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무 싫어질 때

백영옥 작가 산문집 <곧, 어른의 시간이 시작된다>

by 정소이

*오래전 소모임에서 쓴 일기 같은 글을 발견했다. 이날 주제가 뭐였길래 이런 글을 썼을까 싶은 글.



고백하자면 나는 요즘 일이 하기 싫다. 사실, 요즘이 아니라 늘 하기 싫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해봤을 생각을 고백까지 하는 이유는 난 나의 이런 생각이 퍽 무섭기 때문이다. 사회생활을 막 시작했을 무렵에는 일이 너무 많아서 일이 싫었다. 정확하게는 업무에 허덕이는 내 모습이 싫었다. 누군가 지친 나에게 너의 열정이 고작 그만큼이라 지금 니가 힘든거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실패하는 것 같았다.


조금 지나서는 일을 함께 하는 사람이 싫었다. 세상에 상식이 이토록 여러개였나 싶은 상황이 연이어 벌어졌다. 내 상식에선 저 사람이 지금 저렇게 당당해선 안되는데. 상대는 늘 위풍당당했다. 그런 사람을 피해 숨이 좀 트이나 싶을 무렵에는 나의 노동의 대가가 너무 형편 없다고 느껴졌다. 또, 일을 하고 싶지가 않아졌다.


모든 게 싫어지다 보니 결국은 내가 싫어졌다. 온통 싫은 것 투성이인 내가 싫었다. 노동의 대가인 경제력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이 사회에서 노동을 하기 싫은 나는 어쩌면 사회부적응자가 아닐까하는 두려움이 나를 감쌌다. 살아남지 못하고, 실패하면 어쩌지.


난 두려움을 느끼는 그 순간의 나를 마주보고 싶지 않다. 실패에 초연한 삶을 꿈꾸면서, 타인에게는 삶에 성공과 실패가 어딨냐며 자유로운척 하면서, 결국은 나의 삶마저 성공과 실패로 구분짓고 판단하고 예민해지는 모습이 내 안에 있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가 않다.


그때마다 백영옥 작가의 산문집(곧, 어른이 시간이 시작된다)을 꺼내본다. 이 책은 '축구 경기에서 골이 터지면 골을 넣고 환호하는 선수의 얼굴 대신 일그러니는 상대편 골키퍼의 얼굴이 먼저 보이는 삶'에 대한 것들이 담겨 있다.


곧 어른의 시간이 시작된다.jpg


남들은 실패라 부르는 그런 삶의 순간들. 작가가 전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이건 실패가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때면 나에게도 누가 '방황해도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책을 덮고 시간이 흐르면 또 비슷한 고민으로 몸부림치겠지만. 뭐, 내가 너무 싫어질 때 위로가 되는 책이 있다는 건 운이 좋은 일이니까. 지금은 그걸로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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