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는 사람의 기록

어둠 속에서 버티는 요즘

by 수아

요즘의 나는 굴을 파다 못해

깊게 땅을 파고 맨틀을 향해 내려가는 중이었다.

이럴수록 글을 써야 하는데 글을 쓸 수가 없었다.

인생 전반을 돌아보면

내 삶이 순탄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지만

결혼 전에는 적어도

오롯이 나 하나만 책임지면 되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남편과 자식들이라는 인생의 연대가 생긴 지금은

나의 실패가 곧 우리 가족의 삶에 영향을 준다.

아니 어쩌면 이미 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하니까 하루하루를

삶의 무게에 짓눌리다 못해 내 자아가

즙이 되듯 뭉개지는 것 같았다.


요즘 내가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은,

지금 하고 있는 사업을 계속 유지하는 게 맞는가이다.


누군가는 승승장구하며 앞으로 치고 나아가고,

누군가는 그래도 현상 유지는 하며 버티는데

나는 그나마 있던 것들도 까먹으며 망하고 있다.


매달 고정적으로 나가는

가게 월세와 공과금이 120만 원,

창업하며 받은 대출의 원금과 이자가 또 120만 원.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매달 240만 원이 빠져나간다.

물론 장사를 시작할 때 투자한 돈에 대한 회수는

생각조차 할 수가 없다…


내가 판매하는 품목들은 내 고집 때문에

최고급의 재료만 쓰다 보니 마진이 좋지 않고,

나는 왜 이리 영업력이 없는지,

장사를 시작한 지 2년이 되어감에도 불구하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도

아직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장사는 사장이 정직하고 최상의 물건을 만들고,

최선을 다한다고 잘 되는 게 아니었다.


이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 보니

요즘의 내 표정은 점점 어두워지고 분위기가 가라앉고

그 기운이 고스란히 가족에게도 전해졌다.


지난주부터 둘째가 계속 배가 아프다고 해서

병원에 갔는데 특별한 이상이 없었다.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둘째의 복통은

엄마인 나의 불안감의 파동이

둘째에게 고스란히 전해져서 그런 것 같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감각이 열려 있어

양육자의 감정이나 상태에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안정감을 주고 평안함을 줘야 하는 존재가… 아이에게 불안감을 줘서

이유 없이 배가 아프게 만들다니…

아… 얼마나 미안하고 한심한 엄마인가.


나는 스스로를 꽤 긍정적인 사람,

멘탈이 강한 사람이라 생각해 왔다.

그런데 요즘은 생각이 조금만 깊어져도

온몸이 아프고 눈물이 차오른다.

눈물이 나는 이유는 슬퍼서라기보다 미안함이다.

남편에게, 아이들에게.


이 사업을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그 돈으로 이미 집을 새로 지었을 수도 있고,

10년 넘은 차도 바꿨을 텐데.

이 시간에 직장을 다녔더라면

휴일엔 남들처럼 마음 편히 여행이라도 다녔을 텐데.


후회와 자책이 몸과 마음을 모두 잠식해 갔다.

사실, 지금도 완전히 벗어나진 못한 상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렇게 더는 내려갈 수 없겠다 싶은 순간마다

나를 끌어올리려 애쓰는 존재들이 있다.


“언니 밥 먹었어요? 나랑 밥 먹어요. 제가 밥이랑 커피 쏠게요.”

“언니 잘 지내? 요즘 인스타가 너무 조용해서.”

“선생님, 그냥 생각나서 연락했어요. 전 늘 응원해요.”

“수아야, 가게 있지? 커피 사서 갈게.”

“사장님, 고마운 분들 드리려고 생강고 10병 주문할게요.”


어찌 보면 아주 일상적인 말들이지만

이런 일상의 언어들과 대화가 나를 버티게 하더라.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너무 잘 아는 사람들,

나라는 사람의 존재를 그 자체로 좋아해 주는 사람들.


365일, 24시간

자기 삶을 살아내기에도 바쁜 사람들이

찰나의 순간에라도 나를 떠올려 준다는 사실이

이렇게 큰 힘이 될 줄은 몰랐다.


그들의 말과 행동, 그 따뜻한 마음이

오늘도 구렁텅이에서 나를 끄집어내고 붙들어 준다.


남편은 내가 너무 독립적이고,

의지할 줄 모르고, 늘 혼자 해결하려는 성향이 강해서

때로는 자신을 무시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고 했다.


나 역시 내가 그런 성향의 사람이라는 걸 잘 안다.

지구에 나 혼자 살아도 잘 살 수 있을 거라 믿으며 살아왔으니까.


그런데 요즘에 들어서야 이런 생각이 든다.

사람은(人) 결국 혼자서는 살 수 없구나.


가족, 친구, 지인,

그리고 온라인이지만 결을 따라 만나게 된 사람들.


그들이 있어 내가 버티며 살 수 있다는 생각에

오늘 하루는 유난히 따뜻하고, 감사하고, 눈물이 난다.


이 어두운 터널을 지나

언젠가 다시 밝은 세상으로 나가게 된다면

그때의 나는 누군가에게

아주 작은 한 점의 빛이 되어 있기를.


늘 내 곁에서 숨 쉬어 주는 모두에게

오늘도 깊은 감사를 전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그대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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