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드라마를 꽤 많이 보고 있는데... 정말 오랜만에 가슴이 웅장 해지는 작품을 만났다! 바로?
연출 김희원 극본 정서경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
얼마 전에 종영한 tvN에 <작은 아씨들>이다. 작감배가 완벽하게 합이 맞은 웰메이드라고 단언하고 싶은 작품이다. 예고편이나 포스터만 봐도 알다시피 영화 <오만과 편견>처럼 고전소설을 토대로 영상화한 작품은 아니다. 다만, 소설 내용을 알고 있다면 세 자매들의 성격 이해가 훨씬 쉽다. (몰라도 상관없다)
이 작품은 간단하게 말하면 <가난하지만 우애 있게 자란 세 자매가 대한민국에서 제일 부유하고 유력한 가문에 각자의 방식으로 맞서는 이야기>다.
***스포 주의***
이미지 찰떡인 완벽한 캐스팅
누구 하나 어색하지 않고 모든 배우가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완벽 소화해냈다. 특히, 장녀 오인주 역할을 맡은 김고은 배우의 연기가 너-무 좋았다. 지금까지 봤던 김고은 배우의 역할 중에 제일 귀여운 느낌이었다. 둘째, 오인경 역할을 맡은 남지현 배우는 믿보배 리스트에 있는 배우라 기대감이 컸는데... 연기는 완벽했는데 맡은 배역의 성격이 약간 의외였다. 호불호가 갈릴 캐릭터라?
나중에 기사를 보니 배우도 대본을 받고 "제가 왜 오인경인가요?"라고 작감에게 질문했다는 일화를 봤는데 어떤 의미인지 이해가 갔다. 만약, 초반부에 인경이가 불호캐라고 느껴진다면 끝까지 애정을 가지고 봐 달라고 말하고 싶다.(작가 피셜 인경이가 극을 끌고 가는 배역이라고 말할 정도로 인경이의 캐릭터성은 이유가 있다)
세 자매 외에도 원상아라는 역이 다소 난해한 부분이 있는데 엄지원 배우가 찰떡같이 소화해서 재미가 살았다. 로맨스 서사가 있는 인주-도일의 케미도 간질간질하니 좋았다.
섬세한 감정선이 돋보이는 순간순간
세 자매는 각자의 방식으로 가난을 이겨내면서 극을 이끌어가는데 그 과정에서 다른 성향만큼 의견 충돌이 잦다. 하지만 차단까지 하면서 싸우다가도 결국은 서로를 걱정하는 '자매애'가 공감이 많이 갔다. 이 작품에는 많은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의외로 가장 여운이 길게 남았던 장면은 세 자매의 엄마인 '안희연'이 언니들이 모아놓은 막내 수학여행비를 가지고 필리핀을 가기 전 날에 열무김치를 담그고 냉장고 청소를 하는 장면이었다.
자신의 삶이 너무 불쌍하다며 자식들을 무책임하게 두고 해외로 가면서도 밤을 새워서 열무김치 담그고 청소하는 모습이 한 인물이 가진 욕망과 죄책감의 모습을 잘 풀어낸 것 같았다. 그렇게 떠나버린 엄마를 원망하면서도 고모할머니가 엄마 욕하는 소리는 듣기 싫은 인경과 열무김치 바로 가져다 버리라고 말하고 나서, 단번에 버리지 못하고 열무국수를 해 먹는 인주와 인경의 모습도 모녀간의 감정을 단편적으로 풀지 않고 입체적으로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장면 하나하나 녹아있는 미장센과 감각 있는 연출
드라마를 보는 내내 되게 영화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미술 감독이 개성 있는 미장센으로 유명한 류성희 감독이었다. 베테랑의 손길? 은 다 태가 나는구나 싶었다. 영화 각본가로 더 유명한 정서경 작가의 사건을 풀어내는 방식도 드라마와 영화 그 중간 즈음에 걸쳐져 있어서 <작은 아씨들> 특유의 분위기가 만들어졌다고 본다. 연출도 너-무 좋았다. 인물의 감정을 표현할 때 사물을 클로징 하거나 사과를 먹는 입술만 포커싱 하는 장면 외에도 전반적으로 스릴러 느낌을 살리는 연출이었다. 극에 몰입을 유도하는 연출이랄까.
늘어지지 않는 속도 있는 사건 전개
무엇보다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은 꾸준히 재미있다는 점이다. 초반에는 진화영 살인사건의 범인 찾기, 그다음에는 진화영의 생존 여부, 푸른 난초의 배후, 박재상의 비밀 등 지루해질틈 없이 계속해서 진실이 밝혀지는 듯했다가 새로운 비밀이 생기는 전개가 극을 이끌어가는 힘이었다고 본다.
결말이나 큰 사건들은 모르고 보는 게 좋으니 구구절절 설명을 생략하겠다.
확실한 건
결말까지 마음에 들었던, 용두용미 드라마 니까 '오늘 무슨 드라마 보지?' 싶다면 강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