 좋을 듯하다. (이게 별거 아닌 꿀팁ㅋ)


그래서 결론 : 나는 메인 건물 말고 다른데 입장해 볼 수 있는 티켓을 사들고 여기저기 다녔다.


메인 대저택



부엌 (Kuhnya)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메인 대저택.

이곳을 보고 오른쪽으로 가면 '부엌' 건물이 보인다. 이곳은 1870년 대저택이 개조될 때까지, Savva Mamontov의 가족이 지냈던 공간이다. 참 소박하다.


으리으리한 저택으로 옮겨가기 전 살았던 작은 나무집. 이런 건물은 전형적인 러시아 건축 양식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마치 서민들의 초가집? 정도다. 19세기말과 20세기 초에는 요 위에 지어진 메인 대저택과 이곳을 연결하는 통로가 있었다고 한다.



지금 이 '부엌'집엔 아브람쩨보파에 의해 수집된 러시아 민속 예술품들이 있고, 이 물건들은 20세기에 더 모아졌다고 한다. 정말 말 그대로 전형적인 러시아의 옛 주방용 민속 예술품들을 볼 수 있었다. 정교하고 예쁜 나무 공예품들이다.


왼쪽 : spinning wheel (물래) / 가운데 : 사모바르 (러시아 전통 차 주전자) / 오른쪽 : 각종 민속 공예품



브루벨의 벤치

부엌 house에서 나와서 바로 오른쪽으로 조금 더 걸어가면, 내가 제일 보고 싶었던 것 중 하나인 브루벨의 벤치가 있다. 가는 길에 흐드러지게 핀 노란 꽃들이 여름의 끝인 듯 가을의 시작인듯한 날씨와 잘 어우러진다.


그 유명한 브루벨의 벤치가 유리장 안에 보관되어 있다. 유리장을 향해 무브 무브!



이 벤치는 러시아의 유일한 화가 미하일 브루벨 (1856-1910)이 만든 것이다.


그는 러시아의 아르누보 (장식 미술)의 대부로, 아래 '악마' 시리즈 그림으로 매우 유명하다. 악마인데 왠지 인간처럼 고독하고 외로워 보이는 남자. 악마는 항상 두려움의 존재였는데 이렇게 표현되어 그 당시 매우 큰 파장이 일었다고 한다. 어두우면서도 신비한 색감을 쓰는 미하일 브루벨.



이 벤치는 아브람쩨보 도자기 작업장에서 만들어진 보기 드문 조경 작업의 일부다. 사실 브루벨 외 다른 작가들도 스케치를 도왔다고 하는데, 그림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정말 섬세하고 색 또한 매우 아름답다. 벤치를 이루는 타일들 중 일부가 사라졌다고 하는데, 1965-1971년 경 복원됐다고 한다.


얼굴들도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여러 색상들이 쓰였는데 조화롭다.


이 벤치의 주인인 '브루벨'은 타일 예술의 대가였다보다. 러시아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라 할 수 있는 '붉은 광장'에 가면 바로 앞에 '메트로폴 호텔'이 있다. 유명한 호텔 '메트로폴' 입면에도 브루벨의 작품이 있다. 모스크바 곳곳에서도 볼 수 있는 '아브람쩨보' 써클의 작품들. 평소 별 생각 없이 다니던 곳곳에 예술 작품이 숨어있었다니, 관찰하는 생활을 더욱 몸에 배게끔 해야겠다 싶었다.


브루벨 <잠자는 숲속의 공주> : 메트로폴 호텔 입면


 

마스터 스튜디오 Studio Workshop

다시 왔던 길 그대로 유턴하여 돌아가면, 수국이 풍성하게 관람객을 환영하는 '마스터 스튜디오'를 만날 수 있다.


이 역시 러시아 고유 스타일의 건축 스타일이다. 사바 마몬토프 등이 이곳에서 조각 작업을 했다고도 한다. 이 건물은 주로 손님들이 묵는 곳으로 활용됐으며, 유명한 화가 발렌틴 세로프(Vanlentine Serov), 일리야 레핀 등이 머물렀다고 한다.



들어가면 아주 멋들어진 조각들을 만날 수 있다. 어떻게 이렇게 정교하게 조각했으며, 어찌 이런 색감을 구현해 냈을까?



아주 멋들어진 조각상들.. 이런 청록색과 파-랑색을 어떻게 만들어냈을지 감탄이 절로 나온다. 우리 집 벽에도 이런 조각 하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보며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보고 있자니 바다의 청량함이 느껴진다.



이 타일 벽난로도 '미하일 브루벨'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악마 시리즈' 그림으로 바빴을 줄 알았는데, 아브람쩨보 대저택에서 열심히 타일들 구상해내시느라, 제법 바쁘셨겠다 싶다. 예술을 사랑한 부자 '사바 마몬토브'의 주문을 받고 벽난로에 쓰일 아름다운 타일들을 디자인해 냈을 그를 상상해 보았다.


이 타일들은 '미하일 브루벨'의 디자인대로 아브람쪠보 도자기 작업장에서 제작됐고, 모스크바 Sadova-Spasskaya Street에 있던 '사바 마몬토브' 집에서 있었다 한다. 그리고 이후 1963년 박물관으로 옮겨졌고 그 후 4년 뒤 이곳에 설치되었다 한다.




보기만 해도 비싸 보이는 작품들을 코앞에서 보는 즐거움이 매우 컸다. 확실히 이곳은 예술을 쉽게 접할 수 있다는 기쁨이 있다.


다음 건물에도 아름다운 예술 작품들이 있으리라 기대하며, 다음 건물로 향했다.


(다음 에피소드에서 계속..)





아브람쩨보 관련 정보들 틈새 정리!


1. 유명한 그림 '소녀와 복숭아' 의 주인공은, 이 집 주인의 딸!

아브람쩨보 저택 주인, 사바 마몬토프의 딸 "베라 마몬토바'가 주인공인 그림. "소녀와 복숭아"




내가 아브람쩨보를 알게 된 건, 이 그림 때문이다.

1887년 이탈리아에서 세로프는 아내에게 편지를 한통 썼다 한다.


"지금 온통 무거운 것들만 그리지, 즐거운 것은 그리지 않아. 나는 오직 기쁜 것을, 기쁜걸 그리고 싶어"


세로프가 첫 번째 주자는 아니지만, 그의 작품은 새로운 해석을 자아냈고 19세기 그림 역사에서 "소녀와 복숭아"는 긍정적이고 기쁨을 재현하는 것에 있어 선두적 역할을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림속 소녀는 아브람쩨보의 저택 (Усадьбы Абрамцебо) 의 주인인 사바 마몬토프의 딸, "베라 마몬토파(Вера Мамонтова)"의 11살 시절이다.


고작 1개월 가량 동안 그려진 습작이지만 화가에게 포착된 배경의 신선함이 자유롭고 인상주의적인 유화에 의해 잘 전달되고 있다. 이 작품은 한 장르를 넘어서, '기쁨'을 표현하고 인생을 즐기는 것과 젊음을 구체화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2. 아브람쩨보는 철도 갑부이자, 예술 갑부의 집.

사바 마몬토프(1841-1918) 의 사진


1841년 철도회사를 운영하는 아버지 밑에서 사바 마몬토프가 태어났다. 그는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아 키웠다. 사바 마몬토프는 아브람쩨보 저택 근처에 농민을 위한 최초의 병원과 학교, 목공소를 세우며 지역 사회에도 이바지 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행한 인물이다.


1872년 사바 마몬토프가가 이탈리아에 있을 때, 조각가 Mark Antokolsky, 화가 Vasily Polenov와 가까워졌다. 마몬토프는 바실리 폴레노프에게 '전체 서클이 모스크바에 정착해서 어느 기간동안 같이 작업하면 실수가 없을 거야'라고 말한 적이 있다 한다. 서클 창립자들은 서로를 가족처럼 생각했고, 아브람쩨보에 있는 동안만큼은 모두가 예술가가 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베라 마몬토바의 사진들


마몬토프가 결성한 아브람쩨보 서클에는, 일리야 레핀(유명한 '쿠스르크 지방의 십자가 행렬' 스케치도 여기서 그렸다.), 바스네쪼프, 세로프 등 유명한 화가들이 포함돼있었다. 이콘 (성상화) 혹은 민속적인 예술품을 수집했고, 소장품이 수천개에 이르렀다. 1890년 세워진 도자기 공방의 책임자인 브루벨을 중심으로, 폴로네프, 세로프, 코로빈 등 화가들이 공방 작업자로 활발히 활동했다. 1900년 파리 만국 박람회에서 수상한 이력도 있다.


마몬토프는 예술가의 피가 흐르는지 극작가로 활동하기도 했다. 다음 포스팅에서 소개할 폴로네브 전시회에서도 볼 수 있었지만, 이 집에서 연극을 하기도 했다. 직접 인형을 만들어 공연을 하기도 했고, 마몬토프는 후에 모스크바에서 오페라단을 만들기도 할 정도로 극 연출에 진심이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1988년 9월, 마몬토프는 채권자들에게 빚을 갚지 못하며 체포된다. 결국 그는 무죄 판결을 받긴 했지만 재정적으로 완전히 파산하게 된다. 그의 모스크바 집은 Sadovaya Spasskaya Street에 있었는데, 1902년 봄엔 그 집도 마몬토프의 미술품 컬렉션과 함께 경매에 부쳐졌다. 일부는 뜨레찌야꼽스키 미술관으로, 일부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러시아 박물관으로 갔다. 그리고 1917년 아브람쩨보 저택은 국가로 넘어갔고, 1918년 아브람쪠보 저택은 박물관으로 개관하게 된다. 초대 박물관장은 사바 마몬토프의 막내 딸인, 알렉산드라 사바쉬나(1878-1952) 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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