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인사이더>
리뷰를 하기 전 밝힌다. 사실... 나는 느와르물을 좋아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글에 나온 나의 불호 지점은 취향 때문일 수 있다. 그러니 '누아르' 좋아하는 분들에게만 추천한다.
출연진 강하늘, 이유영, 허성태, 김성호, 강영석 등
관람가 19세 이상 드라마
드라마 <인사이더> 는 흔치 않은 19세 이상 드라마다. 영화와 드라마의 경계선이 흐려지면서 생기는 현상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잔인한 걸 잘 못 보는 나에게는 과하게 자극적이었다. 영화 <신세계> 정도...?? 칼도 서슴없이 쓰고 피도 낭자하고... 총도 쏜다. 액션을 좋아한다면 볼거리는 많다.
당연히 내용도 자극적이다. 이 드라마는 <잠입수사를 하던 사법연수생이 나락으로 떨어진 뒤, 교도소 도박판에서 고군분투하는 액션 서스펜스극> 인데 주인공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과정도, 나락으로 떨어지고 난 후에도 쉬운 게 하나 없다. 주인공은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구른다. 데굴~데굴~
기획 의도에 보면 성장 서사를 담았다고 하는데 사법연수원생이 교도소를 접수하고 카지노 지배인이 된 과정이 '성장'인지는 의문이다.
흔한 소재지만 재치 있는 연출 돋보여
이 드라마를 볼 때 눈에 띈 건 재치 있는 연출이다. 교도소에서 도박을 배우는 주인공은 먼치킨처럼 한 번에 도박왕이 되지 않고 구르고 구르며 배운다. 그 과정에서 주인공이 도박판을 보면 하는 생각을 독백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나, 머리로만 정보를 외울 때 유체이탈 식의 연출로 주인공의 천재성을 부각하는 등의 연출은 흔한 소재를 신선하게 느껴지게 하는 요소였다. 구구절절 도박룰을 설명하다보면 지루할 수 있는데 그런 단점을 상쇄한 영리한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더 지니어스 좋아하면 취향에 맞을 듯)
몰입되는 스토리와 감정선... BUT
사실, 인생 막장 주인공의 복수 여정은 신선한 소재는 아니다. 교도소와 복수라는 키워드는 최근 인기를 얻는 드라마 <빅마우스>와도 겹친다. 물론, <인사이더>와 <빅마우스>는 소재가 겹칠 뿐 전혀 다른 길을 걷는다. 보통, 영화에서 자주 쓰이는 소재를 드라마에 가져와 장르물로 만들 때는 '대중성'을 고려하는데... <인사이더>는 과감하게 누아르물의 특성을 살리는 정면 돌파를 택한다.
그러다 보니 연출과 스토리에 힘이 잔뜩 들어있다. 드라마는 대체로 재밌다. 주인공의 묘수를 플래식백을 사용해 보여주는 반전연출과 곳곳에 숨어 있는 빌런을 찾다 보면 나도 모르게 다음 화를 누르고 있다. 아마 영화였으면 과몰입해서 집중하고 집에 가는 길에 매운 음식 먹으면서 재밌게 봤다며 말할 법한 이야기다. 문제는 이런 패턴이 16부작 내내 반복된다는 것이다.
이 흐름 내내 긴장감을 풀지 않으려고 사건을 꼬고 적대자를 만들고 하다 보니 중반부 넘어가면 피로감이 몰려온다. 악역이 너무 많다.
아쉬운 남주와 여주의 케미....
김요한과 오수연의 관계성도 아쉽다. 원톱 물이긴 하지만 초반부터 김요한, 오수연으로 복수가 투트랙으로 진행되는 듯해서 드라마<비밀의 숲>의 여진-시묵 케미를 기대했는데 그런 케미는 1도 없다. 오수연이라는 캐릭터가 가진 서사는 복수에 대한 개연성과 캐릭터의 목적에 부합하고 극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막상 이 인물이 복수를 위해 하는 행동이 별로 없다.
요즘은 점점 사라지고 있는 남주 복수 도와주는 조력자+ 상황 설명하는 캐릭터로 소모됐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오수연이라는 캐릭에 대한 해석이 올드했달까? 이유영 배우의 연기력과 배역 소화력이 좋아서 더 아쉬웠다. 차라리 법으로 하는 복수에 대한 견해차를 부각해 작가가 생각하는 정의관을 뚜렷하게 보여주는 것도 나쁘지 않았을 것 같다.
원톱이라 할 수 있는 강하늘 배우의 연기력도 예상외였다. 영화 <동주>를 보고 감명받은 이후, 강하늘 배우의 연기력을 의심해 본 적은 없었는데... 유난히 아쉬웠다. 누아르 특성상 초반부에는 어설펐던 김요한이 고난을 겪을수록 감정이 극에 치닫는 장면이 많았는데 스토리에 비해 감정변화가 너무 적게 연기해서 보는 맛이 좀 줄었다. 초반부에는 미세한 감정연기를 대부분 무표정으로 대체해 감정 예측이 전혀 안 됐고, 후반부에는 악에 받친 연기가 심심한 느낌이었다. 이후 비슷한 장르 빅마우스에서 이종석 배우의 연기와 비교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도 계속 보게 되는 이유는?
이래서 불편하고 저래서 별로였다고 구구절절 말했지만 어쨌든 나는 이 드라마를 끝까지 다 봤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두 가지가 있는데 계속 보게끔 하는 입체적인 캐릭터와 배우들의 열연이다. 특히. 도원봉 역을 맡은 문성근 배우의 연기는 근래 본 모든 연기 중 인상 깊은 연기 TOP3에 든다. (12화에서 자기 뒤통수를 친 요한에게 소리치는 장면)
이 드라마에 나오는 인물은 죄다 악인인데 저 캐릭터의 욕망과 행동에 대해 곱씹게 되는 캐릭터들이 있었다. 목진형과 장선오다. 초반까지 악인인지 선인인지 애매했던 장선오는 악행이 드러난 후에도 선뜻 악인이라 낙인찍기 어렵다. 어린 시절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도박을 배우며 자랐기 때문이다. 사각지대에서 불행하게 자라는 아이들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지점이 있었다.
목진형 캐릭터의 경우는 공명심과 이기심이 적절히 섞여 있다. 부패를 척결하겠다는 그의 의지는 진심이다. 그러나 진심에 몰입되어 자신이 혐오하던 이들과 점점 닮아간다. 공명심 밑바닥에는 결국 성공하고 싶다는 탐욕만이 남았다는 게 드러나지만 계속 스스로를 포장해가는 모습에서 의식적 욕망과 무의식적 욕망이 가진 딜레마가 제일 뚜렷하게 보이는 인물이다.
이런 사람에게 추천합니다
-나는 누아르 물을 좋아한다
-머리 쓰는 게임 보는 걸 좋아한다
-액션물을 좋아한다
-무거운 분위기? 신경 안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