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 박수진 김지연 극본 김지은 제작사 보미디어
출연진 서현진 황인엽 허준호 배인혁
‘살기 위해, 가장 위에서, 더 독하게’ 성공만을 좇다 속이 텅 비어버린 차가운 변호사 오수재와 그런 그녀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무엇도 두렵지 않은 로스쿨 학생 공찬의 아프지만 설레는 이야기
믿고 보는 서현진
방영 전부터 서현진 주연의 원톱 법정물이라는 이유만으로 주목을 받은 작품답게 서현진은 오수재를 훌륭하게 표현해냈다. 회제성과 연기력을 모두 잡은 성공적인 캐스팅이라고 생각한다. 대사량이 많았는데, 딕션 좋은 걸로 유명한 배우답게 답답함 없는 시원한 연기!
연기력 대결 긴장감 맥스..그러나 멍청한 악역들
이 드라마의 대표 안타고니스트(적대자)인 허준호(최태국) 배우의 연기력도 극강이라 오수재와 최태국 대립씬이 긴장감있게 살았다고 본다. 아쉬운 점은 최태국말고는 악역들이 전부 멍청하다. 오만한 캐릭터라는 건 알겠다. 그래도 긴장감을 줄 부분에서는 긴장감을 줘야하는데 이인호-한성범-최태국 3인방이 나오는 장면마다 최태국 혼자 연기한다는 느낌이 강했다. 3명의 신경전, 두뇌싸움이 강조되는 부분이 분명히 있었는데 장르물 느낌을 확실히 살릴 수 잇는 포인트기도 했는데 아쉽다.
불친절한 전개들
사건이 너무 많다 보니 뒤로 갈수록 시청자에게 불친절한 연출도 종종 보였다. 당연히 인물의 감정도 스킵되니까 전개 따라가기가 벅찼다. 대표적으로 오수재가 최준완의 딸을 보고 태명인 하늘이를 연상한 걸로 보아 오수재 딸이라는 복선이 중반부에 깔렸다. 후반부에 딸임이 밝혀지는 것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딸이 죽고 자살로 이어지는 오수재의 선택이 너무 급작스러웠다. 애지중지하던 딸이 자신의 복수로 인해 죽자 자신의 삶을 포기하는 서사와는 달라야했다. 모성애라는 한 단어로 오수재의 감정을 표현하기는 무리가 있었다.
제2의 박모건인가
드라마의 맥을 끊는 커터칼 역할을 한 로맨스....뭐가 문제였을까. 처음에는 드라마 www와 같은 경우인가 싶었다. www에서도 박모건-배타미 커플의 로맨스가 극의 옥의 티였는데 자세히 보니 그것과는 결이 달랐다. 우선 박모건의 경우는 캐릭터나 대사의 문제가 아니였다. (내가 보기에) 그저...능글맞은 대사를 장기용 배우가 담백하게 살리지 못한 것뿐. '시크릿가든'의 현빈이나 '태양의 후예' 송중기 배우처럼 현실에는 없는 글로만 존재할만한 오글대사를 설득력있게 풀어내는 배우들이 있는데 이게 드라마에서 배우의 역할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공찬은 복합적으로 문제가 있어보였다. 우선, 여주와 남주의 멜로 감정선이 이해가 어렵다. 3회에서 갑분 로맨스가 본격 시작되는데. 보는 시청자는??갑자기???? 싶달까. 거기다 극이 진행될수록 공찬은 캐릭터 자체가 멋이 없다. 멋이 없으면 배우가 연기력으로 멋을 연기해야하는데 배우의 연기력이 아직 그 수준은 아닌 듯했다. 심각한 발연기는 아니라 캐릭터가 괜찮았으면 큰 문제가 없었을 것 같은데... 순애보 연하남이 되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했다.
급발진하는 서브남
심지어 서브남도 이상하다. 최윤상 캐릭터의 포지셔닝이 모호했다. 처음에는 조력자 포지셔닝인 줄 알았는데 갑자기 서브남이 됐다. 서브남이 된 후에는 믿도 끝도 없이 소원으로 연애하지 말라는 부분은 ‘네가 뭔데?’싶었다. 서브남이 여주를 좋아하는 서사가 생략되니까 그냥 이상한 남자같았다...
그 외로도 최태국 아들로 살겠다고 선언한 후 크게 변한 모습을 볼 줄 알았는데 그냥 아버지 사무실 털기 정도의 역할로 그쳐서 아쉽기도 했다. 보통은 의상이라도 ‘나 잘나가는 변호사’야’ 느낌나게 연출하는데 그런 거라도 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차라리 보면서 윤세필이 서브이길 바랐다.
노맨스를 추천합니다
차라리 수재를 변하게 하는 역할을 남주 한 명에게 맡기지 말고 ‘이성애’ 대신 ‘인류애’를 강조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소재는 충분했다. 리걸클리닉과 식당. 오수재에서도 따뜻한 밥이라던가 리걸클리닉 학생들의 지원 같은 부분이 존재했지만 비중이 적었다. 공찬 캐릭터도 로맨스보다는 고난을 겪으면서도 나와는 다른 선택을 하는, 그 간의 선택을 되돌아보게 하는 역할로 만들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리걸클리닉 학생들 사연도 하나씩 나오면서 변호사로서의 보람을 되새기고 식당을 사랑방처럼 썼어도 기획의도에 부합했을 것 같다. 드라마 <비밀의 숲>에서 보여주듯 남주와 여주의 로맨스 없이도 드라마는 충분히 재미있을 수 있다.
결론은 2% 아쉬운 드라마였다. 오수재와 최태국의 연기만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