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겨울의 우리 in 아이슬란드
Prologue _ 그리움의 무게
수화물 제한 무게를 훌쩍 넘어버린 숫자 27.8킬로가 계기판에 표시되었다.
체크인 카운터의 직원분이 곤란한 나의 맘을 최대한 헤아려주길 바라며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긴장이 수반된 짧은 침묵이 지나가고, 다음에는 수화물 규정 무게를 꼭 맞춰 달라는 부탁 너머로 나의 수화물은 멀어져 갔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여행은 멈춰버린 지 오래였고, 당연했던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
우리는 새삼 다시 느끼고 있었다.
탑승 시간이 되자 보이지 않던 사람들이 어딘가에서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적막했던 공항이 작은 활기가 돌았다.
하와이 여행에서 돌아온 지 72시간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늘 그렇듯 공항이란 공간이 주는 기분 좋은 긴장감을 가지 다시 암스테르담행 KLM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긴 시간을 기다려 다시 떠나게 된 출발점에서, 나는 그동안의 불안했던 질문들에 확신을 담아 답했다.
이번 여행도 우린 그 누구보다 밝게 빛날 거라고.
아이슬란드로 가는 직항 편이 없기 때문에 여러 경유지의 옵션이 존재하는데, 암스테르담은 가장 완벽한 경유지라고 할 수 있다.
새벽의 스키폴 공항에 도착해서 기차를 타고 센트럴 역에 도착하면, 마치 마법과도 같은 시간이 주어진다.
마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의 꿈꾸던 순간의 시기로의 시간여행처럼 말이다.
감탄이 절로 나오는 야경을 배경 삼아 걷다 보면 이 도시를 나만 홀로 여행하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여기 머물면 여기가 현재가 돼요. 그럼 또 다른 시대를 동경하겠죠. 상상 속의 황금시대. 현재란 그런 거예요. 늘 불만스럽죠. 삶이 원래 그러니까." -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이른 새벽의 암스테르담을 뒤로한 채 라운지에 도착하니 이전보다도 더 늘어버린 짐들의 영향 때문인지 피곤이 몰려왔다.
라운지에서 내려다보는 출국장엔 공항에서만 느낄 수 있는 온갖 감정이 떠다니고 있었다.
금발의 곱슬머리의 남자에게선 어딘지 모를 목적지로 향하는 설레는 발걸음의 시작이,
또 손을 꼭 잡고 있는 어느 노부부에게선 여행을 무사히 마친 후 그리웠던 집으로 돌아가는 안도감이 느껴졌다.
공항에선 감정의 기복이 많지 않은 나도 여러감정의 경계선이 쉽게 느껴진다.
여담으로, 톰 행크스가 주연으로 나온 터미널이란 영화를 참 좋아한다.
그 영화를 좋아하게 되면서 공항에선 늘 바삐 오가는 승객들의 표정과 발걸음을 관찰하는 습관이 생겨 버렸다.
이런 습관은 일반적인 여행자의 시점에서 잠시 벗어나, 조금 더 극적인 감정을 만들어내기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이내 탑승 시간이 다가왔고, 나는 무거운 짐들을 다시 주섬주섬 챙겨 들었다.
마음 한편엔 지긋지긋한 마스크를 던져버리고, 한시라도 빨리 아이슬란드의 맑은 공기를 맘껏 들이마시고 싶은 마음이 절실했다. 또한 동시에 늘 그리워하던 그곳을 조금이라도 늦게 만나고 싶은 마음도 공존했다.
이 무거운 짐들의 무게는 아마도 그리움의 무게인가 보다.
언제가 될지 모를 다음 아이슬란드 여행의 짐도 그리움의 무게만큼 더 늘어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