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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대현 Jan 06. 2016

승진과 주말부부

1년 전 승진을 위해 의령을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며 만든 곡 '의령에 가도'

옳고 그름은 없다.


승진을 준비하는 내 선배님들, 동기들, 후배들의 선택을 모두 존중한다. 모두들 각자 나름의 이유가 있으니까 말이다. 나처럼 승진 점수가 무의미해지는 경우가 드물지 않은가...


실경력 10년 차 다되어 가는 내 친구들은 승진 점수를 위해 벽지를 갈 준비를 하고, 영재 강사를 하고, 금메달 가산점을 위해 아이들 체육 지도를 한다. 벽지 점수가 있는 친구들은 경남에서 거의 사라진 연구학교 점수를 위해 실습학교에 지원을 하는 형편이다. 조금씩 디테일만 다르지 전국적으로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마 나도 별일 없었다면 교육감 표창을 어떻게 받을까 궁리하고, 매년 연구점수를 따기 위해 자료전,  과학전람회 계획서를 매년 내고, 6학년을 계속 희망하며, 통합학급을 하기 위해, 각종 가산점을 받기 위해 애를 썼었으리라.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나에게 승진은 꼭 해야 하는 것이었다.


사실 나도 승진을 위한 파견교사를 준비하면서 위해서 각종 자격증과 필요한 스펙을 준비 중이었다. 경남교육청 산촌유학원 레크리에이션 분과 파견이다.


나름 수년간 파견의 요강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자세히 살펴보고 준비 중이었다.

레크리에이션 자격증 2개, 다이어트 줄넘기 자격증 1개, 웃음치료사 자격증 1개, 마술사 자격증 1개 따위를 준비했다.

그리고 파견에 유리한 자격증인 청소년지도사 2급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 학점이수제로 필기시험을  면제받을 수 있는 온라인 연수 학점을 70만 원을 들여서 이수를 했다.  면접시험을 보고, 연수를 받으면 청소년 지도사 2급 자격증이 생긴다.


2년간 파견을 다녀오면 벽지학교와 비슷한 점수가 쌓이기 때문에 파견을 가기가 제법 어렵다.

언젠가를 기다리며 차근차근 점수를 쌓고 있었다.


어떤 이들과 이런 이야기도 했었다.

수요일밴드로 유명해지고, 공연 경험이 쌓이면 아마 그 스펙이 파견 가는데 특히나 레크리에이션이니 그 분과로 파견 가는데 유리해질 거라고 말이다.


올해는 아니지만 점수 때문이 아니라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은 욕심 때문이라도 파견은 가 보려고 한다. 다만 올해는 아들이 9살, 딸이 8살인데 애들이 어리기에 신청을 하지 않은 것이다. 파견 꼭 경험을 해 보고 싶다.




승진을 위해서는 도시에 있어서는 여러모로 힘들다. 주말부부를 감내하고라도 남자부터 벽지가 많은 학교로 옮기는 게 보통이다. 내 주변 선배님과 동기들이 주말부부를 감내하고라도 지역을 이동한다는 소식이 많이 들린다.


그런데 승진과는 그다지 상관없이 살 것 같은 친구가 이번에 통영으로 내신을 쓴다는 소식을 들었다. 의외였다.


통영시는 섬이 많아서 벽지 학교가 많기에 경남 의령군과 더불어 승진을 위해 많은 선생님들이 선택하는 곳이다.
통영은 학폭을 받으면서 벽지를 준비할 수 있기 의령에 비해 최근 더 인기가 있다. 의령은 인근 도시에서 출퇴근이 편해서 점수가 필요한 많은 선생님들이 모이는데 학폭 점수를 받으면서 벽지를 준비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보통 남자들이 가정을 꾸리고 애기가 생긴 이후에 승진을 하려고 하면 주말부부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 아내들이 희생을 감내한다. (보통 교사인) 아내들이 승진이 되지 않은 초라해 보이는 나이 든 평교사 남편보다 지금 육아에 힘들어도 나이 들어 승진이 된 남편을 바란다는 이야기이기도 하겠다.


갑자기 불안함이 생겼다.

내 친구 후배들이 승진을 하고 내가 불편한 존재가 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남에게 폐가 되는 교사가 되지 않기 위해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기 위해 승진 점수를 쌓는 노력보다 가열차고 열정적으로 노력해야 할 터이다.


추가

학급 운영에 있어서 내 스스로 자신감과 당당함이 생기고, 학급 운영과 더불어 학교 운영을 할 수 있는 역량과 더불이 기회가 온다면
즉 '내가 능력이 생겨서 장학사, 교장 자리가 따라온다면' 굳이 마다하지 않을 것입니다. 
나와 가족을 행복하게 할 수 있고,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다면 더 바랄게 없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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