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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냐 Sep 06. 2023

오늘 회사에서 제일 친한 친구가 퇴사했다

노력은 우리에게 정답이 아니라서

회사에서 친구가 생긴다는 게 정말 힘든 일이라는 걸 알게 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지금은 친구를 만들라 해도 잘 못 만들 것 같다. 신입사원 때였기에, 순수했기에 가능했던 걸까? 싶기도 한데, 그때 신입사원의 그 순수함과 더불어, 그 친구 자체가 너무나도 좋은 사람이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 앞으로 회사에서 그런 친구를 만나는 건 이제 불가능 할 것 같다 싶었고, 그래서 그녀는 나에게 더 소중한 친구였다.


그 친구로 말할 것 같으면, 한마디로 “닮고 싶은 사람”이다. 동료, 선배, 후배들과도 너무 잘 지내고, 특유의 유머러스함으로 다른 사람을 웃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공감능력도 우수해 다른 사람이 힘들 때 이야기를 잘 들어주기도 하고, 누군가 그녀를 기분 나쁘게 하는 상황이 있어도 어지간하면(?) 상대가 기분 상하지 않게 잘 얘기하는 어마어마한 능력도 있다.


겉은 유들유들해 보이나, 속은 단단해 자기만의 세상이 있는 것 같은 친구이다. 4차원이라는 얘기가 아니라, 본인이 뭘 할 때 행복한지를 알고 있고 혼자서도 척척 잘 즐기는 스타일이다.


그런 그녀는 내가 신입사원이라 일에 허우적댈 때, 옆에서 먼저 일도 도와주고, 힘이 들 땐 어깨를 내어줬다. 내가 러시아에 파견 근무 갈 때 영상편지를 만들어주며 눈물을 흘려주던 것도 그 친구고, 나 역시 한국에 돌아가면 제일 만나고 싶은 친구 중 한 명이 그녀다.


한국에 가면 그 친구와 함께 일할 수 있어 좋았는데, 그런 그녀가 오늘 회사를 떠났다.




그녀가 퇴사를 결정한 덴 많은 사건들과 이유가 있겠지만, 제일 와닿았던 이유는 이것이다.


친구가 마지막 인사를 사내 메일로 하면서 가수 윤하의 ‘사건의 지평선’이라는 노래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노력은 우리에게 정답이 아니라서” 라는 문구를 소개했는데, 그 한마디로 나는 그녀가 새 출발을 해야만 하는 이유를 완벽히 이해할 수 있었다.




노력을 해도 안 되는 것이 있다는 걸, 어른이 돼서야 알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서른 인 지금 알게 됐다.


사실 정말 감사하게도 평범한 가정에서 자라나 공부만 하면 되던 대학시절까지도, 성적도 자격증도 노력하는 만큼 되는 걸 보며 노력하면 얼추 다 이뤄진다는 믿음으로 살아왔다. (공부 안 한 과목은 당연히 결과가 안 좋았고, 재밌어서 열심히 한 과목은 잘 나왔다는 의미다!)


하지만 더 넓은 세상, 더 험한 세상으로 나와보니, 사는 게,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다 내 마음 같지가 않았다. 노력만으론 안 되는 것들이 분명 있었다. 아니, 많았다. 정말 정말 많아서, 내 나이 서른에 새치가 우후죽순으로 나고 있다.




그러기에.. 내 최선을 다해 노력을 했는데도 안 된다고 하면, 무조건 그 허들을 넘으려고 하다 계속 걸려 넘어져서 무릎이 다 까지기 전에, 그 허들이 있는 길 말고 다른 길을 선택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 요즘이다.


하지만 그 다른 길을 선택하는 데에도 수많은 용기와 결단력, 실행력을 필요하다. 쉬운 게 아닌데, 그걸 해낸 친구를 보며 대리만족을 느낀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정말 존경하고 사랑하는 친구인 만큼, 새로운 길에서는 덜 노력하고 덜 마음 써도, 평안한 하루하루가 되면 좋겠다.


노력이 마냥 정답이 아닐 때,

나에게도 적절한 타이밍이 주어진다면 그걸 붙잡고 새로운 길에 발을 내딛을 수 있는 결단력.


친구의 용기를 응원하며, 나에게도 그 마음이 찾아올 수 있는 단단함이 깃들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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