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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대현 Feb 26. 2016

승진 FAQ

동학년 샘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중

동학년 선생님들과 처음 만나 밥을 먹고 차를 한잔 하면서 나눈 이야기를 곰곰이 생각하다

글로 정리를 했습니다. 못했던 말들을 좀 더 다듬고 질문도 몇 개  추가했습니다.


교사들의 승진 문제 이런 걸 왜 이야기해? 하시는 분들만큼

시원하다 하시는 분들이 계시지요.


굳이 안 해도 되는데  이야기하는 이유는.  '이야기하고  싶어서'입니다.

생각만 하고 글똥을 누지 않으면 막 갑갑해요. ㅎㅎㅎ

수요일밴드의 '에어컨송', '나쁜 선생님'같은 글? 정도로 봐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질문 1.
선생님은 왜 승진에 메리트가 없는 이 큰 학교에 오셨어요?
승진 점수를 왜 안모아요?


승진 제도가 우리 교육을 망치는데 일조한다고 생각을 해요.

발령나서 얼마 되지도 않은 선생님들도 점수를 찾아 학교를 옮기고, 점수가 되지 않는 건 하지 않으려고 하지요.

선생이 1차적인 판단의 기준을 승진으로 삼는 것은 자기만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 시스템 자체를 망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데(교사가 말하는 교사 교사가 꿈꾸는 교사(권재원) 인용)

옳지 않은 시스템이라고 생각하면서 그 시스템에 들어가는건 참되지 못하고,

제 삶을 낭비하는 것 같더라고요.

제가 지난 9년간은 정말 점수 모으는데 애를 많이 썼거든요. 10년 차 넘어가면 더 신경을 써야 하고 벽지도 가야 하고 근평이나 그런데 애를 써야 하잖아요. 그러기 싫었어요.

제 삶을 참되게 가꾸고, 부끄럽지 않게 살고 싶어요. (쓰고 보니 상당히 오그라들지만. ㅋㅋ)


교사가 말하는 교사, 교사가 꿈꾸는 교사 (권재원 저)


질문 2.
그럼 그런 거 있잖아요.
승진 않고 교육만 열심히 하겠다고 하시던 선생님들이
갑자기 장학사나 되거나 승진을 하려고 하시는 거
 그런 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제 관점으로는 저는 점수를 채워서 승진하는 것보다 교육만 열심히 하겠다고 애를 쓰셨던, 열정을 가졌던 선생님들이 장학사나 관리자가 되는 게 더 옳다고 봐요. 그런 분들이 관리자, 장학사가 되면 교육에 애를 쓰시고 열정을 가지는 선생님들을 더 지원을 해주고, 도움을 주실 것 같아요.


너도 줄 타는 거 아니냐?

그래서 나중에 장학사 하려는 거 아니냐?


저는 줄이 없어요. ㅋ

그런데 장학사 시켜주면 합니다. 교장도 시켜주면 합니다.

제 판단에 능력 있고 하면 재미있겠다 생각하면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능력이 없고,  재미없어 보여서 할 생각이 없습니다.


질문 3.
그럼 뭘 하고 싶은 거예요?


지금 우리 교직 문화에서 교사를 승진파, 교포파(교장 포기) 이렇게 2가지로 나누는 경향이 있잖아요.

거기에 하나를  추가하는 게 제가 바라고 원하고 이루고 싶은 거예요.

뭘 추가하고 싶냐면

재미있고, 유익함을 나누는 교사, 그런데 승진 점수 안 모으는 교사 이런 거요.


이런 선생님들이 많이 나와서 문화를 바꾸고 좋은 본보기가 되어서 많은 젊은 선생님들이 '점수되는가?'가 아니라  '교육적인가?'로 1차적인 판단을 하는 그런 문화로 바꾸고 싶어요.


질문 4.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데?


저에게 믿는 구석은 20년 뒤 승진제도가 확! 바뀌리라는 확신이에요

그리고 교사의 빛깔 있는 학급운영 능력이 훨씬 매리트 있는 가치이고, 재산이 될 것이다라는 확신이 있어요.


그런데  한 번씩 점수 따박 따박 모아놓으면(그것도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냥  승진되는데
왜 이렇게 불안한 삶을 선택했는가... 하는 생각도 해요. 사실.


그래도 아무리 생각해도 학폭 가산점 0.1점 이런 건 진짜 하등 쓸모없고, 가치 없고, 삶의 낭비라고 생각해요.

(물론 저  점수받으려고 마산에서 함안으로도 왔지만.ㅋㅋㅋㅋ)


20년 뒤 진짜 승진제도가 안 바뀌면

정말 안 바뀌고 제가 승진하는 친구들이 부러울 때  "모아놓을걸 그랬네" 같은 노래를 만들 수 있겠지? 합니다.


질문 5.
이제 뭐 할 거예요?


음... 승진안행 페이스북 그룹도 있고, 수요일 밴드도 있고

이 브런치도 잘 키워보려고요

수요일 밴드 보컬 친구랑 책도 쓰고 있어요.(아직 한 줄도 안 썼지만. 쓸 거예요.ㅋㅋㅋㅋ)

3월 12~13일 우포늪에서 페이스북 그룹'승진안행(승진점수 안 모아도 행복할 선생님)' 당당당 페스티벌이 열린다. 전국에서 30여 명의 선생님들이 모여 문화 예술, 친목을 다지면서 새 학기를 행복하게 시작할 에너지를 얻는다.


혹시 질문 있으시면 페이스북 그룹이나 여기에 댓글 달아주세요.
추가해서 한 번 적어볼게요. ㅎㅎㅎ


승진과 관련한 이야기를 랩 좋아하는 선생님들과 노래로 만들었습니다. 예전에 만들었는데 생각보다 인기가 없네요. ㅋㅋㅋ


교사가 교사에게 pt.1 - 랩 선생



브런치 글 공유하려고 페북에 쓴 글인데.
이 글도 좋아서... 기록으로 남겨 놓습니다. ㅋㅋ

예~전에 올해 동안 가장 많이 쓴 말이 '승진'이더라구요. ㅎㅎㅎ
하도 승진 이야기를 많이 해서 이제 안 하려 했는데 생각도 조금 정리가 되고
마침 새 학교 같은 학년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것들을 글로 남겨 봅니다.
저는 미래에 승진 제도가 바뀔 것이다라는 확신이 있습니다.
'승진 점수'의 가치는 폭락할 것임을 확신하기에 지금껏 투자한 점수를 포기하고 그 에너지를 내 삶과, 빛깔 있는 학급운영에 투자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제가 행복하기 위해 선택했고, 제 삶을 가꾸기 위해서 선택한 것이지요.
아이들을 위해서가 아니고 저를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행복한 교사, 삶을 가꾸는 교사가 만날 아이들은 당연히 행복할 것이니
덕분에 아이들도 행복하겠지요.
만약 미래에 승진 점수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다면.
"모아놓을 걸 그랬네" , "승진안행 개나 줘", "세상은 안 변해" 등의 노래를 만들어 부르며 저 때문에 승진 점수 모으지 않은 선생님들을 모아서 위로 콘서트를 하겠습니다.
아! 무료 아닙니다. 유료 공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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