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의 크리스마스 인 유럽
하루, 이틀 사이에 트렁크에 짐을 싸고 풀기를 며칠째..
이제는 그건 마치 하루에 정해진 임무인 것처럼, 후다닥 빨리 해치운다.
여행 떠나기 전, 잦은 이동이 부담스러운 부분이긴 했으나, 사람은 적응의 동물..
적응 잘하고 있는 우리가 대견하네..
오늘의 일정은 베네치아 (Venice) → 밀라노 (Milano) → 스피츠 (SPIEZ)→ 인터라켄 (Interlaken West)로 가는 일정.. 휴우~
밀라노 찍고, 스피츠 찍고 열차를 세 번 갈아타고 인터라켄에 도착해야 하는데, ㅋㅋㅋ 두렵지 않다..
제시간에 열차에 짐과 몸만 실어놓으면 열차가 가는 거니까.. Are you ready?
밀라노까지 약 두 시간이 되지 않으니 부담스럽지 않은 시간..
사람도 붐비지 않고 쾌적한 열차여행이 이제 즐겁다..
가뿐하게 밀라노에 내려, 스피츠행 열차를 타기까지는 아직 조금 시간이 남아있어서
우리는 밀라노 센트럴 역 안의 카페에서 차 한잔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그 짧은 시간..
약 보름간의 여행을 통틀어 유일하게 형 양과 나.. 아무것도 아닌 일로 카페에서 얼굴을 붉혔었다.
어느 역이나 마찬가지이듯 먹는 것을 사고파는 사람들은 분주하고 바쁘고 혼잡스럽다..
많은 메뉴 중에서 어떤 것을 먹어야 할까를 결정하고 주문을 하고 돈 계산을 하고..
낯선 곳에서는 이런 작은 일조차 신경이 곤두서는 일 이긴 한데,
우린 좀 너무 예민했었던 거지.. 둘이 함께 줄 서있다가 우리 둘의 싸인이 맞지 않아 서로의 의도를 잘못 알아차리고 약 3초간에 내 얼굴에 스쳤던 " 이건 뭐야? " 하는 나의 표정에 , 형 양도 " 이건 뭐야? "
난 이렇게 할 테니 넌 이렇게 해~!라고 확실히 서로 얘기했음 아무 일도 없었을 일을..
서로 제대로 얘기하지 않고 벌어진 일에 서로가 황당했던 것..
1분도 되지 않아 우리는 서로 " 아까 기분 나빴지?! " " 응? 아니~ " 순식간에 감정을 정리했으나,
이 몇 분간의 일이 이후 여행을 하는 내내 교훈처럼, 좀 더 조심하게 하고 서로를 배려하게 만들었었다.
우린 부부는 아니지만, 부부싸움 칼로 물 베기라고 하듯 언제 그랬냐는 듯 스피츠로 향하는 열차 안에서 얼굴을 붉히며 구입한 올리브 왕창 토핑 된 빵을 나눠먹으며 깔깔깔~
스피츠로 향하는 열차 안에서 , 국경을 넘는 것이라 그러한 건지, 어떤 정보를 입수해서 그런 것인지
모르겠으나 흡사 국경수비대 같은 제복을 입은 사람이 두 남녀에게 가방검사를 하겠다며 열어보라고
재촉하는 듯했다.. 바로 내 옆에서..
물론 나는 상황을 알아채지 못하고 태연히 우유를 드링크하고 있었지만, 그 두 남녀는 알아듣지 못할 말로
상황설명을 하고 있는 듯.. 하지만 그 두 남녀의 좀 이상한 점은 도난 방지 목적일 수 도 있겠으나, 트렁크
전체를 랩으로 돌돌 말아 놓은 것.. 그러니까 열어보라고 하지..
그 속에 뭐가 들었을꼬~ 결론은 어떻게 되었는지 지금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죄짓지 않아도 제복 입은
사람들은 부담스러워..
열차 창밖으로 눈 덮인 산들이 지나가고, 얼핏 얼핏 파란 하늘이 보인다.
뭔가 청정구역으로 가고 있는 듯한 느낌.. 계속 도시 안에서 있다가 자연과 마주하는 시간..
속은 시원하면서, 각자 생각이 많아진다..
이제 마지막 스피츠에서 인터라켄으로 향하는 세 번째 열차로 바꿔 탔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은 이리 봐도 저리 봐도 엽서 같다. 빠른 열차 속에서 그저 눈으로 스캔하기 바빴고,
어서 열차에서 내리고 싶은 생각뿐..
드디어 interlaken west 역에 도착했다.
오는 길은 힘들었지만, 열차에서 내려 콧구멍 속으로 빨려 들어오는 그 맑은 공기 덕분에 오길 잘했어~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