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세이] 7화
여행 중 일요일에는 뭘 해야 할까? 피렌체 사람들은 일요일에 뭘 할까. 일요일이었던 이날은 화창했고, 활짝 열어놓은 창문으로 어느 집 작품인지 바질향이 듬뿍 밴 토마토 스튜 같은 맛있는 집밥 냄새가 밀려들어왔다. 주말. 모두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할 날인데 난 '혼여족'으로써 점심을 뭘로 때울지나 고민하고 있었으니 좀 처량맞은 신세였다.
피렌체에서 1주일을 보내고 나니, 구글맵으로 봐도 웬만한 곳은 구석구석 다 다녀본 셈이 됐다. 단지 박물관이든 궁전이든, 관광지에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 정식으로 관람을 끝낸 곳이 없을 뿐이었다. 다시 말해, 동네 길을 산책하듯 그저 걸어만다녔다는 얘기다. 왜 바로 집앞에 남산타워 있는 사람들이 오히려 한 번도 남산타워에 놀러가본 적은 없다고 하는 것처럼 말이다.
나는 여행 스타일이 그렇다. 여행의 첫 시작부터 관광지를 방문하는 건 피한다. 그 도시의 지리와 건물, 사람들에게서 풍겨지는 분위기부터 파악하려고 한다. 그러다보니 긴 여행을 선호하게 된다. 한 도시에서 1주일 미만의 시간으로 관광지 이면의 얼굴을 만나긴, 나로선 쉽지 않다. 물론 누군가 '1주일 동안 피렌체에서 뭐했냐'고 물어볼 때 '이거 이거 봤다'고 얘기할 수 있는 건 하나도 없이 ‘걸어만 다녔어'라고 한다고 생각하면, 좀 비효율적인 여행 방식인지도. 심지어 1주일째에 벌써 피렌체에서의 일상이 약간 뻔해지고 있다는 생각까지 드는 참이었다. 예컨대 매일 두 끼씩 해결해야 하는 식사도, 카페를 찾아다니는 것도 빠르게 신선함을 잃어갔고, 마음을 터놓고 대화를 나눌 사람이 없는 데서 오는 외로움도 조금씩 느끼기 시작했다. 여행지가 서울에처럼 반복적인 일상이 되지 않게 하려면 새로운 걸 보고 듣는 수밖에 없다.
결국엔 그런 것이다. 어떤 곳에 얼마를 있든 간에.
느지막이 집을 나와서 레 뮤라떼(Le Murate)에 가려고 버스에 탔지만, 가는 길에 안눈치아타 광장에 장이 선 걸 우연히 보게 됐다. 나는 (아마도) 시간이 많으니까, 잠깐 들렀다. 차게 식고 위생상태가 살짝 불결한 가정식 피자 한 조각을 사 점심을 때우고 광장 계단에 앉아 뜨거운 햇살을 잠시 온몸에 흡수했다. 늦가을에 한여름 같은 뙤약볕이었다.
그래, 모든 것에 다 정성스레 감동할 필요는 없지. 그건 오히려 불필요한 강박이다. 한달이나 여행을 하기로 정했던 건, 어떤 것을 마주할 때 내 눈길이 가장 오래 머무는지 알아내기 위해서였다. 나는 뭘 좋아하고 뭘 신경 쓰는 사람인지, 모든 것이 습관일 뿐인 일상의 테두리를 벗어나면 나는 좀 더 나에 대한 많은 힌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그래서 떠났던 것이었다.
또 잠깐 어딘가의 카페에 주저앉기로 하고, 1유로짜리 카페 마끼아또를 사마셨다.
'구독' 눌러 주시면 앞으로도 계속 읽을 만한 여행 단상을 보내 드릴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