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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소이 Oct 23. 2022

[드라마 리뷰] UFO를 믿으시나요

넷플릭스 <글리치>

포스터가 강렬해서 보게 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글리치>. 기대감 없이 봤는데 기대 이상이라 느낀 점을 기록해본다. 보기 전에 반응을 봤을 때는 혹평도 꽤 봤는데, 호불호가 강한 장르라 그런가 내 기준 '호'였다. 평소에 나처럼 UFO나 사이비 종교 같은 소재를 좋아하면 취향에 잘 맞을 것 같다. 


연출 노덕 극본 진한세 제작사 스튜디오 329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인 <글리치>는 외계인이 보이는 지효와 외계인을  추적해온 보라가 흔적 없이 사라진 지효 남자 친구 시국의 행방을 쫓으며 '미확인' 미스터리의 실체에 다가서게 되는 4차원 그 이상의 추적극이다. 


찐 우정 보여주는 환상 케미 

UFO라는 마이너 소재에  보라(나나)와 지효(전여빈)가 극을 이끌어 가는 여성 투톱 물이다. 당연히 주연 배우들의 케미가 굉장히 중요했는데, 너무 다르고 개성도 강한 두 친구가 서로를 알아가고 이해하면서 진행되는 우정 서사가 이 작품의 매력 포인트다. 개인적으로는 나나 배우의 재발견 같은 작품이었다. 


전여빈 배우아야 워낙 연기 잘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연기파 배우였지만, 나나 배우는 연기를 못 한다고는 생각해본 적 없었지만 소름 끼치게 역할을 표현해내는 정도라고는 생각해본 적 없었다. 그런데 의외로 <글리치>에서 내 눈에 더 빛난 건 보라 역의 나나 배우였다. 그냥 '보라'라는 캐릭터 그 자체였다. 날라리였던 보라와 외계인을 믿기는 하지만 모범생이었던 지효의 우정은 누가 봐도 불협화음이었다. 


하지만 외계인을 믿는다는 지효를 보라는 있는 그대로 바라봐준다. 일명 '갈대밭 사건'이후 지효가 보라에게 절교 선언을 하지만, 보라는 성인이 되어서도 지효가 알려준 정보를 기억하고 UFO갤러리 활동을 하며 함께 그렸던 캐릭터를 배지로 만들어 가방에 달고 다닌다. 



외계인+사이비 종교의 절묘한 조합 

자칫 붕 뜬 이야기가 될 수도 있는 소재지만, 예상외로 <글리치>는 꽤나 현실적이다. 외계인을 보는 지효가 남자 친구 시국과 결혼을 하려는 상황도 부모님이 지효에게 하는 대사도 모두 리얼하다. 그 덕에 하늘빛들림교회 사건이나 UFO 커뮤니티 회원들과의 모임도 현실감이 생기면서 지효와 UFO의 실체 이야기가 나올 때 대비감이 명확하다. 이 지점이 호불호가 갈리는 지점 같은데, 나는 교회 사람들을 만날 때 비현실적인 상황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는 <글리치>의 분위기가 취향에 맞았다. 몽환적인데 중간중간 웃긴 코드도 있는 묘한 작품이다. 


소재에 맞는 분위기를 연출해 SF느낌을 살린 것도 <글리치>의 장점이다. 


 

그래서 보다 보면... 아, 설마 이 작품에서는 UFO의 존재를 인정하나? 지효의 환각이 사실은 진짜인가? 싶은 서사가 많이 등장한다. 그게 이야기를 계속 보게 되는 몰입 포인트라고 본다. 그러면서 작품은 시청자에게 끊임없이 질문한다. 증거가 없으면 믿지 못하나? 증거 없는 믿음은 진짜가 아닌가? 믿음이란 뭔가? 


물론, 작품에서 작가나 감독이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서 내놓지는 않는다. 아마. 보는 사람들 개개인이 자신만의 답을 찾을 테니까. 질문을 던지는 것만으로 충분했던 것 같긴 하다. 


(스포 방지)로 결말을 쓰지는 않겠지만, 끝에 힘없이 허무하게 끝나는 결말은 아니니 취향에 맞는다면 끝까지 정주행 해보는 걸 추천한다. 작품 자체가 신선하게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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