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 이스탄불 | 모르고 당하면 더 억울한 외국인 대상 사기
이스탄불은 관광 도시답게, 관광객들이 매우 많다. 나도 러시아에서 출발했지만 어딜 가나 러시아인들도 쉽게 볼 수 있었고, 관광명소들에서는 각종 외국어로 가이드 안내도 제공 되고 있어 편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앞선 포스팅에서 소개한 것처럼 음식도 맛있고 모든 게 만족스러운 이스탄불!
다만.. 한 가지 매우 큰 이스탄불의 단점..
사기가 너무 많다.
단점 하나로, 우리도 여행 중 기분을 아주 크게 상했던 기억이 있는데 아마 이 일들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알고 당해도 기분 나쁜데,
모르고 당하면 더 기분 나쁜 이스탄불의 사기 (1)
구두닦이의 매소드 연기
탁심에서 돌마바흐체 궁전으로 걸어가는 길, 베식타스 스타디움 옆 쪽이었다.
우리 반대편에서 힘들게 오르막길을 올라오던 구두닦이 아저씨가 우리 옆에서 구둣솔을 떨어트렸다. 남자친구는 그걸 주워줬고, 구두닦이 아저씨가 “ㅠㅠㅠㅠ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하며 지나가는 척하더니 돌아와서는 “너무 고마워서요..”라고 하며 무릎을 꿇고 운동화를 닦기 시작했다. 특별히 젤도 발라서 해드린다면서 고맙다는 말을 연발했다.
의심이 많은 나는 영 찝찝했지만, 연기를 저렇게 잘할 수는 없겠단 생각에 그냥 신발을 닦게 두었다. 우리가 해달라 한 것도 아니니.. 20리라(1,000원) 정도 팁이나 쥐어드려야지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다 닦고 나니 당당히 50리라(2,500원) 달라는 것이었다. 줄 수 있었지만, 아니나 다를까 돈 달라는 거였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순진한 남자친구는 200리라(10,000원) 짜리밖에 없다고 했고, 거슬러달라며 200리라짜리 지폐를 주었다. 근데 거슬러주는 척하더니 그 돈을 그냥 주머니에 쏙 넣었다. 그리고 남자친구는 200리라를 하나 더 손에 쥐고 있었는데, 계산이 잘못된 척하면서 그걸 하나 더 낚아채는 것이었다.
그러는 동안 “아내냐? 어디서 왔냐? 너무 예쁘다. 자기는 고향이 앙카라다 “ 등등 말을 세상 사람 좋은 눈을 하고선 청산유수로 뱉어서 남자친구는 그에게 돈을 홀리듯 빼앗겼는데..
옆에서 보던 내가 이건 아니다 싶어서 “돈 다시 돌려달라” 고 하기 시작했다. 평소 의심도 많은데.. 그런 나조차 순식간에 당한 것이다. 그랬더니 눈빛이 세상 사악하게 변하면서 “내 돈이야!!! 특수 젤까지 썼잖아!! 나는 자식도 둘이나 있다고!” 라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열이 받아 나도 언성이 높아졌고… 지지 않고 “경찰 가고 싶냐? 나 진짜 너 경찰 불러서 깜빵 가게 할 거다 “ 하면서 폰을 꺼냈다. 그랬더니 순간 당황한 듯했다.
그러나 갑자기 또 ”저 자식이 있어요.. 한 번만 도와주세요.. “ 하면서 처음의 세상 온순한 양의 표정을 다시 한번 선보이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미 눈이 돌아버린 나도 지지 않고 그 자식의 주머니에 손을 넣으려 하며 “돈 내놔!!! 나한테도 소중한 돈이야!!! “라고 하자 “어딜 감히 내 몸에 손을 대!!!!” 하며 나를 한대 칠 것처럼 했다.
옆에서 당황했던 남자친구도 그걸 보자, 다소 이성을 놓고 “네가 뭔데 이 여자한테 소리를 질러!!” 하면서 소리 지르기 시작하자 “죄송합니다.. 아이가 있어요..” 하며 다시 굽실대기 시작했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가져간 200리라 중 하나는 돌려줬는데, 나머지 한 200리라는 그렇게 가지고 갔다. 사실 구두 닦고 만원 정도 줄 수는 있는데 기분이 미치도록 나빴다. 마치 눈 뜨고 코 베인 게 이런 거구나 뼈저리게 느꼈다.
나중에 길 건너서도 보니, 우리에게 사기 쳤던 그 자리에서 또 다른 여행객들의 신발을 닦아주고 있었다. 달려가서 말해주고 싶었지만 달려가자니, 가면 다 닦고 갈 거리였어서 실패했다.
숙소에 돌아와 검색해 보니 매우 유명한 사기였다고.. 남자친구는 항상 여행 전 “유의해야 할 점, 유의해야 할 사기 유형” 등을 검색해 보는 습관이 있는데, 딱 이번 여행 때만 정신이 없어 그냥 왔다고 하며.. 바보 같았던 자신을 며칠 내내 자책했다..ㅎ
나 역시도 참 큰 깨달음을 얻었다..
여행 전엔 그 나라의 유명한 관광객 대상 사기를 검색해 보고 가자..
알고 당해도 기분 나쁜데,
모르고 당하면 더 기분 나쁜 이스탄불의 사기 (2)
사기꾼보다 더한 이스탄불의 택시 기사들
이스탄불 사람들 조차 학을 떼던, 이스탄불의 택시 기사들.
사실 관광객이 좋은 인상을 가지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 중 하나가 교통수단, 특히 택시가 아닐까 싶은데, 이스탄불의 택시는 정말.. 관광객들에게 나쁜 인상을 심어주는 매우 크리티컬 한 요소다.
Bi Taxi와 Uber를 많이 쓰는데, 나보다 먼저 이스탄불 여행을 갔던 친구는 우버가 잘 잡혔다 했지만 나는 부를 때마다 두 택시 모두 통 잡히지가 않았다.
그래서 항상 길에서 흥정하여 타고는 했는데, 길에서 잡아 타는 게 더 대세인 듯했다.
사실 우리는 딱 봐도 관광객인지라 당연히 기사들이 눈퉁이를 때리고 시작한다. (?) 딱 봐도 그 정도 나올 거리가 아닌 걸 알면서도, 어쩔 땐 낼만 하기도 했고 입씨름하느니 그냥 가자 싶어서 응하고 타기도 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란 것이다.
타고 가는 내내 “교통 체증이 너무 심해” “이 길 말고 저 길로 가야 빠를 거야”라고 하면서 온갖 택시비 얹을 핑계를 만들어 자기는 이 정도 금액은 받아야겠다며 계속 올리는 택시 기사가 있었다.
하필 저 구둣솔을 주운 날이어서, 잔뜩 방어기제가 올라간 상태였는데 그런 나를 건드린 것이다. “내려달라” 고 또 난리를 치기 시작했는데 “나 미터기 대로 갈 뿐이야~ 사기 안 쳐~”라고 하며 끝까지 안 내려주는 것이었다. 나 역시 갈 때까지 나는 그 돈 못 준다고 박박 우겼다.
5000원이면 갈 거리인데, 4만 원을 요구해서 화를 내다 결국 3만 8천 원 정도만 주고 돈이 없다 하고 내렸다. 그 2천 원 덜 줬다고 나에게 “지긋지긋한 인간!!!”이라고 욕을 하며 떠나는 것이었다..
목적지였던 호텔에 내려 이 얘기를 해주니, “정말 제대로 사기당했네요. 저도 이스탄불 사람이지만, 이스탄불 택시는 정말 최악이에요. 대신 미안합니다.. 택시에 달린 미터키도 믿지 마세요.. 택시보다는 트램을 타세요..”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니, 이스탄불 여행자라면..
그래도 대중교통이 잘 돼있는 편이니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절. 대. 구둣솔은 줍지 않으며 털끝만큼이라도 의심되는 호의라면 취하지 않을 것을, 최소한 “돈 내야 하나요?”라고 물어보고 그 호의를 취할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이번 이스탄불을 통해 느낀 건, 먹거리, 볼거리도 풍성해야 훌륭한 관광지지만 관광 인프라와 관광객을 대하는 사람들의 마음 가짐도 준비가 돼있어야 진정한 관광 도시로 거듭날 수 있겠구나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조심만 한다면 더할 나위 없는 관광지이니! 이스탄불의 사기 미리 알고 마음의 준비만 한다면 그곳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덧붙이며 오늘 포스팅을 마무리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