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를 주는 순간의 한마디

by 정소이


일을 마치고 지친 마음에 이곳저곳 클릭을 하다 발견한 글 하나.

모 대학 교수가 수업을 마무리하며 학생들에게 보낸 메일인 것 같았다. 온기와 열기를 보내준 그대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어 글을 썼다는 교수의 편지는 처음부터 끝까지 참, 따뜻했다. 착한 페미니즘이 아닌 따뜻하고 정의로운 페미니즘이 곁에 있음을 상기시키며 서로가 서로의 용기가 되어주자는 교수라니. 이 교수의 수업을 들은 학생들은 앞으로 사회를 살아가며 이 편지를 여러 번 떠올리지 않을까.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가끔은 내게 용기를 주고 응원을 해주는 따뜻한 어른이 그리워지기도 하니까.


대학 시절 ‘대학이 무슨 소용이야. 기술을 배웠어야 해’라는 자조 섞인 말을 자주 들었다. ‘문송합니다’의 대표주자인 인문대를 다니고 있었으니 놀랄 일은 아니다. 나 역시 대학에서 배운 것들이 나의 (경제력과 직결된) 생존력에 얼마만큼의 도움을 줬나 생각해보면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건 사실이니까. 하지만 생존력이 나라는 사람의 전부는 아니지 않을까. 쓸모는 없지만 배우고 싶어 시작했던 세계사 모임이나 재밌어 보여 가입한 발표동아리 모두 내게는 소중한 시간으로 기억된다. 이유 없이 무언가를 한다는 게 나이 들수록 어려운 일이 되어가고 나와 뜻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기회 또한 귀해짐을 느끼기 때문이다.


늘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고 지나치는 순간순간이 생각보다 꽤 많은 영향을 미쳤다. 교수님들이 주야장천 설명한 수업 내용보다 가끔 툭툭 던지는 말 한마디가 더 기억에 남는 것처럼. 5학년을 다니는 동안 기억에 남는 교수님이 손에 꼽히는 걸 보면 등록금 대비 알찬 경험이 아니라고 할 수는 있겠으나 힘들 때 가끔 생각나는 가르침 몇 개 가슴에 새겼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았나 싶나.


내가 가장 좋아하는 교수님을 만난 건 5학년 때였다. 당시 자대에 듣고 싶은 내용의 수업이 열리지 않았고 마지막 학기에는 꼭 해당 수업을 듣고 싶어 학점교류를 신청 했었다. 나름 명문대라 불리는 그 학교에서의 한 학기는 대체로 무난했지만, 교수님이 강의 때 보여주는 여러 언행이 기억에 많이 남았다.


교수님은 “상대평가가 별로라고 생각한다면 그 생각을 학교에 말하세요. 원하는 바를 요구하는 걸 두려워하지 마세요.” 정확하지는 않지만 이런 요지의 말을 종종 했다. 실제로 학생들이 집단행동을 하기 위해 수업 중간에 나가는 것도 개의치 않으셨다. (이때 이 학교에 큰일이 있긴 있었는데 외부자인 나는 잘 알 수가 없었다.)


해야 할 말을 하고 행동해야 할 때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자신의 말처럼 교수님은 본인도 사회에 본인의 목소리를 여러 통로로 내고 계셨다. 학교에도 끊임없이 학생들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걸 요청하시는 것 같았다. 학생들에게 자신이 생각하고 주장하는 바를 뚜렷하게 말하고 거침없지만 적확하게 말하는 모습을 보며 ‘행동하는 지성인’은 저런 모습일까 생각했었다. 강의를 들으면 느꼈던 잔상이 내게는 굉장히 진하게 남았다.

해야 할 말을 하고 싶지만 주저하게 될 때 교수님의 말을 곱씹어보고는 한다. 길지 않은 수업이었지만 앞으로 살아가며 순간순간 내게 용기가 되는 가르침을 받았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삶에 힘이 되는 이런 시간과 순간이 계속 계속 생겼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