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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 Sep 29. 2022

닭 날개 실종 사건

부제 : 그 날개는 누가 먹었을까?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을 정도로 바쁜 저녁 시간이었다. 밀려든 주문에 열심히 치킨을 양념에 버무리고 있는데 또다시 전화벨이 울렸다. 손을 바쁘게 놀리면서 남편에게 전화를 받으라고 눈짓했다. 그러자 남편이 전화를 받았다. 당연히 주문 전화라고 생각했던 전화가 길어지자 궁금증이 일어 남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저희는 포장할 때 다리 두 개와 날개 두 개를 맨 위에 넣습니다. 빠졌을 리가 없어요.”

 그래도 손님이 뭐라고 했는지 또 남편이 대답했다.

 “그래도 확인해 보겠습니다.”

 남편이 전화를 끊었다. 무슨 일인가 궁금해하자 남편이 대답했다.

 “아까 포장해 가셨다는데 치킨 날개가 하나밖에 없다고 하네.”

 이게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일까?  

   


 그 주문 건이 배달 주문이었다면 손님은 의심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요즘 SNS에는 배달 기사가 음식을 빼먹었다는 인증사진이나 후기가 심심찮게 올라왔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많은 가게에서 포장을 단단히 하고 포장 인증 스티커를 부착하여 원천적으로 포장이 훼손되지 않도록 신경 쓰고 있다. 배달 대행사에서도 배달 기사 교육을 철저히 하겠다고 했다. 우리가 이용하는 업체는 5년이 넘게 거래한 업체다. 우리 실수로 누락한 적이 있을지언정 음식에 손을 댄 사고는 없었다. 하지만, 이 주문 건은 손님이 오셔서 직접 가져가신 포장 주문이었다. 내가 빼먹지 않았다면 절대 일어나지 않을 상황이었다. 그래서 손님이 매장으로 전화를 주신 것 같았다.      


  내가 튀겼고 포장했다. 메뉴는 ‘오리지널 후라이드’였다. 열다섯 조각으로 자른 닭을 후라이드 파우더로 물 반죽한 후 버무려 튀긴 가장 기본적인 치킨이다. 포장할 때 다리 두 개와 날개 두 개를 맨 위에 올리고 파슬리 가루를 뿌려 나가기에 똑똑하게 기억난다. 왜냐하면 첫 주문이었기 때문이다.      


 흔히 ‘개시’라고 한다. 하루의 첫 장사 말이다. 자영업을 하기 전에는 그 개시의 중요성을 전혀 알지 못했다. 물론 미신이라며 믿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자영업을 하면서 그게 단순히 미신이라고 치부하기엔 신기할 정도로 들어맞는 경우도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날의 첫 손님이 어떤 손님이냐에 따라 하루의 매출이 어떨지 가늠도 되고 영업의 흐름이 어떨지 대략 짐작이 가기 때문이다.      


 첫 손님의 매출이 높으면 그날은 다른 손님들도 매출이 높았다. 첫 손님이 까다롭거나 난감한 요구를 한다면 그 후에 오는 손님도 그런 분들이 많았다. 첫 손님이 두 분이 오는 날은 그 후에 오는 분들도 두 분씩이 많았다. 첫 손님이 포장이면 그날은 포장 손님이 많기도 했다. 정말 이상할 정도였다. 그래서 항상 가게를 열고 첫 손님이 좋은 분이길 빈다. 아, 물론 이 손님이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절대 오해 마시길.   



출처- 남편이 찍어줌

   

 나의 결백을 주장하기에 앞서, 치킨의 다리와 날개가 얼마나 중요한 지부터 먼저 말해야겠다. 그래야 저 손님이 치킨 한 조각 빠졌다고 득달같이 전화한 이상한 손님이 되지 않으니 말이다. 닭 한 마리엔 다리 두 개와 날개 두 개가 있다. 다리는 닭의 가장 맛있는 부위로 적당히 쫄깃하면서도 부드럽다. 그래서 닭의 가장 선호하는 부분이 아마도 다리일 것이다. 그래서 집의 가장이나 연장자, 손님에게 먼저 돌아가는 부위다. 어렸을 적에 나도 다리가 그렇게나 먹고 싶었지만 다리는 항상 할아버지나 남자들 차지였다. 그게 그렇게 서럽고 아쉬웠더랬다. 물론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 다리를 먹을 수 있는 순위에도 변화가 생겼다. 지금은 대가족보다 핵가족이 많고 맞벌이 부부도 많다 보니 다리를 먹는 우선순위는 예전과 다르다. 부부가 먹을 수도 있고 아이들에게 양보하는 경우도 많다. 어쩔 땐 아이가 다리 두 개를 모두 차지할 때도 있다. 그래도 닭의 가장 선호하는 부위가 다리임은 변함이 없다.      



 다리 다음으로 선호하는 부위는 날개인데 ‘남자가 날개를 먹으면 바람난다’라며 집안의 남자들에게 날개를 주지 않았다. 항간에는 날개 부위가 맛있어서 여자들이 만들어낸 말이라고 하는 낭설도 있다. 어떤 게 맞는 말인지는 모르지만 바람을 피울 사람은 날개를 안 먹어도 피우고 바람을 안 피울 사람은 날개를 먹어도 안 피울 거라고 생각한다. 앞의 이유로 집안의 여자들이 날개를 많이 먹었다. 물론 나도 수많은 날개를 먹었다. 그렇게 따지면 나도 바람 무진장 피웠게?     


 어느 날부터 다리 또는 날개로만 이뤄진 메뉴가 나왔다. 나처럼 서러워하던 사람들이 부위별 치킨이 출시된 것에 환호했으리라고 본다. 이제 눈치를 보지 않고도 좋아하는 부위를 마음껏 먹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나도 지금은 입맛이 변해 다리보다는 날개를 좋아한다. 이실직고 말하자면 어제도 먹었다.      

 높은 희소가치를 가진 다리, 날개는 포장할 때마다 다리 두 개, 날개 두 개, 도합 네 조각이 들어갔나를 꼭 확인한다. 그것은 습관과도 같다. 무의식적으로 다리, 날개는 꼭 마지막에 포장하고 하나, 둘 숫자를 세어가며 확인한다. 그러니 절대 누락될 수 없다!     


 손님의 의심은 사실 조금 억울하기도 했다. 아니 많이 억울했다. ‘도대체 사람을 어떻게 보고!’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3대 거짓말 중에 노인의 죽고 싶다는 말, 노처녀의 시집 안 간다는 말, 남는 것 없다는 장사꾼의 말도 있다지만 나는 정말 억울했다. 이미 손님의 뱃속으로 들어간 날개 한 조각을 어떻게 확인할지, 확인을 한다한들 어떻게 손님에게 확인시킬 것인지 고민됐다.      




출처 - 픽사 베이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고객이 물건 한 가지가 빠졌다고 다시 보내달라는 경우가 하도 많아서 포장할 때 CCTV를 설치해서 제대로 포장됐나 확인한다는데 우리도 여기다가 CCTV를 달아야 할까?”


 푸념과도 같은 말이었다. 남편은 대꾸 없이 조용하기만 했다. 한숨을 푹푹 내쉬던 나의 귀에  남편의 의기양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기 있네!”


 가게에는 세 대의 CCTV가 설치돼 있다. 손님들의 안전을 위해 설치했기에 대부분 홀이 잘 보이도록 설치했고 주방에는 없었다. 그런데 뭐가 있다고? 남편이 조용했던 이유는 CCTV를 돌려보기 위해서였다. 대개 일주일 분량이 녹화되는데 오늘 일어났던 일이니 녹화가 되었을 거라 생각한 모양이었다. 치킨을 박스 안에 넣은 후 비닐봉지에 넣기 위해 잠시 계산대 위에 올려놓는데 영상을 확인했더니 다리 두 개, 날개 두 개가 선명히 녹화되어 있었다.


 아르키메데스가 목욕탕에서 넘치는 물을 보고는 유레카라고 외쳤듯 나도 그 영상을 보고 외치고 싶었다. 유레카!



출처 - 픽사 베이


 하지만, 그것도 잠시 우리는 고민에 빠졌다. 이 영상을 보내도 손님을 잃는 것이고 안 보내도 잃는 것이기에. 그렇지만 우리는 저 손님을 잃더라도 손님을 속이거나 양심 없이 장사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CCTV 영상을 캡처해서 손님에게 문자를 보냈다. 약간의 시간이 흐른 후 손님에게 문자가 도착했다. 전화를 하기까지 굉장히 많이 망설였다며 자신의 착각을 확인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나는 오해가 풀려 마음이 한결 편안하면서도 무언가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왠지 승자 없는 게임 같은 느낌이랄까.


 아무튼 문제는 해결되었다. 그런데 궁금하다. 도대체 그 날개는 누가 먹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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