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근교 / 아브람쩨보 여행 (2)
여행의 목적지! 아브람쩨보 대저택 입구에 다다랐다.
입구에 보니 미니마켓이 진행되고 있었다. 여기를 놓칠 수 없어 대저택에 가려다 말고 미니마켓으로 발길을 돌렸다.
생각해 보니 이 미니마켓은 근교 작은 도시들에서 종종 찾아볼 수 있었는데, 갈 때마다 마음이 포근해지고 몽글몽글해지는 포인트다.
그 지역 로컬 사람들이 “핸드메이드예요~” 하면서 귀여운 액세서리를 판다거나, “우리 지역만의 음식이에요~ 어제 만든 따끈따끈한 거랍니다.”라고 할 때면 ‘아, 이 작은 도시에서 사람들이 이렇게 아기자기하게 살아가는구나’ 느낄 수 있었다.
머나먼 나라, 큰 도시들에서 뿐 아니라 이렇게 또 작은 도시 곳곳에서도 각자가 터전을 꾸려나가며 사는 걸 보니 새삼 신기하다.
“야르마르카”라 불리는 미니마켓은, 도시만의 특색을 느낄 수 있기에 더더욱 절대 지나치지 않는 근교 여행의 포인트 스팟이다.
여행 가면 마그닛을 꼭 사 온다.
지금이야 여행에서 돌아오면 냉장고에 붙여놓고 다시 잘 보지도 않지만, 나중에 할머니가 되면 모아둔 마그닛을 보며 언젠가 즐거웠던 과거를 회상해보고 싶다.
아브람쩨보에서도, 하나 사 왔다. 그 지역 화가들이 이 도시를 그린 마그닛들이라기에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다. 보통 다른 도시들은 그 지역의 유명한 랜드마크를 공장에서 찍어낸 마그넷을 판매했는데, 여긴 또 화가가 그린 마그넷을 파는 게 인상적이었다.
아브람쩨보가 예술가의 도시라 그런지 더더욱 아름다운 수공예 작품이 많았다.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터가 있는 걸까?
예로부터 많은 예술가들이 거쳐갔다는 곳인데, 지금도 이렇게 많은 예술가들이 이곳에서 이런 작품들을 만들어내고 있구나.
그리고 이 미니마켓의 하이라이트! 블린. 러시아의 팬케익을 그 자리에서 구워주는데, 맛이 일품이었다.
블린이 구워지는 동안 나뭇잎이 날아와 블린에 앉았다. 그 블린을 주문한 언니가 옆에서 “오! 나뭇잎이 이렇게도 떨어지네요. 너무 낭만적이에요” 하며 사진을 찍어대는 것이었다.
그냥 우연히 내려앉은 나뭇잎에도 감성에 취하게 되는 분위기, 비단 나만 몽글해지는 게 아니었네 생각하며 미소 짓게 됐다. 정말 감정이 풍성해지는 기운이 이곳에 있는 건 아닐까?
“여름 베란다”라고 해서 그 지역의 가수들을 초청한 미니 콘서트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노래를 들으며 블린을 맛보았다. 여유와 낭만이 더해져 더 맛있게 느껴졌다.
공연이 너무 좋았는지 옆에서 무해한 표정으로 노래를 듣던 아저씨가 마켓 어딘가에서 고슴도치 인형을 사 와서, 노래가 끝나자 가수에게 “스파시바! (고맙습니다)” 하며 선물해 주었다.
어찌나 마음이 선해졌으면 동전도 아닌 인형을 굳이 사 와서 주는 걸까 싶어 마음이 훈훈해진다.
예술가의 땅에서, 감성이 충만해진 상태로 오늘의 핵심 목적지였던 아브람쩨보 대저택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