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없는 서른 살의 나, 재미로 꿈을 찾아보고 싶다
유아심리학을 전공한, 내가 요즘 정말 좋아하는 언니가 있다. 그 언니를 알게 된 지 정말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상하게도 내 고민을 다 털어놓고 싶어 진다. 언니가 심리학을 공부하고 상담 업무를 해서 그런지 마음 편히 고민을 털어놓게 하는 장기(?)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 언니에게, 나의 고민을 털어놓은 적이 있었다. 그러고 몇 달이 지나 또 그 언니를 만나게 돼 또 고민을 털어놓을 기회가 생겼다. 언니는 내 이야기를 듣더니 '전에도 이 문제로 고민하고 힘들어했는데, 여전히 이 문제 때문에 힘들어하는구나.. 너도 참 마음이 힘들겠다..'라고 하는 것이었다. 사실 정말.. 힘들어죽겠다!
그래서 나의 고민은?
'꿈이 없어요'
돌이켜 보면, 대한민국의 평범한 학생이었던 나는 '당연히' 수능을 보고, '당연히' 대학을 가서 '당연히' 취직을 해야 한다고 생각을 했다. 그 외 다른 길은 생각해 본 적도 없고 당연히 그것이 정해진 길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리하여 간간히 부모님 속 썩인 적은 있어도(?) 크게 벗어나지 않고 공부도 착실히 해서 대학도 가고, 취직도 잘했다. 어머니 아버지가 내가 좋은 데 취직한걸 자랑스러워하시는 모습을 볼 때면 나 정말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 당시 취직할 곳을 정할 때도 나름의 기준은 있었다. 나는 러시아어와 러시아가 좋으니, 그리고 해외생활이 좋으니 러시아에 관련된 곳 중에, 해외생활을 할 수 있는 곳으로 가야지, 그리고 기왕 한번 왔다가는 인생, 남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면서 살 수 있으면 좋겠다. 이게 다였다.
하지만 이걸로만 직업을 정하기엔, 너무 내가 뭘 좋아하는지, 잘하는지 더 진지하게 충분히 고민해보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글 쓰는 걸 좋아하고, 사진 찍는 걸 좋아하며, 영상 만드는 걸 좋아한다. 그리고 사람들과 교감하고 소통하는 걸 좋아한다.
이젠 이렇게 내가 '뭘 할 때 내가 재밌어 하고, 기분이 좋은지'를 알 수 있게 됐다. 내가 뭘 할 때 재밌고 행복한지에 초점을 맞추고 그에 맞는 특기를 키워왔으면 참 좋았겠다는 생각을 이제야 한다.
누군가는 핑계라 할 수 있겠지만 회사 일을 하면서 '취미'를 돈 벌어먹고살만한 수준의 '특기'로 발전시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또 무엇보다, 심리상담가였던 언니의 말을 빌리자면 '청소년들도 오히려 이것저것 잡기가 많은 아이들이 오히려 꿈을 찾기 어려워한다.'는 것이었는데 이게 참 와닿았다. 친구들도 항상 '넌 참 이거 저거 잘하는 게 많다.'라고 한다거나 실제로 여러 취미를 판 벌려 놓고 하는 나는, 퇴근 후가 되면 글도 쓰고, 영상 편집도 하고, 아이패드에 그림도 그리며 뜨개질도 간간히 하고 있다. 그리고 주말에는 독서모임과 러시아 역사수업, 러시아 그림 역사 수업을 듣는다. 그래서 그런지 이거 저거 어느 정도 취미 수준에선 잘하는 게 여러 가지로 많은데, 뭘 하나 전문가 수준으로 발전시키기가 참 어렵다.
그래도 다행인 건, 러시아에 관심이 있어 러시아에 관련된 쪽으로 왔다는 것.
그거 하나는 참 다행이다. 물론 지금 여러 이슈들 때문에 힘들긴 해도, 내가 이곳의 착한 사람들로부터 얻는 위안은 매우 크니 말이다. 또 여기서 문화 예술을 보고 배우는 과정이 참 재미있다.
현재 이 직업이 나와 맞지 않는 것 같아 방황 중이지만 , 그래도 내가 빠졌던 러시아에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이 생활을 유지하고 지속해갈 큰 힘이 되기도 한다.
아직 해답을 찾지 못했지만, 꿈이라는 건 나도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에, 우두커니 내 옆에 서있게 되는 순간이 오리라 생각한다. 어떤 것에 대해 '너를 나의 꿈으로 임명하노라'라는 확신을 갖기 전까지는 이것저것 지금처럼 재밌는 걸 위주로 해보려고 한다. 하다 보면 걸러지는 것도 있을 것이고 막상 오래 하다 보니 이건 잠깐 흘러가는 취미일 뿐이구나 하는 깨달음도 얻을 것이다.
때로는 모두 그만둬 버리고 꿈 찾기에 매진하고 싶을 때도 있지만, 현실의 벽이 아직은 나에게 너무 크다. 꿈을 좇아 모든 걸 다 내던질 수는 없는 상황이기에 틈틈이 나의 것을 즐기며, 어떤 꿈을 가져볼지 고민해 보아야겠다.
30살에 이런 고민을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이제야 나 꿈을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