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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수지 Aug 24. 2024

당돌한 예비며느리

누구 엄마라 부르지 마세요.

결혼날을 잡고, 예비시댁 가족&친척들과 대규모 1박 2일을 녀왔다.


걱정반, 설렘반으로 여행에 참석했다.

낯가리는 성격이지만,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있고 싶지 않아 술의 힘을 빌렸다.


1차 바비큐를 끝내고, 2차 도중의 일이다.


이미 술기운이 알딸딸하게 올라와 텐션이 엄청 높아진 나에게 아버님이 한 잔 따라주시면서 말씀하셨다.


"나중에 아기를 낳으면 그땐 누구 엄마라고도 부르고..."


가족 간의 호칭에 대해 이야기를 하시다가, 나중에 아기를 낳으면 아기 이름을 따서 ○○엄마, 누구 엄마라고 부른다라는 말에 벌떡 일어났다.


"아버님, 저는 누구 엄마 싫습니다. 그냥 제 이름 불러주세요."




우리 집에는 '수지'가 두 명이다.


날 부르는 '수지'.

엄마를 부르는 '수지엄마'.


우리 엄마는 결혼을 하고, 첫 아이인 나를 낳은 후에

이름을 잃어버렸다.


과연 동네 사람들은 몇 십 년을 함께 산 우리 엄마 이름을 알까?


그리고 난 다짐했다.

난 절대 내 이름을 잃어버리지 않겠다고.


30년을 나로 살았는데,

결혼했다고, 누구 와이프. 누구 집사람. 누구의 아내로 불리고 싶지 않았다.

아이를 낳았다고, 누구 엄마로만 불리고 싶지 않다.


나도 엄연한 이름이 있는데,

내 이름이 불려지지 않는다는 건,

'나'라는 존재가 부정당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아버님의 말에 반박한

나는 당돌한 며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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