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여행은 아쉬움과의 동행

2013년의 크리스마스 인 유럽

by 로렌

여행자는 항상 아쉬움과 동행을 하나보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로마에서의 둘째 날에는 왜 그리 느긋했는지 모르겠다.

" 되는대로 다니기 " 가 우리의 plan 이긴 했지만, 오전에 바티칸을 둘러보고 나서 오후에 한 거라고는 콜로세움을 돌아보고 판테온을 찾아 헤매다가 그리고 찍어둔 식당을 또 찾아 헤매다가 버스 타고 지하철 타고

호텔로 돌아오기... 이게 전부..

하지만, 그렇게 해서 후회가 되는 것이 아니라, 안달 내지 않고 그렇게 느긋하게 여행의 시간을 보냈다는

것이 그저 좋았다는 것이다.

뭔지 모르지만, 여행 적응자가 되어가고 있는 느낌?

다만, 나에게 로마는 파리만큼 매력적이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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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세움을 보며, 오래전 보았던 영화 글래디에이터 속의 콜로세움과 검투사, 콜로세움의 지하를 어슬렁거리는 맹수의 모습들을 떠올려본다. 엄청난 규모의 콜로세움을 가득 메우고 앉은 관중들이 미친 듯이 환호하고

있는 광경은 오늘날의 시각으로는 잔인하기 짝이 없으나 그 시절엔 하나의 오락거리였고, 화합의 시간이었다고 하는데, 잘 이해가 되지 않기에 좀 으스스한 느낌도 든다.

이렇게 역사가 깊은 유적지안에 들어서면 , 머릿속에서는 이미 광속으로 현대에서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하고 있다는 것이 너무 재미있다.


해 질 무렵의 콜로세움을 배경으로 점프~점프~

콜로세움 형.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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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 사진에 너무 심취했던 탓일까? 콜로세움 바로 앞의 포로 로마노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입장시간을

넘겨 입장 불가.. 헐~ 울타리 사이로 얼핏 얼핏 보이는 모습으로 만족..



이제 판테온을 찾아 나섰다.

로마의 거리를 걷다가 보면, 광장( Piazza )이 참 많이도 있는데, 그 광장들 중에는 눈에 잘 띄는 탁 트인

공간에 있는 것도 있지만, 작은 골목을 돌아 돌아가다가 보면 짠! 하고 나타나는 광장이 많다는 것이 특색인 것 같다. 트래비 분수를 만날 때도 그랬고, 판테온을 만날 때도 그랬고, 레스토랑을 찾아 나보나 광장을

찾을 때도 그랬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있는 연말에, 그것도 주말 저녁에.. 인파로 북적이는 로마의 명품거리 콘도티를 지나

판테온으로 향해 가는 길은 지도가 있어도 지도는 무용지물.. 사람들을 헤치고 걸어야 전진이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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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을 붙잡고, 몇 번의 물음을 거듭한 끝에 골목을 지나니 짠! 하고 판테온이 나타났다.

웅장해 보이는 판테온.. 하지만, 웅장한걸 너무 많이 눈에 넣어서인지 판테온은 그냥 판테온 인가 보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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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오늘 판테온에서는 무슨 예배가 있으신 건지 입장 불가.. 우린 좀 지쳤어..

판테온의 천정을 올려다 보는것은 다음으로 미뤄야 겠다.


이제 그만 헤매고, 나보나 광장 근처에 맛있는 레스토랑으로 가보자고 했지만,

역시나 레스토랑을 찾는 일도 헤매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었음을..

처음부터 그냥 스페인 광장 근처의 웬만한 식당을 골라서 들어갈걸 하는 생각을 수차례 하던 중

의지의 형 양과 나는 또 짠! 하고 골목길 안쪽에서 레스토랑을 만나게 되었다.

『 Da Francesco 』

맛집을 검색하다가 알게 된 레스토랑..

헤매다가 결국엔 찾았지만 지금 다시 찾아가라고 해도 못 찾아갈 것 같은 곳..

때마침 도착한 시간은 레스토랑의 Break time.. ;;

레스토랑 간판에 불이 꺼져있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어.. 약 50분을 기다려야 식당 문을 연다..

누가 뭐래도 우리가 식당 앞에 도착한 일빠!

식당 앞에 쌓인 의자를 집어 들고 문 앞에 죽치고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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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식당 문이 다시 열리고, 일빠로 입장하여 이미 점찍어 놓았던 메뉴를 주문했다.

식당밖에 그리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지는 않았는데, 식당 안은 순식간에 손님들로 가득 찼다.

송로버섯이 토핑 된 피자.. 치즈가 잔뜩 뿌려진 파스타..

피자에 고급 재료인 송로버섯이 올라간 것부터 심상치 않았는데, 그 맛은...

피자의 본고장에서 먹는 피자란 이런 것이구나~~ 환상적인 맛에 완전 감동..

반면, 한국에서보다 못한 파스타는 대 실망. 피자를 인당 각 한 판씩 주문했어야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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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타의 맛이 그러했더라도, 송로버섯 토핑 피자가 그 실망감을 상쇄할 만큼 훌륭하였으니 행복하다..

이제 배도 부르고 기분도 행복하니, 얼른 호텔로 복귀하여 내일 피렌체로 갈 채비를 하여야겠구나..

지하철도, 버스 타기도 익숙하고, 어두운 밤길을 걷는 것도 이제 무섭지 않은데

또 이도시를 떠나야만 하다니..

여행자는 항상 아쉬움과 동행을 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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