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의 크리스마스 인 유럽
우리에게 두려움을 안겨주었던 " 기차 올라타기 "
오늘은 국경을 넘는 것도 아니고, 기차를 오래 타는 것도 아니기에 약간의 자신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안심하긴 아직 일러~
Trenitalia에서 이미 좌석 예약은 마쳤고, 제시간에 올라타기만 하면 되는데,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시간은 넉넉하게 테르미니역에 나와, 언제든 뛰어갈 태세로 우리 열차가 출발할 플랫폼이 전광판에 뜨기만을 기다리며 뚫어져라 전광판을 주시했다.
이탈리아에서 기차를 탈 때마다 느낀 거지만, 참.. 사람 안달 나게 몇 분 전에야 플랫폼을 띄워준다..
여유롭던 사람들도 플랫폼이 전광판에 나오자마자 미친 듯이 캐리어를 끌고 기차로 달려가게 만드는..
ROMA TERMINI 역을 출발해서 Firenze S.M.N ( Santa Maria Novella ) 역 까지는 약 한 시간 반 정도가
소요된다. 한국에서 미리 준비해 간 기다란 자전거 Lock으로 형 양과 나의 캐리어는 짐칸에 꽁꽁 묶어두고..
이놈의 의심병.. 누구라도 캐리어 옆을 지나갈라치면 자동적으로 눈은 그쪽으로 향한다..
기차 안내방송에서는 기차 중간쯤에 만들어져 있는 Snack Bar 홍보 멘트를 한다... 많이 이용해 달라네~?
그래?! 그럼 이용해줘야지~~ 마침 모닝커피도 고프고..
피렌체에서의 우리 숙소는 Firenze S.M.N 역과 굉장히 가까워서, Hotel " Delle Nazioni "를 찾아가기는
너무나 쉬웠다.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둘 다 움직일게 아니라, 한 명은 짐을 보고 한 명이 먼저 계단을 내려가
길이 맞는지를 확인하고 움직이는..
며칠간의 여행에서 형 양과 나는 좀 야무져졌다고 해야 할까? ㅋㅋ
자.. 이제 르네상스의 중심에 있었던 브루넬레스키가 설계했다는 두오모 성당의 돔을 찾아 나서본다..
두오모 성당.. 하면 영화 「 냉정과 열정사이 」가 연관 검색어로 나올 정도로 영화로 인해서 더 잘 알려진듯하다. 「 냉정과 열정사이 」는 책으로는 읽었지만, 영화를 보지 않은 나로서는 피렌체, 두오모 성당의 어디쯤이 영화에 등장해서 유명해졌는지 알 수 없었다. 피렌체에서 좋았던 건 도시가 그리 크지 않아 특별히 교통수단을 이용하지 않고도 이런저런 곳을 걸어서 닿을 수 있다는 것이다.
Firenze Santa Maria Novella 역을 등지고 길로 들어서 걷다 보니, 양쪽 길가로 명품을 포함하여 여러 가지 물건들을 파는 가게들이 즐비하다. 형 양이나 나는 지도 같은 건 볼 필요도 없었다. 피렌체 도심에 그리 높은
건물들이 있는 것도 아니고, 두오모 성당은 다른 건물보다 조금 더 높아서 멀리서도 그 독특한 지붕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기에 그냥 사람들이 많이 걸어가는 쪽으로 고고씽~ 하다 보면 두오모 성당을 만날 수 있었다.
두오모 성당의 지붕을 닮은, 동그란 수술이 달린 내 모자를 보고, 두오모 모자라고 형 양이 얘기했던 바로
그 성당의 지붕이, 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회백색의 성당 벽면이, 그 자체로 주변을 환하게 밝히는 것만 같은 느낌..
성당 벽면 중간중간 들어가 있는 울긋불긋한 색깔과 그림도 독특했고, 순간적으로 성당 건물 자체가 보석공예를 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성당 건물이 어쩜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
성당을 한참을 바라보며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고 있던 찰나,
갑자기 어디선가 우르르~~ 자전거를 탄 한 무리의 산타 떼 가 " 메리 크리스마스~~"를 외치며 나타났다.
크리스마스를 3일 앞두고 피렌체에서 이런 산타클로스를 만날 줄이야~~
아래, 위 어설픈 산타 복장까지는 그렇다 치고, 루돌프가 아닌 자전거라니..
무리의 중간에는 빨간 비키니를 입힌 헐벗은 마네킹 여자 산타도 있었다.
순간적으로 웃기기도 하고.. 가만히 그들을 보고 있자니 그곳에 모인 사람들이 젊고, 나이 들고를 떠나서 한데 어우러져 이런 유쾌한 퍼포먼스를 준비하고 실행에 옮겨서, 퍼포먼스를 하는 사람도 즐겁고 그것을 보는 사람도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준다는 것이 참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과 즐겁게 사진도 찍었는데, 키높이를 맞춰주던 매너다리 젊은 산타의 사진은 어디로 갔을까?! ㅠ.ㅠ
즐거운 시간을 제공하고는 그들은 또다시 다른 곳을 향해서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이랴~!!
사람 인적이 적은 두오모 성당의 뒤쪽으로 난 길을 걷다가, 잠시 길을 잃기도 하고, 그 길 위에서 작은 상점을
어슬렁대기도 했다. 그러다가 결국은 북극성 같은 두오모 성당 앞으로 다시 돌아와, 반대편으로 걷던 중 시뇨리아 광장으로 들어섰다. 베키오 궁전과 우피치 미술관이 유명하다고는 했지만, 이미 궁전이나 미술관에는
흥미를 잃은 우리들이기에 그냥 지나치고 피렌체 가죽 시장이나 찾아보자고 길을 재촉했다.
광장을 지나서 강가로 나오니, 저 멀리에 피렌체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라고 알려진 베키오 다리가 보였다.
다리는 굉장히 작고, 모양 자체는 그리 특색 있어 보이지 않았지만, 그 다리 위에 들어서 있는 보석상들이 더
유명하다고 할까?
이때 강에서 또 한 무리의 카누를 타고 있는 산타 떼를 발견!
아까 그분들인가? ㅋㅋㅋㅋ
보석상들이 유명해서 여행자들의 지갑을 열게 만든다지만,
사실 이곳에서 팔고 있는 귀금속들은 얼핏 보아도 가격이 꽤 높게 책정되어있고, 디자인이나 취향 자체가
어머님들을 위한 것 같다.. 고로, 우리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보석상들을 지나쳐 어딨니~~?
피렌체 가죽 시장~~?? 맘에 드는 가방 하나 사보자~~ 하고 이 집, 저 집 피혁 전문점을 들락날락했다.
그러던 중, 너무도 우연히 피렌체 한복판에서 그녀들을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