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세이] 8화
강을 옆구리에 끼고 직선으로 걷는 걷기는 도심 속 걷기와 많이 다르다. 미로 같은 도심에서 자꾸 아까 본 상점이 또 눈에 띄는 그런 걷기가 아니라, 햇살 아래 물이 빛나고 사람들은 조용히 산책하거나 가만히 앉아있는 그런 풍경이 눈에 어리는 걷기다. 걷다 보면 강을 바라보고 선 카페들이 드문드문 나타나고, 시내에서 멀어질수록 주변은 더 고요해진다.
아르노강을 따라 미켈란젤로 광장으로 향하던 길, 강둑 풀밭에 의자와 테이블을 아무렇게나 펼쳐놓고 햄버거를 파는 푸드트럭을 발견했다. 슬그머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그늘 한 점 없어 땡볕에 일광욕하는 수준의 뜨거움이었다. 열 명 남짓의 사람들이 버거와 프렌치프라이를 앞에 두고 초록빛으로 빛나는 강과 파란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미켈란젤로 광장에서는 한 이탈리안 노인이 다가와 말을 걸며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다가왔다. 사람이 바글바글한 피렌체 제1 관광지에 혼자 서 있는 내 모습이 눈에 띄었는지. 고민하다 카메라를 맡겼다. (사실 위험할 수 있는 행동이 맞다. 나도 몇번을 고사하며 대화를 나누다가 괜찮다는 판단이 들었을 때 부탁했다.)
사진을 찍어주고는 저 위에 산 미니아토 교회에 가봤느냐고 묻는다. 안 가봤다고 하니, 저 교회는 도심의 어느 교회보다도 아름다운 곳인데 입장도 공짜라며, 갔다오는데 10분이면 될테니 원한다면 함께 가잔다. 어차피 가보려고 했던 교회인데다, 안 되는 영어로 열심히 설명하는 노인에 이끌려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따라갔다.
과연, 잠깐의 시간 동안 그는 내게 많은 걸 얘기해줬다. 자기 아들의 인생, 이탈리아어를 가르치며 사는 자기의 인생, 아들의 연애 등...36살인 아들을 자신의 소유물이라고 생각지 않기에, '그의 인생은 그가 알아서 할 일'이라는 주제의 이야기였다. 그의 아들은 전기공으로 주4일 밖에 일을 안하고, 남는 시간엔 요가를 하거나 기타를 연주한다고 했다.
"Little work, Little money, Little girl"이라며 농담조로 말하는 할아버지를 보며, 그 'Little'의 삶이 어쩐지 부러워졌다.
미켈란젤로 광장에서 5분쯤 더 걸어올라가면 있는 산 미니아토 교회는 시내의 교회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정성들여 지은 소박하고 아름다운 교회였다. 높은 언덕 위에서 내려다보는 피렌체는 완벽한 그림이었다.
마지막으로 할아버지가 준 팁을 따라 지름길로 내려오니 곧장 산 니콜로 동네가 나왔다. 물론 그가 알려주기 전까진 예정해 두었던 동선에 없던 동네. 좁고 구불구불한 비탈길을 따라서 작은 로컬 바와 식당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아직 해가 다 저물지 않은 초저녁 어스름한 공기 속에, 어디서들 왔는지 모를 현지인들이 벌써 실내건 야외건 가리지 않고 않아서 와인을 마시고 있었다.
나도 식당 한 곳을 골라 앉았다. 천천히 오래 식사를 했다.
파스타를 좋아해서 떠난 이탈리아에서 의식의 흐름대로 써내려간 여행기입니다.구독 부탁 드려요:)
(ps.위 글에서처럼 현지인과 대화하거나 함께 산책하는 건 주변에 다른 사람들이 많거나, 외진 곳이 아닐 때만 하셔야 돼요. 특히 낯선 지역을 혼자 여행하고 있다면, 상황이 안전하다는 판단이 서는 선에서 새로운 인연을 맞이하시길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