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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송곳 Mar 18. 2020

운세 의존증

어디까지 믿어야 내 삶이 행복할까?

나는 별자리, 띠, 사주 같은 운세를 믿는 경향이 있는데 그 믿음이 아주 아주 아주 깊다. 

알 수 없는 나의 미래를 누군가가 과학적이든 통계적이든 감으로라도 알려주는 것이 신기했고 

그 예언을 바탕으로 더 좋은 삶을 살고 싶었다.  

그래서 20대 때부터 매년 초마다 사주를 보러 사주카페를 방문했고 타로 점을 잘 본다는 곳을 알게 되면 예약을 해서라도 찾아가 궁금한 것을 쏟아낸 뒤 답을 얻어 오기도 했다. 

그뿐 만일까? 인터넷에 자주 올라오는 오늘의 운세, 주간운세, 월간운세 등 모든 운세를 체크하는 것이 취미이자 일상이었는데 즐겨찾기를 추가해놓은 운세 사이트도 3개 이상이었다.      


늘 안정적이고 잔잔한 삶을 살았던 나에게 있어 운세란 좋은 일이 있길 기대하는 마음으로 살 수 있는 원동력이자 조심해야 할 일은 미리 준비할 수 있는 예방약 같은 존재였다. 

운세 내용에 주의할 게 있다면 종일 그 일은 무엇이며 언제 벌어질까 걱정을 하고 행운이 따르는 날은 캘린더에 메모를 해놓고 그날은 어떤 즐거움이 있을지 기대하며 살기도 했다. 

연애운이 좋다고 하는 주에는 괜히 주변 인물들을 더 유심히 관찰하기도 했다.

심지어 사주를 보고 개명을 했을 정도! 돌이켜보면 운세에 빠져 산다 생각될 정도로 극단적인 행동이지만 어쩌겠는가? 내 성격이 그런 것을... 그렇게 한주를, 한 달을, 일 년을 지내왔다.      


특히, 나는 사주에 의지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회사 이직 시기, 직장 동료와의 관계, 진행하는 프로젝트의 성패 유무, 연애 문제 등 생활에 밀접한 걱정과 궁금증을 사주를 통해 해결하려 했다. 걱정과 선택지만 가득한 내 인생에 답을 해줄 누군가가 필요했다. 

신기하게도 사주나 운세 내용 중 맞아떨어지는 게 꽤 있었고 주위에서도 미래를 맞춘 운세 후기를 들으면서 더 신뢰감이 커져갔다. 수성이 역행한다는 기간에는 기가 막히게 잘 쓰건 물건이 망가지기도 했다. 물론 맞지 않는 것도 많았다. 어느 날은 점을 보러 가서 무당의 이야기만 잔뜩 들어주고 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나는 다음엔 맞겠지 다른 곳은 맞겠지라며 믿음을 버리지 못했다.      


그렇게 나이를 한 살 먹고 또 한 살 먹으면서 맞던 틀리던 나의 운세 의존증은 계속됐고 나는 어느 사이트의 운세가 가장 잘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각종 사이트의 사주, 별자리, 운세 등을 기록하는 경지에 이르게 됐다. 그리고 한 달을 되돌아보며 운세가 얼마나 맞는지 채점이라도 하듯 분석하기까지 하게 됐다. 과연 어느 것이 가장 잘 맞았을까? 모두 비슷하게 적중률이 떨어졌다. 행운의 날은 너무나 평범했고 연애운이 최상이라는 날은 스트레스만 가득 받고 끝이 나기도 했으며 경고가 가득했던 날에는 의외의 좋은 일기 가득했다. 결국 미리 준비를 한다고 해도 어차피 벌어질 일은 벌어지기 마련이었다. 


당황스럽기 짝이 없는 운세와 결과가 가득한 일상이었지만 그 덕에 더 열심히 더 치열하게 살았다고 생각한다. 예상치 못한 사건 사고를 처리하며 더 단단한 사람이 되고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은 하루에 감사함을 가지기도 했으니까. 어쩌면 맞지 않는 엉터리 운세의 순기능이라고 예쁘게 포장할 수 있겠다.      


그리고 세 살 버릇 여든 가듯이 여전히 나는 매월 초, 매주 초마다 운세를 확인하고 용한 사주집을 찾아다닌다. 심지어 직접 사주팔자를 배워보겠다고 책을 들춰보기도 한다. 

지금 당장 이 모든 것을 부정하고 멀어지기 어렵겠지만 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나는 더 독립적이고 외부의 것이 아닌 나 스스로를 믿고 싶어 졌다. 

‘운명은 스스로 만들어가고 개척해야 한다’라는 말처럼 내 인생의 질문에 답을 던지는 사람이 내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혼란스러운 상황에 내가 내린 선택이 예상치 못한 행복과 기쁨이 달콤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나는 운세라는 것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지 여전히 모른다. 하지만 미래를 예측하는 이 짧은 메시지들이 내 삶에 적당한 교훈을 주고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이렇게 10년을 넘게 살다 보니 확실히 알게 된 점은 미래를 예측하고 준비하는 것도 어렵지만 오늘 하루를 무사히 살아가는 게 더 어렵다는 것이다. 일단 오늘 하루 잘 사는 거에 집중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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