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더 글로리>
새해를 맞이하는 주말에 정주행 한 드라마!
김은숙 작가의 신작이라는 말에 클릭했는데, 예상외의 느낌이라 감상을 살짝 남겨본다.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가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
뻔한 소재, 뻔하지 않은 연기
학교 폭력을 그린 드라마는 더 이상 새로운 소재는 아니다. 얼마 전, 흥행한 드라마 '약한 영웅'도 학교폭력을 소재로 한다.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복수하는 플롯 역시 복수극에서는 흔한 전개다. 그래서 기사만 봤을 때는 기대보다는 호기심이 컸다. '이 작품.. 성공할까?' 검증된 감독, 작가, 배우가 힘을 합쳤음에도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는 작품은 드물지 않으니까.
이런 우려가 기대로 바뀐 건, 예고편을 보고 나서부터다. 대사를 치는 송혜교 배우의 연기가 눈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송혜교 배우가 연기한 문동은은 학폭으로 영혼이 부서진 한 여자를 뻔하지 않게 연기한다. 특히, 웃는 표정이 클로즈업으로 잡히는 컷이 꽤 있었는데 눈동자까지 연기하는 기분이었다. 얼굴 근육을 어떻게 저렇게 쓰지 싶을 정도로 표정 하나만으로 복잡한 감정을 화면 너머로 전달하는 게 일품이었다.
역시, 김은숙
드라마 '더글로리'는 김은숙 작가의 전 작품을 다 본 시청자가 보건대, 가장 김은숙스럽지 않은 작품이지 않을까 싶다. 그동안 장르가 바뀌고, 채널이 바뀌어도 캐릭터 구축이나 대사에서 항상 작가의 개성이 묻어났는데 이 작품은 사전정보 없이 보면 작가를 유추하기가 어려울 것 같았다. 그게 팬 입장에서는 아쉽기도 했다.
그래도 도깨비나 미스터선샤인에서도 느낀 건데, 김은숙 작가의 대사는 현대물보다 장르물에서 더 감성을 자극하는 포인트가 있었다. 일상에서는 안 쓸법한 로판 같은 대사인데, 되게 고급진 느낌이 났달까. 드라마 중간중간 후킹이 되는 대사가 많은 걸 보고 감탄이 났다. 아쉬운 건 아쉬운 거고 김은숙 작가는 아마 최소 십 년은 더 탑티어로 활동하지 않을까 싶었다. 주력 장르가 아니었음에도 제대로 저력을 보여주며 장르물의 대가로도 자리를 잡을 것 같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의 장르화
물론, 아쉬운 점도 꽤 있다. 너무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같달까. 등장인물 서사를 과감하게 생략하고 속도감을 높여서 8부작을 동시공개하는 방식이 몇 편째 이어지니까 아예 넷플 오리지널 스타일이라는 게 생기는 것 같은 기분이다. '더글로리'에서도 갑자기? 싶은 급발진 전개가 꽤 있었는데, 작감의 전작들에서는 보지 못한 모습이라... OTT 오리지널로 소재와 연령의 제한이 풀려 다양해질 것 같았던 예상과 달리 비슷한 포맷이 하나 생긴 기분이다.
뭐, 그래도 한 번 보면 몰입이 잘 되는 작품이라 정주행 할 작품을 고르고 있다면 이 작품을 보는 걸 추천한다. 시간이 아까울 작품은 아니다. 글에서는 송혜교 배우의 연기만을 말했지만, 정지소 배우부터 김히어라 배우까지 열연을 볼 수 있다. 파트 1에서는 남자 캐릭터들의 매력이 돋보이는 부분이 없었는데, 파트 2에서는 여정과 동은의 쌍방구원 서사가 나오면서 김은숙 작가 표 남자 주인공도 등장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