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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소이 Oct 30. 2023

[드라마 리뷰] 힙하게! 정말 힙한가?

Jtbc <힙하게>




동물과 사람의 과거가 보이는 수의사와 욕망 덩어리 형사의 연쇄살인 코믹 수사극>이라는 소개처럼 ‘힙하게’는 주인공들의 코믹한 티키타카와 수사극 특유의 서스펜스가 어우러진 작품이다. 아쉬운 점은 이 두 가지가 ‘잘’ 어우러지지는 못했다는 점이다.


예분이 싸이코메트리를 얻어 변태로 몰리는 등 코믹스러움이 강조됐던 드라마는 중반부로 갈수록 진지해진다.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서스펜스 비중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결국,‘힙하게’는 연쇄살인범과의 치열한 추격전을 벌이며 범죄 추적 스릴러로 끝을 맺는다. 코믹과 수사가 잘 어우러진 코믹 수사 활극이라기보다는 각각 다른 톤으로 초반부와 후반부가 전개 된다.      


싸이코메트리 능력자가 형사가 만나 공조수사를 하는 소재 자체는 수사물에 익숙한 시청자에게 새로운 소재는 아니다. 하지만 ‘힙하게’는 수의사가 엉덩이를 만지면 싸이코메트리가 된다는 설정을 추가해 새로움을 더했다. 엉덩이를 만지는 설정은 형사인 남주와 수의사인 여주가 자연스럽게 만나게 되는 역할을 하면서 코믹스러움도 더한다.


하지만 수사 플롯으로 짜여진 에피소드들이 코믹한 톤을 유지하기엔 무거운 주제들이 많이 담긴다. 데이트폭력부터 살인까지. 코믹 수사 활극이라면 수의사라는 예분의 직업을 활용해 동물과 관련된 감동을 줄 수 있는 에피소드나 시골에서 일어날 법한 일들을 크게 다루는 게 좋았을 것 같다.  


   

신의 한 수 였던 '캐스팅'

‘힙하게’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캐스팅이다. 예분 역을 맡은 한지민 배우와 장열 역을 맡은 이민기 배우가 케미가 꾸준히 화제가 될 정도로 좋았기 때문이다. 두 배우가 순진한 오지라퍼 수의사 역할과 냉혈한 형사 역할을 100% 소화한 덕분이다. 하지만, 조연으로 넘어가면 아쉬운 점이 많다. 수사 비중이 높아지면서, 코믹한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조연을 활용했는데 되려 불필요한 설정과 장면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인물이 옥희다. 옥희를 의리 넘치는 일진으로 설정해 동생들을 부르는 장면이 너무 자주 등장한다. 날라리였던 옥희의 과거가 왜 중요한 걸까 의문이다. 싸움을 잘하는 설정이 필요했다면, 운동부였다고 설정했어도 충분하다. 장열에게 반해 저주하는 부적까지 만들고 예분에게 협박을 하는 모습도 의리 넘치는 친구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오히려 이런 옥희를 가족처럼 소중하게 여기는 예분이 미련해 보이기까지 한다. 나미란 형사 역시 남편의 외도를 공권력까지 써서 잡고 나서도 욕만 하는 패턴이 반복되다 보니 감초 역할이라고 보기에는 재미가 없었다.       


빈틈 없는 스토리

‘힙하게’는 빈틈이 없다. ‘범인 찾기’ 플롯을 위해 씨를 뿌려둔 복선도 많다. 그 덕에 초능력자가 한 명 더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거나 선우가 죽는다거나, 살인범의 정체가 드러나는 후반부까지 긴장감 넘치는 텐션을 유지한다. 실제로 해당 에피소드가 나오는 회차들은 9%대의 시청률을 보인다.


하지만 ‘힙하게’는 코믹한 톤을 유지하기 위해 종묵과 현옥의 중년 로맨스도 매회 나오고, 옥희의 로맨스도 나오고, 에분엄마의 과거와 차진만의 비밀도 나온다. 16부작 안에 너무 많은 이야기가 담기다 보니 드라마 자체가 산만하게 느껴진다. 불필요한 조연 서사나 에피소드를 과감하게 걷어내고 예분과 장열 중심으로 극이 전개 됐어야 한다.


또, 후반부로 갈수록 개연성이 떨어지는 사건 전개가 종종 등장한다. 예분은 살인을 목격하고, 버스를 막아섰을 때 주민들이 많았는데도 굳이 장열을 찾아간다. 그 주민 중 범인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바로 경찰을 불러 달라고 할 수 있었다. 선우가 죽을 때도 도망가지 않고 돌이라도 주워서 범인을 때릴 수 있었다. 이런 설정은 되려 예분의 매력을 반감시킨다.     


이게...맞아?

드라마 내용 중에 불필요하게 논란이 될 법한 요소가 많다. BJ가 데이트폭력을 당하고 방송을 켜서 돈을 버는 장면이 나오는데... BJ는 데이트폭력 피해자의 면모보다 위선적인 면모를 강조하고 결국 살해까지 당한다. 데이트폭력 피해자를 부정적으로 포지셔닝하는 설정이 꼭 필요했을까 의문이다.

속옷 도둑이 나타났는데, 피해자들이 예쁜 속옷을 사러 간다거나 패싸움을 의리로 연출한다거나 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없어 보이는 내용이 많다.  

드라마 티저 공개 후, 엉덩이를 만진다는 설정 때문에 성희롱 논란이 있었다. 드라마의 중요한 설정이기 때문에 해당 논란은 어쩔 수 없었지만, 그 외적인 것들은 충분히 수정할수 있었을것 같은 내용이라 아쉬움이 남는다.


두 번째는 드라마 패러디다. 현옥과 종묵의 2521 패러디는 화제가 될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하지만, 그 빈도수가 적지 않아서 2521을 보지 않은 시청자들에게도 패러디가 과연 재밌을까 의문이었다. ‘나의 해방일지’ 대사를 따라 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패러디한 드라마를 본 시청자와 아닌 시청자의 반응이 크게 갈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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