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나의 해방일지>
주변에서 하도 칭찬을 해서 보게 된 드라마. 사실, 드라마 <또 오해영>과 <나의 아저씨>가 인기는 있었지만, 계속해서 여성관 문제로 논란이 난데다가...이번에도 구씨의 직업이 논란이 되는 걸 보며 볼 생각을 접은 작품이었다. 안 봐도 내 스타일 아닐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랄까. 그러다가 이런저런이유로 반강제성을 가지고 작품을 정주행 했는데....
다 보고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생각보다 재밌네?'와 '이 작품이 시청률이 10%가 넘으면 사회가 많이 아픈 게 아닐까?'였다. 주인공 미정의 감정선이 생각보다 너무....우울했다. 현대인이 대부분이 이정도 우울감을 가지고 살아간다면....문제가 있지 않을까?
이 작품은 어찌보면 굉-장히 도전적인 작품이다. 드라마 작법의 기초를 대놓고 어기기 때문이다. 초반 시청률확보가 중요한 1-4회에 시청자를 후킹하기보다는 느리게 주인공의 감정을 풀고, 한번에 듣고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를 계속해서 사용하며, 대사는 구어체가 아니라 문어체에 가깝다. 이 모든 걸 하고도 흥행에 성공한 건 작가의 뚝심과 저력이지 않을까 싶다.
생각보다 무거운 드라마는 아니었다.
진입장벽이라고 불리는 초반부를 지나면 웃음 포인트가 생각보다 많다. 실제로 중반부부터 반등되는 시청률의 이유이기도 한 것 같다.
그렇다고 생각만큼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것도 아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강점은 핍진성이다. 경기도민이라면 공감할 법한 상황과 직장인이라면 느끼는 감정들이 꽤 사실적으로 그려진다. 그러나 정말... 이 삼남매 같은 성격을 가진 사람이 많을까? 생각하면, 선뜻 그렇다라고 대답하기 어렵다. 주인공들이 사는 현실은 굉장히 현실적인데 인물들은 좀...극화됐다고 해야하나? 디테일한 현실 재현을 굉장히 잘해서 그 성격들이 튀지 않게 잘 섞인 것 같다. (그게 아마..밸런스를 맞추는 능력이지 않을까?)
그런데도 이 드라마를 끝까지 본 이유는
작가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매화마다 다말증부터 시작해서 본인이 생각하는 일상 속 통찰을 쏟아 붓는데,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대사가 일상과 멀어진다. 현실에서는 안 쓰는 말들.... 문학소설에서나 쓰일법한 은유와 비유가 넘쳐나는 대사는 개인적으로 불호에 가깝지만...신기하게 드라마는 계속해서 곱씹게 되는 질문거리를 던지면서 여운을 남긴다. '나는 말을 어떻게 하더라' '나는 어떤 사람이더라'와 같은 물음들. 그게 마니아층을 만든 이 작품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또, 모든 대사가 추상적인 건 아니라 필사해보고 싶은 대사도 꽤 많았다.
원래 약한 인간들이 사악해 그래서 사악한 인간들이 짠한데가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