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에 이어 오늘도 걸어서 출근했다.
집에서 매장까지 편도 4km, 왕복 8km.
내 몸과 마음에 딱 알맞은 거리다.
생각해 보면 결혼 전에도, 나는 잘 걸었다.
자차가 있었지만, 출퇴근만큼은 늘 걸어 다녔다.
그땐 몸의 움직임 만큼은 지금보다 부지런했고,
타고난 대식가였지만
먹는 양에 비해 몸은 쉽게 불지 않았다.
그런데 둘째를 낳고 마흔이 넘으니,
몸이 예전 같지 않다.
살이 찌기 시작했고, 체력도 눈에 띄게 떨어졌다.
매장을 운영하고서부터는
계절이 바뀌고 해가 뜨고 지는 것도
주말을 제외하곤 늘 매장 창문 너머로만 본다.
‘이게 새장 안의 삶이 아니면 뭘까.’
이런 생각들이 쌓이니 몸과 마음이 점점 무거워졌다.
그래서 운동을 하고 싶었다. 정말 간절히.
하지만 시간이 없다는 현실이
제일 먼저 벽처럼 다가왔다.
육아, 살림, 매장 운영까지
전부 내 손을 거쳐야 하다 보니
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남편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나도 새벽에 운동하고 싶어. 이안이 좀 봐줘.”
하지만 돌아온 말은,
“가게가 그렇게 바빠? 그냥 낮에 하면 되잖아.”
그 말이 너무 답답하고 서운했다.
직장 다닐 땐 몰랐지만, 자영업자가 되고 나니
가게를 비우는 것 자체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게 되었다.
매장이 바쁘든 한가하든, 내가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다.
우리 매장은 100% 예약제임에도 불구하고,
잠깐이라도 매장을 비우면 꼭 손님 전화가 온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는 말, 이럴 때 딱이다.
이런 이야기들을 길게 해 봤자
결국 말다툼이 될 뿐이고,
남편을 원망한다고 해서 상황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생각을 바꿨다.
‘출퇴근을 걸어서 해보자.’
운동할 시간을 따로 만들 수 없다면
일상을 운동으로 바꾸는 수밖에.
그래서 어제부터 걷기 시작했는데,
놀랍게도 기분이 너무 상쾌하다.
계절의 온도, 바람의 감촉이 그대로 전해지고
차로는 스쳐 지나갔을 풍경들이
내 눈 속에 천천히 스며든다.
매장에선 사람을 기다리는 입장이지만,
걸으면서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을 구경할 수 있다.
이 작은 변화가 이렇게 반가울 줄 몰랐다.
히포크라테스는 말했다.
“걷기는 가장 훌륭한 약이다.”
요즘 나는
최악의 불경기, 불안한 남편의 사업,
예측할 수 없는 나의 미래 속에서
직장 다닐 때는 상상도 못 했던 고민들과 싸우고 있다.
그저 ‘살아야 하니까 살아내는’ 날들이 쌓이며
우울감이 삶 전체를 덮어버린 느낌이었다.
그런데 그저 걸었을 뿐인데,
풍경이 달리 보이고
머리가 맑아지며
긍정의 기운이 내 안에 다시 차오른다.
역시 사람은 직립보행을 해야 한다.
차를 타고, 운전하며 바쁘게만 살아가다 보면
내 삶을 내가 주도하는 게 아니라,
그저 ‘버티며 살아가는’ 느낌이 더 크다.
하지만 걷기 시작하니,
생각하고, 숨 쉬고, 나를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은 아주 작은 시작이지만
이 걷기가
언젠가 나를 회복시켜 줄 거라는 믿음이 생긴다.
앞으로도 계속 걸을 것이다.
무너졌던 일상, 지쳐 있던 나를
조금씩 회복해 가는 중이다.
나의 걷기 기록, 이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