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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소이 Sep 02. 2022

[드라마 분석] 클리닝업



오늘 기록할 드라마는 얼마 전 종영한 JTBC '클리닝업'이다.  청소(cleaning up)부들이 주식 내부자 거래를 통해 거액(cleaning up)을 버는 여성 케이퍼 물이라는 소개를 보고 기대감 가득 안고 넷플릭스로 정주행했는데...감상은?? 


연출 윤성식 극본 최경미 제작사 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 SLL

출연진 염정아 전소민 김재화 이무생 나인우 



참신한 소재와 박진감 넘치는 초반부 

1회부터 3회까지는 케이풀의 장점을 살려 쫄깃하게 몰입해서 보는 맛이 나는 작품이다. 주인공인 용미가 정말 내부자 거래 정보를 몰래 훔쳐 듣는 게 성공하는지, 아닌지. 복선으로 깔리는 저 인물들이 아군인지 적군인지 추리하면서 보게 됐다. 사건을 진행하는 속도도 빨라 지루할 틈이 없었다. 




주연 3인방의 안정적인 연기력

드라마를 이끌어 나가는 주연 3인방 어용미(염정아), 안인경(전소민), 맹수자(김재화) 배우 모두 맡은 바 역할을 100% 해줬다고 본다. 남편의 외도로 이혼하고 딸 둘을 기르는 어용미와 실질적 가장인 맹수자의 억척스러움과 소심하고 멍청하지만 착한 안인경 캐릭터가 직관적으로 보이게끔 연기했다. 문제는 캐릭터 그 자체에 있었다. 


비호감인 어용미 캐릭터

어용미는 3인방 중에서도 범죄를 주도적으로 이끌면서 극의 중심이 되는 인물인데...캐릭터가 너무 비호감이다. 극 초반 내부자 거래는 하고 싶은데 돈이 없던 용미는 인경을 물주로 끌어들인다. 

“왜 우리는 못 해? 많이 배운 그들은 하잖아? 우리도 좀 평범하게 살아보자~” 라며 꼬드기는 용미에게 

“죄짓지 않는 게 평범한 거야”라고 답하는 인경은 누가 봐도 성실 근면 청년이다.

거절하는 인경에게 용미는 되레 화를 낸다. 커피트럭 장사를 해보겠다며 한 푼 두 푼 모은 돈에 부모님이 결혼자금으로 쓰라고 보내 준 돈인 걸 알면서도 범죄를 제안하는 모습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차라리 인경 역시 벼랑 끝에 몰린 상황이고 내부자 거래 외에는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망설이다 제안하는 모습이었다면 거부감이 덜 했을지도 모르겠다. 



주제가 모호해지는 중후반부 

현실에서 억척스러움은 불쾌감을 자아내기 쉽다. 아마 용미의 억척스러움도 현실 반영을 염두에 뒀을 것이다. 그러나 수자의 억척스러움은 공감이 되면서 용미의 행동에 불쾌한 건 왜일까. 용미가 화를 내는 대상이 악역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용미는 도박중독으로 사채가 있고 가족은 그런 용미를 불안해한다. 출처를 모르는 돈이 생겼을 때 용미 오빠가 자신의 통장에 돈을 넣은 후 자식들 이름으로 적금을 들겠다고 했을 때, 외제차를 부수면서 복수하는 모습은 사이다라고 보기에는 과한 측면이 있었다. 물건을 훔치는 도벽이 생긴 자식의 편을 들기 위해 슈퍼에서 난동을 부리는 장면도 마찬가지다. 


이런 모든 행동이 공감을 얻으려면 용미는 도박중독을 '완치'하고 새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소시민이어야 하는데 용미는 어려움이 닥치자 또 한번 도박에 손을 댄다. 남들이 걱정할 만한 인물인 것이다. 


단편적인 안타고니스트(적대자)

송우창이라는 최종악역이 본격 등장하면서 극 분위기는 급격학 무거워진다. 예고편을 보고 가벼운 코믹 케이퍼물인 줄 알았는데 이때부터 당황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심지어 초반 악역이 갑자기 조력자가 되기 시작한다. 야구 방망이로 창문을 때려 부수려고 하고, 자식을 볼모 삼아협박하던 중독치료소 동기 사채업자 오동주가 용미에게 인간적인 정을 보여주는 거다. 송우창 팸이었던 금잔디, 윤태경도 막판에 가서는 송우창과의 대립각을 세우며 조력캐로 등장한다. 어용미와 러브라인이 있는 이영신은 어용미를 지키기 위해 희생을 하면서 까지 송우창과 대립한다. 결국, 악역이 송우창이란 인물 하나로 모아지는데...


찝찝한 해피엔딩 

그 결과, 결말이 상당히 찝찝해졌다. 물론...금잔디나 이영신이나 검찰 조사도 받고 법적 죄값을 다 치르지만 갑자기 조력캐가 되어서 한탕 크게 하고도 잘 먹고 잘 사는 사채업자 오동주에 주인공 3인방도 후회하고 고생하고 범죄 손절을 외치지만...결론은 주식해서 번 돈으로 수자는 세계여행을 다니고, 인경은 커피 장사를 시작하고 용미는 꽃집과 새집이 생긴다.  청소부만 했을 때는 상상도 못 했던 삶을 범죄로 얻은 것이다. 


한국 정서랑 안 맞았던 설정들

물론 캐릭터의 도덕성이 매력의 지표가 아닌 걸 생각해보면 권선징악이 제대로 표현되지 못해서 찝찝한 게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드라마 방영 후 주인공 어용미의 모습이 시청자의 호응을 얻지 못한 걸 봤을 때 영국 원작의 설정들이 한국 정서에 안 맞았다고 보인다. 도박중독 설정이나 일한 돈을 계속해서 잃는 노답 캐릭을 조금 각색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아니면 차라리 영화가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 싶다.



여성 주연 케이퍼 물이라 기대했으나..........많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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