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드가 되고 싶은 이유

정작 저는 자유여행을 합니다만

by 수록



나는 10년마다 직업을 바꾸는 게 인생의 계획이다. 아직 직업을 하나밖에 가지지 못했고, 지금은 다른 직업을 가지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지만 아무튼 그렇다. 서른까지는 얼마 전까지 일했던 회사에서 고생을 했고, 지금은 기계랑 일을 하기 위해서 공부를 하고 있다. 계획으로는 마흔에는 여행 가이드를 하고, 쉰에는 전집을 차리고, 예순에는 찻집을 차리는 게 꿈이다. 그리곤 일흔에 은퇴를 해서 쉬고 싶다. 한 직업을 십 년 이상 유지하지 않으려는 이유는 첫째로 세상이 너무 빠르게 바뀌기 때문에 지금의 직업이 영원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며, 둘째로는 한 직업을 삼십 년씩 하게 되면 인생이 너무 재미가 없을 것 같아서이고, 마지막으로는 아직 그때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꿈이라도 마음껏 꿀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 전집이나 찻집은 나름 자영업과 사장님의 꿈을 품고 잡은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여행 가이드는 왜 하고 싶냐고 물을 수도 있다. 실제로 여행 가이드는 굉장히 힘들고 외로우며 또 고생하는 직업이다. 항상 많은 사람들을 이끌고 돌아다녀야 하는 책임감과 리더십이 있어야 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수용할 줄 아는 관용과 사람들을 만나고 떠나보내는 쿨함도 갖춰야 한다. 심지어 언제 어디서 돌발 변수가 튀어나올지 모르는데 그걸 또 잘 처리해야 하는 위기관리 능력도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이가 그렇게 좋지 않다고도 알고 있다. 그러나 나는 여행 가이드가 나의 천직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여행 가이드의 세 가지 자질을 다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나는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설명하는 걸 좋아한다. 즉, 설명충의 자질을 타고났다. 또 걷는 것을 매우 좋아하며 오랫동안 잘 걷는다. 근력이나 유연성은 좋지 않더라도 걷는 체력만큼은 자신 있다. 마지막으로 붙임성이 좋다. 사람을 좋아하고 낯을 잘 안 가리는 나로서는 가이드만 한 직업이 없다. 게다가 전 회사에서 삼 년간 일하면서 이 사람 저 사람 이상한 사람 나쁜 사람 다 만나봤던 나로서는 더 이상 사람에 대해서도 잘 실망하거나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왜 마흔에?라는 건 언젠간 하고 싶은데 더 늙기 전에 해야 될 것 같아서 마흔이라고 정했다.


그러나 요즘은 누구나 자유여행을 한다. 정보 수집이 훨씬 쉬워지고,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다 보니 이러한 경향은 더욱 가속화가 되고 있다. 나 또한 다르지 않다. 직접 여행을 짜고 자유롭게 다니는 것이 좋다. 그래서 지금까지 많은 여행을 자유롭게 다녔다. 앞으로도 여행 가이드와 함께 여행을 하는 일은 많지 않을 것이다. 물론 나이가 조금씩 먹어감에 따라 귀찮음에 여행 성향이 바뀔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나는 의도치 않게 여행 가이드와 함께 두어 번 여행을 했었다. 이러한 경험으로 말미암아 마흔에 여행 가이드가 되겠다는 꿈도 가지게 되었다.


가이드와 함께 한 첫 여행은 체코 프라하에서였다. 그때 참여하고 있던 대외활동에서 특별 보상으로 오스트리아와 슬로바키아, 체코를 보내주었는데 체코에서는 가이드와 함께 여행을 하게 되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때는 여행을 많이 다녀보지도 않았었고, 그저 유럽을 간다는 사실이 신나서 별생각 없이 떠나게 되었다. 역에 도착하고서부터 우리는 가이드와 함께 여행을 시작했다. 가이드가 잡아 둔 식당을 가고 가이드가 소개하는 대로 관광지를 돌고 가이드가 짜 둔 일정에 따라 숙소로 돌아갔다. 사실 식당은 그렇게 맛있지 않았고, 가이드를 하던 삼촌도 그렇게 붙임성이 좋거나 재밌지는 않았다. 그러나 지금도 기억나는 것은 가이드 삼촌이 프라하 성에 우리를 데려가서 설명을 해줬던 것들이었다. 프라하 성의 입구를 가보면 기둥 위에 동상들이 있는데, 과거 오스트리아에게 지배당했던 사실들을 잊지 않기 위해서 체코인들이 탄압받는 형상을 그대로 제작해 둔 것이라고 했다. 그와 반대로 우리나라는 일본에게 지배받았다는 사실을 하나하나 지우고 있다는 얘기까지 곁들이셨다. 그래서인지 나는 아직도 총독부 건물을 그냥 부숴버린 것이 살짝 아쉽기도 하다. 그리고 프라하 성 안에 대통령이 지내고 있다는 사실과 근처에 있던 카프카의 방까지 둘러보며 설명을 들었다. 사실 혼자 갔다면 전혀 알지 못했을 사실들이었다. 그때 들었던 이야기들은 아직도 기억이 남아 나의 머릿속을 맴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인상 깊은 여행이 되었다.


어쩔 수 없이 가이드와 함께 해야 하는 여행도 있다. 경험도 많고 정보 교류도 활발한 유럽 같은 곳은 자유여행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그러나 관광객이 많지 않은 곳이나 정보가 적은 곳은 가이드와 함께 가야만 안전하다. 대표적으로 몽골 같은 곳이다. 몽골은 차가 없이는 절대 여행할 수 없고, 차가 있더라도 길을 찾을 수 없기 때문에 반드시 현지인 기사님과 가이드를 구해야 한다. 여섯 이서 함께 떠난 우리도 한국에서부터 현지 여행사를 섭외해서 기사님과 가이드를 구했다. 무려 일주일간 24시간 함께 동고동락하며 함께 했다. 몽골에 대한 많은 것을 체험할 수 있었고, 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심지어 말 한마디 통하지 않았던 기사님은 어느새 정이 들었는지 헤어지기가 싫을 정도였다.


나는 여행이라는 것이 무언가를 만나러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순간과 음식, 소리들을 만날 수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제일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언제나 혼자 떠나고 동행을 만나고 사람을 만나서 대화하고자 한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여행 가이드도 여행을 떠날 때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사람들이다. 특히나 그들에게서 많은 이야기를 듣고 많은 시간을 함께 지낼 수 있다. 그리고 가이드와 함께 하면 쉽게 스쳐 지나갔을 많은 것들을 기억에 남길 수 있다. 그 관광지에 담긴 이야기를 듣다 보면 여행의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나름대로 유식해지는 것은 덤이다.


그러나 나는 지금 심히 걱정이 된다. 내가 마흔이 되는 때가 아마도 2030년 정도 될 텐데, 그때쯤이면 AI가 여행 가이드라는 직업을 없애 버릴 것 같은 것이다. 구글글라스 같은 것을 끼고 걸어 다니면 길을 알아서 알려주고, 주변에 맛집이나 관광지를 알아서 알려주고, 사용자가 물어보면 그에 맞춰 답변을 주는 그런 개인화된 AI여행 가이드. 기술의 발전은 점점 가속도가 붙고 있는데 십 년 뒤라면 충분히 가능하지 않겠는가? 그러면 나 같은 인간 가이드는(아직 되지도 않았지만) 점차 시장에서 밀려나서 사라지고 말 것이다. 그래서 다음 여행 때는 현지 투어를 매우 적극적으로 고려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만약 정말로 AI가이드가 나온다면 그 서비스 회사에라도 취업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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