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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소이 Oct 28. 2022

현재주의자의 충만한 일상


속초 여행 가서 찍은 사진 한 컷

벌써 2022년의 끝이 다가오고 있다. 해가 지나면 나는 서른 하나다. 이 글은 스물 후반부터 불안함이라는 전조증상에 시달려 갈대처럼 흔들리다가 결국, 서른을 맞이한 일종의 고백서다. 지금 상황이 좋아져서 과거를 미화하고 쓴 회상서일지 모른다고? 여긴다면 슬프게도 난 여전히 꿈을 좇는 망생이다. 


글을 쓰고, 자소서를 고치고 면접을 보러 다닌다. 


하지만 더 이상 서른 병에 걸려 불안감에 덜덜 떠는 그런 하루를 보내고 있지는 않다. 물론, 현실감각이 사라지지는 않았으니 올리기는 하지만 그건 열심히 살기 위한 동력원이지 판단력을 흐리게 하는 조급증과는 다른 기분이다. 백수지만 나는 늘 바쁘다. 


쓰고 싶은 글을 쓰고, 보고 싶은 풍경을 눈에 담고, 만나고 싶은 이들을 만나 기분 좋은 대화를 나누며 하루를 채운다. 늘 뒤로 미루던 누군가에게는 쓸모없어 보이는 한자 자격증도 공부하고 영어회화 책도 끄적여본다. 친구와 여행을 가서 서로가 꿈꾸는 미래의 모습을 적어 교환을 하기도 한다. (타임캡슐처럼 그 나이가 되면 공개해서 성공률?을 확인하기로 했다)


그 과정에서 내가 느낀 가장 큰 깨달음은 '꿈은 직업이 아니다'라는 사실이다. 이 당연한 명제를 내 20대를 다 바쳐서 깨달았지만 비싼 비용을 치른 만큼 제대로 깨달았다고 생각한다.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은 기자. 작가. PD일 수 없다. 퇴근 후에도 우리의 삶은 이어지고 일이 나 자신의 정체성을 일부는 대변할지언정 전부일 수는 없으니 말이다. 


자연스럽게 내가 쓴 버킷리스트도 직업적 성취와는 거리가 먼 것들로 채워졌다. 

-여름 크리스마스 보내기

-이집트 피라미드 직접 보기

-음치 탈출해서 지역축제 때 솔로로 무대 서보기

-아이패드로 그림 그려서 내 캐릭터 만들기

-나만의 문구 만들어서 문구 자급자족하기  등등 지금도 하나씩 채워나가는 중이다.


상황은 변하지 않았지만, 마음만으로도 일상의 색감과 감정의 밀도가 변한다. 나이를 격하게 따지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서른 병에서 완벽하게 벗어나기란 어렵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안다. 


그래서 더 외치고 싶다. 혹시나, 나처럼 불안감에 시달려 미래만을 바라보고 흙빛의 현재를 살아가는 당신이 있다면, 당장 하던 일을 멈추고 심호흡을 하라고. 


그리고 종이를 펼친 후에 취업하면, 다이어트 성공하면, 하고 싶었던 것들을 몽땅 적고 돈은 없지만 시간은 많은 당신이 할 수 있는 것들을 골라서 당장 아무 옷이나 입고 문을 열고 나가보라고. 


여행 중 방문한 카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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