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DRAMA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소이 Jul 27. 2022

[드라마 리뷰] 이거슨 불량식품의 맛?

[넷플릭스] 블랙의 신부


감독 김정민/ 극본 이근영/ 제작사 이미지나인컴스, 타이거스튜디오

출연진 서혜승(김희선) 진유희(정유진) 이형주(이현욱) 차석진(박훈) 최유선(차지연)




오랜만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를 정주행했다. OTT 시청률 집계사이트 플릭스패트롤(FlixPatrol)에 따르면 '블랙의 신부'는 시청률 순위 8위(22일 기준). 들어가자마자 눈에 띄었다. 

'사랑이 아닌 조건을 거래하는 상류층 결혼정보회사에서 펼쳐지는 복수와 욕망의 스캔들을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라니. 딱 봐도 우리가 아는 바로 그 맛일 것 같지 않은가. JTBC <스카이캐슬>의 대 성공 후 꾸준히 나오고 있는 상류층을 배경으로 한 욕망이라 읽고 막장이라 쓰는 이런풍의 드라마. 거기다 넷플릭스라니! 김희선 주연이라니! 어쩌면 JTBC <품위있는 그녀>에서 본 고급진 연기력과 tvn<마인>과 같은 마라맛 속 피어나는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걸까. 기대감이 솟았다. 



이거슨 우리가 생각한 그런 맛이 아니다 

결론만 말하자면 모든 면에서 예상과 달랐다. 마치...고급진 포장지로 포장한 불량식품이라 두근두근하며 먹었는데, 문방구에서 파는 그 맛도 아니고 그렇다고 고급진 맛도 아닌 그런 맛....이랄까. 이 드라마의 유일한 장점은 8부작이라는 점이다. 빠르게 볼 수 있다. (엉성한) 미드 느낌이 물씬 난다. 보고 나서 감독 인터뷰를 찾아보니 실제로 미드 느낌을 내려고 속도감 있게 연출을 했다고 한다. 덕분에 굉장히 빠르게 전부 다 봤다. 


이게 왜 우리가 예상한 맛이 아니냐고? 


*****스포주의*****




시대착오적인 설정과 대사

우선 이 드라마는 '결혼정보회사'(렉스)를 주무대 삼아 이제는 한 물 간 백마 탄 왕자 설정을 다시 가지고 왔다. 신데렐라 스토리라니. 제목에서 말하는 '블랙'은 결혼정보회사 기준 '재벌'이다. 드라마에서 '블랙'은 남자만 나온다. (당연히 남주가 블랙이다)  드라마는 아이비리그를 나온 교수와 승소률 높은 변호사가 돌싱 재벌남을 차지하는 경쟁구도를 강조하며 재벌과의 결혼을 대다수 여성의 염원처럼 그린다. 


렉스 대표의 최유선이라는 캐릭터는 인간의 욕망의 근원은 돈이라 강조하지만 그 수단으로 돈 많은 남자와의 결혼을 당연시한다. 자신도 나이 차가 많이나는 재벌 남편의 병시중을 들며 가정폭력까지 견디며 지낸다. 아무리 현명한 척, 세상사 통달한 척 연기해도 하나도 안 멋져 보이는 건 당연한 게 아닐까....


극 중 악역인 최유희 캐릭터의 서사는 더 심각하다. 최유희는 서혜승 남편(강남식)과 불륜 관계를 이어가다 자신의 비리혐의가 드러나려고 하자 강남식을 성폭행 혐의로 고발하며 비리 혐의까지 뒤짚어 씌운다. 결국, 강남식이 자살을 하고 주인공 혜승의 복수극이 시작되는데 문제는 혜승이 남편이 무고하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남편이 두려움에 떨며 자살했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이후 혜승은 남편을 좋은 사람이라고 말하며 복수를 결심한다. 


현실에서 성범죄 후 가해자가 자살하는 사건은 적지 않다. 자살했다는 이유만으로 바람을 피고 이혼을 말했던 남편이 갑작스레 ‘좋은 사람’으로 포지셔닝 되는 서사는 작가와 감독이 성범죄의 양상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다는 걸 드러낸다. 이 설정이 정말 필요했을까. 

 

매력 없는 캐릭터의 향연

과한 설정에 더해 이 드라마에는 입체적인 캐릭터가 전무하다. 김희선 주연의 복수극이라는 홍보와 달리 여주가 주체적으로 복수하며 극을 이끄는 전개가 전혀 아니다. 주체적인 캐릭터가 인기를 끈 지 꽤 됐는데 <블랙의 신부>는  복수극임에도 불구하고 주인공 혜승의 복수의 치트키는 형주를 향한 "도와주세요" 한마디다. 

결국 형주가 복수를 위해 파티를 열어 대신 복수를 해준다. 복수와 욕망의 스캔들이라고 하기에는 굉장히 밋밋한 복수라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이 드라마의 최종빌런 진유희의 복수가 '결혼'이라는 점도 아쉽다. 남편의 힘으로 대선주자인 아버지를 무찌르고 누가 봐도 이상적인 가정을 만드는 게 목표다 보니 복수의 9할이 유혹이다. 애초에 상대방이 권력을 주는 구도이기 때문에 드라마 내내 진유희는 자신의 성적 매력만을 어필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저지른 죄가 밝혀지면? 복수의 대상인 아버지에게 SOS... 이 드라마에서 여자 인물들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그렇다고 남자 인물들이 매력적인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남주들은 전부 어정쩡하다. 욕망의 화신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타심이 넘치냐 하면 그것도 아니고, 엄청난 사연을 가진 치명적 매력캐인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뚝뚝 끊기는 감정선 사라진 개연성

이 드라마는 처음부터 끝까지 불친절하다. 매력 없는 캐릭터가 자신의 감정에 대한 표현도 안 한다. 아마 속도감을 높이기 위해 많은 부분을 생략한 것 같은데, 그 결과 남주와 여주의 사랑의 결실을 보는 장면에서도 감동보다는 의아함이 앞선다. 


'언제부터 좋아했어? 둘이?' 


시청자로서는 아직 썸도 아닌 단계인데 몰래 고백도 하고 연애도 했는지 갑분 세기의 사랑을 외친다. 주인공들의 연애 전선도 이럴진데, 조연들은 뭐...걍 떡밥이 나오다가 갑자기 사라진다. 당연히 결론도 아쉬울 수밖에 없다. 


IF

차라리 복수극에 초점을 맞추고 서혜승이 처절하게 복수해가는 과정을 그리면 어떨까. 산전수전 다 겪고 모럴이 점점 사라지며 변해가는 주인공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잡아가면서 극적인 복수를 하면 더 좋지 않았을까...? 


아님 최유선 캐릭터를 남편의 돈보다는 복수 자체가 목적인 캐릭터로 만들고 진유희도 아버지에 대한 복수를 조금 더 매운 맛 풀어내서 3명의 여성 캐릭터가 각자의 복수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마라 맛 복수극이었으면 더 재밌었을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드라마 추천] 무더운 여름, 미스터리 스릴러 한 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