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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대현 Mar 01. 2016

페이스북 답글 - 유명함에 대해 - 아몰랑.

high risk, high return

페친의 글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늘  마음속에는 지금보다는 어떤 의미로든지 유명해지고 싶다 는 생각이 있는 것 같다. 학급운영 잘하기로 유명한 선생님, 널리 알려진 기타와 노래 솜씨, 웹툰 연재의 욕구... 그걸 '꿈'이라고 긍정적으로 말할 수도 있지만 왜 그러고 싶은 건지 스스로 질문해보지 않고는 항상 나도 모르는 무언가를 갈구하며 살 수밖에 없다. 돈을 많이 벌 수 있어서? 사람들이 알아봐 주어서? 생각해보면 그건 아무것도 아니다. 그런 것들은 어떤 형태로든지 사랑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인간에게 씌워진 허상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걸 알면서도 나는 또 우스우리만치 그 허상을 좇곤 한다. 생각해보면 내가 원하는 뭐가 안된다고 그리 조급해할 필요도 없다. 내 울타리에 있는 소수의 사람(그게 가족이든 우리 반 아이들이든 친구이든)과 제대로 사랑하는 것 외에는 바랄 것도 없다.
*살아가면서 절대로 속지 말아야 할 것: 무얼 잘하고 유명해지고 싶은 게 아니라 제대로 사랑하고 싶다는 것.


이 글을 읽고 리플을 적다 보니 생각이 많아져 글이 너무 길어졌다. 수정하려니 번거로워 따로 글로 남긴다 했더니 두 명이나 기대를 한다고 한다. 내일이 새 학기 시작하는 날이라 글 쓸 틈이 없을 것 같아 바로 글을 써 본다



큰 발전, 큰 망신은 멀리 있지 않다. high risk, high return


요즘 수요일 밴드 공연을 가면 예전보다 많은 선생님들이 수요일 밴드의 노래를 들어봤다고 한다. 어딜 가면 "와~ 연예인이다~" 하면서 사진 찍자는 선생님들도 많아지는데 처음엔 왜 이런가 싶더니 지금은 자연스럽게 사진을 함께 찍기도 한다. 아마 2015년 '나쁜 선생님', '우유 가져가', '에어컨 송'같은 노래들이 인기를 얻으면서부터인 것 같다.


유년시절부터 뭐 잘한다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었기에, 내 마음 깊숙한 곳에는 '나는 그다지 잘나지 못한 녀석이야'가 껌처럼 붙어있다. 성인이 되면서 한 번씩 칭찬을 듣긴 들었지만 내 내면에 깊고 진하게 붙은 '나는 그다지 잘나지 못한 녀석이야' 껌딱지 덕분에 항상 내 자존감은 잠시 올랐다 하더라도 금세 바닥으로  내려친다.


아마 그런 자존감 낮음으로 남들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진화해서 사람 많은데서 웃긴 소리도 잘 하고 어른들 한테 잘했나 싶기도 하다. 예를 들면 학교에서 교장 교감 선생님한테 잘 보이고 싶어서 회식자리에서 교장 선생님 앞에 앉고 이런 거.. 친목회 총무도 하고 회장도 하고 했던  거..


그런데 수요일 밴드로 유명해지면서 '어랏 나도 괜찮은 놈인데'를 깨달았다.


신기하게 그 후로 회식 자리 같은데서 불편하게 교장 선생님 앞에서 밥을 먹고 싶지도 않았고, 친목회에서 회장하고 총무일이 것이 귀찮아졌다. 나는 내 감정 그대로 얼굴에 바로 드러나는 편이라 아마 작년에 함께 근무한 선생님들 '박대현 저거  변했네'라고 생각하셨을 것이다.  이해된다.


나는 변했다.


유명세 덕분에 '내가 괜찮은 놈이구나'를 깨달았고, 나는 그 전과 후로 많은 변화가 생겼다.

자신감이 생겼고 내 생각이 남들과 좀 달라도 틀리지 않았음을 깨닫게 되었다.

내가 원하는 만큼 인정을 받으니 자존감이 생기고, 자신감이 생겼다.


이렇게 유명해지는 것, 인정받는 것은 사람을 변하게 만든다.

자존감 개털 없는 찌질이를 당당한 사내로 만드는 것이다.


양동이(원하는 크기의 인정)에 물(인정)이 부족할 때는

딸랑딸랑 소리가 잘나다가 물이 가득 차니 더 이상 소리가 나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첫 번째, 부담감.


예를 들면 나도 인간이기 때문에 뭘 잘못할 수도 있는데 이렇게 내 글들이나 노래나 얼굴이 팔린 만큼 인정을 많이 받다 보니 조그만 잘못이 크게 알려질 수 있고 그 잘못 덕분에 지금까지 쌓아놓은 인정들이 순식간에 없어질 것 같은 불안감 같은 거?


이런 남들의 시선이 부담이 되기 시작하면서 뭐라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뭐든지 좀 부담스러운 느낌이 있다. 지금껏 쌓아온 인정을 망치면  안 된다는 그런 부담감.


실수를 하면  안 된다는 그런 부담 같은 거?

다른 유명한(?) 선생님들께 직접 물어보지는 않아서 모르겠지만 나 같은 중생의 경우에는 그런 부담감이  한 번씩 크게 다가올 때가 있다.

그냥 음악만 좋았던  그때가 좋았지 했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을 때가 한 번씩 있다.


두 번째, 안티들(걱정하는 괜한 마음)


아무리 인품이 훌륭한 연예인이라 하더라도 조금 유명해지면 근거 없는 이상한 소문이 생기고 안티도 느는  것처럼 유명한 선생님들도 다 이상한 소문이 생기고 안티가 붙고, 욕도 많이 먹는다. 왜냐면 유명한 선생님들이라도 부처님이나 예수님이 아니니까. 완벽한 인간은 존재할 수가 없으니까. 사람들은 자기보다 잘 난사람들의 단점 찾기를 좋아하니까.


나의 경우만 해도 '저거 유명해지더만 변했다'라고 욕할 사람들이 꽤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저거 지가 겁나 유명한 줄  아네'라고 욕할 사람들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은
걷잡을 수 없는 불안한 인생
high risk, high return


나의 경우처럼 유명해지고자 하는 욕구(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강한 사람은 성장에 큰 도움을 주지만, 나처럼 불안한 사람에게는 더 큰 불안을 안겨주기도 한다.


무한도전에서 공황장애로 하차한 정형돈도 자기의 양동이에 비해 너무 과한 물이 쏟아져 내려 그 부담감이 병으로 발전했다고 생각한다. (요즘 생각건대 연예인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사람들의 인정, 유명세는 얻는 만큼 잃는 것이 있다.


얻는 것 + 잃는 것 = 0


제로섬이다.


문제는 인생은 돌릴 수 없다는 것.


한 번씩 수요일 밴드의 인기로 유명세를 즐기기도 하지만 그만큼 불안함도 크다는 것.


그렇다면 예전으로 돌아갈래? 물어보면 뭐 지금도 괜찮아요 한다는 것.


(자기 이야기만 하고 글을 끝내다니...)


위에 글을 쓴 선생님한테 선생(먼저 살아본 사람)으로서 말씀드리자면


1. 유명해지고자 하는 욕구를 인정하자. 샘만 그런 게 아니다 다 유명해지고 인정받고 싶고 그렇다. 똑같다.

2. 그런데 유명해지는 건 운이다.(본문엔 없지만 설현처럼, 크레용팝처럼)

3. 그런데 유명해져 봤자 또 불안한 삶이고 그렇다. (나처럼)

4. 그러니 선생님 말씀처럼 제대로 '주변 사람들과 사랑하면서 살자'가 맞는 말이다.


결론은 선생님 말이 맞다는 것.


주변 사람들과 제대로 사랑하면서 살라는 것.

(그런데 그것도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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